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in #avle-pool2 days ago (edited)

김홍도_장안사.jpg
김홍도의 장안사

만약 글을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한다면 그림은 마음으로 그리는 글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아하 그렇구나 그림이나 글이나 원래는 같은 것이로구나. 그림은 나도 '글임'이라고 주장하고 '글이니까' 그리는 것이 되는 거로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이래야겠구나.

세계는 거대한 그림이고, 조화옹(造化翁)은 위대한 화가이다. 주황색으로 요염하게 붉게 물든 오구목(烏舅木) 꽃은 누가 붉은 물감을 칠하고 붉은 빛깔의 돌과 산호 가루를 뿌려 그려 놓았는가? 복숭아 꽃잎에는 연지처럼 붉은 즙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다. 가을 국화꽃 빛은 등황색을 곱게 바른 것 같다. 눈이 개고 피어오르는 푸르스름한 기운에는 푸른 빛깔이 두 겹 세 겹 엊갈려 먼 곳과 가까운 곳에 골고루 나뉘었다. 세찬 소낙비가 강위를 내달려서 수묵(水墨)을 가득 뿌려 놓으면 채색할 틈도 없게 되고 잠자리의 눈동자는 녹색빛이 은은하고 나비의 날개는 금빛으로 물들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천상에 채색을 담당한 성관(星官)이 있어서 풀과 꽃과 돌과 금의 정화(精華)를 모았다가 조화옹에게 제공해 온갖 사물의 빛깔을 입히게 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가을 강 석양의 거대한 그림이 가장 좋다. 이것이야말로 조화옹이 뜻을 얻은 그림이라고 할 만하다.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서첩(書帖)


1 2 3 4 5 6 7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그림과 글, 글임, 정말 그러네요! 무릎을 탁.

Coin Marketplace

STEEM 0.15
TRX 0.23
JST 0.032
BTC 85079.40
ETH 2206.65
USDT 1.00
SBD 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