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바다를 가르다

in #bada7 years ago (edited)


세상이란 이름의 어항에서 벗어나 끝이 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불안하지만 상쾌한 항해를 시작한다.

부산을 둘러싸고 있는 넓고 푸른 바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찰랑이는 수면과 거친 파도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숨결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항구도시의 낭만과 세련미가 잘 어우러진 부산.

그중에서도 수영만 일대는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곳. 1987년 서울올림픽 요트 경기를 위해 요트 경기장이 건립된 이래 수영만은 국내 요트의 메카로 꾸준히 성장해 왔고, 그에 발맞추어 부산은 세계적인 해양 레포츠의 중심지로 부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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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의 자유를 선물할 세일링(Sailing)

영화 <태풍>에서 장동건이 해적과 추격전을 펼친 장소가 수영만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수영만에는 요트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요트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1660년 영국의 찰스 2세가 즉위할 때 네덜란드에서 선물한 수렵선 2척을 요트의 시초로 본다. 영어 요트(Yacht)는 네덜란드어로 추적선이라는 뜻을 지닌 야흐트(Jaght)에서 유래했다.

야흐트는 사냥하다라는 뜻을 지닌 야헨(Jagen)에서 파생했다. 오늘날 요트는 유람, 항해, 경주에 주로 이용되며, 갑판이 없는 작은 무갑판주정(無甲板舟艇)부터 호화로운 대형 범선, 길이가 60미터에 이르는 디젤기관선 등 크기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 요트가 도입된 것은 1930년대에 연희전문학교의 언더우드 목사가 목수를 시켜 요트를 만들어 황해요트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한강 하류에서 활동한 것을 시초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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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는 추진 방식에 따라 돛을 이용한 세일 요트와 동력을 이용한 모터 요트, 보조기관을 가지고 돛으로 항해하는 보조기관 요트로 구분할 수 있다. 또 크기에 따라서는 크루저와 딩기로 나눌 수 있다.

선실이 있는 크루저는 비교적 크기 때문에 연안은 물론 대양 항해까지도 가능하다. 선실에는 주방 ․ 침실 ․ 화장실 등이 구비되어 있어 배 안에서 오래 생활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다. 수영만과 통영에서 많이 눈에 띄는 요트들은 거의 크루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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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기는 선실이 없는 작은 배로, 1인승에서 3인승 정도의 규모이다. 따라서 근해나 강, 호수 등에서 많이 탄다. 돛대의 위치나 형태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속도는 돛에 달린 줄로 기술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크루저보다 빠르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경기용으로 사용된다.

요트를 처음 타는 사람들은 보통 요트학교에서 시작한다. 요트학교는 세일링의 기초 지식과 기술을 전수한다. 요트의 각 부분별 명칭과 로프 다루는 법, 배 띄우기, 바람에 대한 지식, 바람을 타고 달리는 방법 등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함께 가르친다.

세일링을 배우다 보면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통해 임기응변의 지혜를 체득할 수 있다. 2~3인용 요트의 경우 서로 믿고 의지해 마음을 맞춰야만 하기 때문에 협동심을 기르는데도 효과적이다. 요트는 청소년들에게 심신 단련을 위한 최고의 스포츠로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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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와 교감하기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돛을 당기고 풀고 돌려서 물살을 헤쳐 나가는 세일 딩기의 원리는 윈드서핑과 비슷하다. 배 위에 앉아서 한 손으로 돛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키를 조정하며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강풍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을 기르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뜨거운 에너지가 온몸을 들끓게 하며 격렬하고 짜릿한 긴장감을 맛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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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향에 따라 밧줄을 당겨 돛을 조정하는 방법, 키와 돛을 움직여 방향을 바꾸는 방법, 배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몸으로 중심을 잡는 방법 등의 기본 기술을 익혀야만 제대로 탈 수 있는데, 사나흘 정도면 교육을 받으면 혼자서 세일링 보트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요트를 타 본 사람들은 말한다. “요트를 즐긴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거죠. 물 위에서 바람을 이용해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 스포츠로 가족이 함께하기에도 좋습니다.”

요트는 여름, 도전, 열정의 상징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거친 파도가 선체에 부딪혀 출렁이는 순간의 스릴과 순풍에 몸을 맡긴 자유로움. 푸른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달려가는 요트 위에서라면 혼자라도 두려울 것은 없다. 낮에는 태양이 함께할 것이고, 밤에는 옛사람들이 올려보았던 별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_두근 / 사진_윤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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