행성이다

in #busy6 years ago (edited)

엄마는 돌아가셨다고 들으며 자란 어린 시절에도, 나는 엄마가 어딘가에서 살아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 나의 추측은, 우주비행사들이 대거 실종되는 사건 이후 거의 확실해졌다.

아주 어릴적 엄마는 우주비행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고, 그걸로 아빠와 자주 부딪히는 모습을 봤었다. 엄마가 떠난 후, 더이상 돌아오지 않았고, 아버지는 엄마가 죽었다고 했다.

어느날 뉴스에서는 대대적으로, 5차로 발사된 우주선이 종적을 감추었고, 탑승한 비행사들 전원이 실종 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본 후,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말은 나를 더 확신시켰다.

“네 엄마는... 행성에 산다”

그 이후 나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우주비행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엄청나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주비행사 시험에 합격하고 지독한 지옥훈련을 견디며, 엄마가 있는 행성으로 가서 엄마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루하루 살아갔다.

드디어 우주 비행을 하는 날, 다시는 지구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이곳에 대한 미련이란 없었고 엄마와 함께 ‘그곳’에서, 잃어버린 어린시절을 보상받으며 살 수 있다면 남은 인생은 어디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몇달이나 지났을까, 드디어 우리는 작고 아름다운 행성에 도착했다. 각자 이름표가 부착된 생활관에 짐을 풀고, 행성에서의 일정과 광활한 우주에서, 우주비행사로서의 삶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일주일간 이어진 후, 짧은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A생활관으로 편지 한통이 배달되었다. 나는 직감했다, 그것은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엄마의 편지라는 것을...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치고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나를 떠나며 엄마가 가졌던 죄스러운 마음과, 그동안 얼마나 나를 보고 싶었는지, 그리고 우주비행사가 된 나를 보고 너무나 기쁘고 자랑스러워서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고 쓰여있었다. 감동과 흥분으로 편지를 다 읽는 나는 마지막 부분을 읽고... 백지장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강원도 횡성에서 엄마가...

(이 글은, 루시드폴의 [무국적요리]중 <행성이다>를 아주 짧은 버전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실제 내용과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책내용을 많이들 궁금해 하셔서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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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으로 본 인터스텔라 생각하며눈물 찍하려는데...
재미나게 읽었어요^^

확실히 백지장이 될만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무언가 감동할뻔 하다가 웃음났어요^^
요론 느낌의 책이군요~ 한번 꼭 봐야겠어요~
은근 매역있응 꺼 같네요~!!

반전매력 뿜뿜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자식은 우주 비행사가 되었으니 헤피엔딩?

ㅋㅋㅋㅋㅋ 이건 뭔가요??

ㅋㅋㅋㅋㅋㅋ어떤느낌인지 알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우주에서 한우를 많이 먹어야 할것 같습니다! ^^

이렇게 보니 어떤 책인지 더 궁금하네요 ㅎㅎㅎ 얼마나 각색하셨을지

역시 루시드 폴. :)

문득 부모님이 화성에 사셨어도 우주비행사가 됐을까요?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머니의 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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