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시와 노래

in #avle9 months ago

1. 김소월 시 '진달래꽃' 읽기

진달래꽃

  • 김소월(1902~1934)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김소월 시집 「소월의 명시」(한림출판사) 중에서

2. 탄생 101년의 '진달래꽃'

. 1922년 「개벽」 7월호에 처음 발표된 김소월 시인님의 시 '진달래꽃'은 1925년 12월에 나온 그의 첫 시집 「진달래꽃」에 실렸습니다.
제목이 왜 '진달래꽃'이어야만 했을까요? 시의 화자가 진달래꽃처럼 붉게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네요. 그래서 제목을 보면, 이 시는 이별 노래가 아닌 지독한 사랑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의 화자는 계속 이별을 말하고 있네요. 각 연의 마지막 행을 보셔요.

  • (1연)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 (2연)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 (3연)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 (4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것이 시 '진달래꽃'이 패러독스(paradox)의 대표 시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아시다시피 패러독스는 역설(逆說)을 말합니다. 'para'는 무엇을 넘어서는 것을, 'dox'는 의견이나 생각을 말합니다. 패러독스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의견이나 생각을 넘어서는 것이네요. 그 생각 너머에 진실이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과 '생각 너머'가 서로 모순되게 맞물리면서 '생각 너머'의 것을 강화시킵니다.

남송우 문학평론가님은 "긴장감이 원심력과 구심력의 작용으로 생기는 것처럼, 시적 긴장은 패러독스에서 생긴다. 시의 언어는 패러독스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시 '진달래꽃'은 밖으로 드러난 진술과 안에 함축된 진실이 서로 모순되게 맞물려 팽팽한 시적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진달래꽃'의 화자는 "그래, 가시오, 그 길에 꽃도 뿌려드릴 테니 그 꽃을 밟고 가시오, 나는 죽어도 울지도 않으리다."라고 시에서 말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이 과장과 허세 속에 감추어진,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신을 보내지 못하겠다는 진심이 진달래꽃처럼 불타고 있네요. 그의 사랑은 이렇게 혼신을 다하는 붉고 붉은 사랑이네요.

3.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내가 떠나겠다고 하는데도 말없이 고이 보내 준다 하고, 내가 갈 그 길에 진달래꽃을 뿌려준다고 하고, 사뿐히 그 꽃을 즈려 밟고 가라 하고, 죽어도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을 두고 과연 '나'는 훌쩍 떠날 수 있겠는지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김소월 시 '진달래꽃' 중에서

이 시의 마지막 행은 '진달래꽃'의 역설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말하지만, 내가 떠나면 눈물 흘릴 그가 뻔히 보이지요.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는 비문까지 등장해 이별 앞에 절박해진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나'는 그를 떠날 수 있겠는지요. 그래도 떠난다면, 떠난 이는 천벌 받지 않겠는지요. 패러독스의 힘이네요.

4 노래

진달래는 오랜 시간 동안 전국에 걸쳐 살고 있어서인지 예술작품부터 생활 속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고 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도 있고, 여기에 곡을 붙여 노래한 가요도 있죠.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이 마음도 피어~”로 시작되는 가곡도 많이 불리고요.

마야 진달래꽃 Live 2004.03.28
마야 진달래꽃 라이브 200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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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진달래꽃

김소월이 지은 시. 1925년 매문사(賣文社)에서 간행한 시집 ≪진달래꽃≫에 실려 있다. 이 작품은 일차로 1922년≪개벽≫ 6월호에 <개여울(渚)>·<고적(孤寂)한 날>·<제비>·<장별리 將別里>·<강촌 江村> 등과 함께 발표되었다가 시집에 수록된 것이다.

총 4연, 각 연 3행의 짧은 서정시로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 님의 가시는 길에 진달래꽃을 담뿍 뿌리겠다는 것이 그 간추린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 떠나가는 님은 다시 돌아올 기약조차 없다. 오직 자신의 마음속으로만 그런 기대감을 갖고 보내고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사람의 사무친 정(情)과 한(恨), 동양적인 체념과 운명관에서 빚어내는 아름답고 처절한 사람의 자기 희생적이고 이타적(利他的)인 인고(忍苦)의 마음이 이 이상 더 깊고 맵고 서럽게 표현될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라고 박두진(朴斗鎭)은 말하고 있다.

이 시는 <산유화 山有花>와 함께 소월의 대표작의 하나로 우리 근대시사에서 기념비가 되고 있다. 혹자는 이 시에서 떠나는 님의 실제 모델을 제시하고도 있지만, 그 모델의 사실 여부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문제는 떠나는 님을 억지로 붙잡아 두지 못하고 보내는 한 여인의 심정을 이만큼 완벽하게 시적으로 형상화한 데 있다.

이런 이별의 보편적 정서는 <가시리>나 <서경별곡 西京別曲> 등과 같은 고시가나 민요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 시의 해석에서 ‘나보기가 역겨워/가실때에는’의 반복구에 나타난 역설적(逆說的) 의미의 추구에만 집중되어 왔을 뿐이며, ‘영변(寧邊)에 약산(藥山)/진달래꽃’에 대해서는 유념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작자가 굳이 ‘영변에 약산’이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의 해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변의 약산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에 초점이 맞춰져야만 한다. 이 시의 제작 과정에서 이런 시적 배경을 설정한데 작자의 의도가 없었다면, 굳이 그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영변의 약산동대에 핀 진달래꽃을 이끌어 왔을 까닭이 없다.

영변의 약산동대는 서관(西關)의 명승지로서, 그곳을 둘러싼 많은 전설과 민요가 전해지고 있다. 봄이 되면 온통 천자만홍(千紫萬紅)의 진달래가 꽃밭을 이루고 있는 약산, 그 서쪽으로 넓은 벌판이 펼쳐지고 구룡강(九龍江) 푸른 물이 산록(山麓)을 흐르고 있다. 옛날 어떤 수령(守領)의 외딸이 약산에 찾아왔다가 그 강의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그 죽은 넋이 진달래가 되어 약산을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소월도 약산동대에 얽힌 이런 전설과 민요를 알고 있었고, 특히 수령의 죽은 외딸의 넋이 진달래꽃이 되었다는 전설을 의식하고 이 시를 썼을 것이라는 추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마디로 이 시에서 소월이 떠나는 님을 붙잡지 않고 꽃을 뿌리며 보내겠다고 함으로써 보내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는 결코 울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한 슬픔과 원망이 사무쳐 있다는 것으로, 꽃을 뿌리며 ‘님’을 보냈듯이, 곧바로 되돌아올 것을 바라는 작자의 간절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참고문헌
「김소월의 시」(박두진, 『한국현대시론』, 일조각, 1971)
「소월에 있어서의 ‘임’·자연·향수」(문덕수, 『한국현대시연구』, 민중서관, 1977)
「일상적 삶의 정서와 ‘궁핍’의 모티프」(김학동, 『현대시인연구』Ⅰ, 새문사, 1995)
출처 : 진달래꽃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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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듣기 좋은노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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