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터널 위 사직커피

in #art7 years ago (edited)

st_34.jpg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이런 요소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요.

서로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사람들
의도하지 않은 채로 존재하는 소리들의 잔향
그리고 그 모든 존재들을 아우르는 커피 향

얼마 전 다녀온 카페 ‘사직커피’ 에는 여기에 한 가지 특별한 것이 더 있었습니다.

터.널.뷰.

사실 크게 기대하고 간 곳은 아니었습니다. 해변뷰도 아니고, 스카이뷰도 아니고 터널뷰라니. 그것도 달랑 왕복 4차선 도로위에 시작될라치면 끝나는 짧디 짧은 사직터널을 바라보게 되어 있는 카페.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멍하니 사직터널을 바라보고 있는데, 생각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평소라면 생각이 흘러가다 멈칫멈칫 하고, 그 틈에 여지없이 포털 창을 들여다보게 되기 일쑤지만, 그날 만큼은 평소에 고민하던 생각들이 술술 풀려 나가더군요.

집에 와 생각하니 문득, 비슷한 경험을 기차에서 창밖을 보며 한 적이 있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배경은 친절하고 똑똑한 보통 아저씨가 이렇게 설명해주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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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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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이라는게 들어가기전엔 두근두근 무섭기도 하고
들어가면 갑갑하기도 하지만 출구가 가까워지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그 희미한 빛이 곧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어 주잖아요^^
ㅎㅎ 뭔가 인생같네요
터널뷰를 보고 여행의 기술을 떠올리시다니 감성고자인 저는 상상도 못해봤네요

쫑구님! 이런 단편 에세이 버금가는 댓글을 남기셔놓고 감성고자라니욧! 당치 않습니다 ㅎㅎ

ㅎㅎ 이렇게 칭찬을 받다니 기쁘네요
초등학교 일기의 참잘했어요 이후 처음듣는 칭찬이예요^^

@leesol님은 미술을 하셔서 그런지 가시는 모든 곳이 다 작품의 도구가 되시겠어요~^^
하~ 부러움에 'leesol'님 아이디로 이행시 하나 지어드리고 가려합니다.^^*
'이' 세상에 보이는 것을
'솔' 하나 가지고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사람.

행복감 잔뜩 느끼고 갑니다~^^

remnant39 님 정말 스티밋 최고의 로맨티스트라 불러드리고 싶어요! 어쩌면 제 그림에는 너무 과분한 댓글인거 같기도 하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leesol님~ 시간되실 때 제 글 한번 읽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leesol님께서 미술을 매체로 소통하고 계셔서 부족하지만 @leesol님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 고바우 영감을 아십니까? (제1편 : 고바우 영감을 만나다) (https://steemit.com/kr-newbie/@remnant39/1-2017724t04829307z)

• 고바우 영감을 아십니까? (제2편 : 고바우 영감에게서 기록을 배우다)
(https://steemit.com/kr-newbie/@remnant39/2-2017725t0190680z)

• 고바우 영감을 아십니까? (제3편 : 고바우 영감에게서 받은 또 하나의 사명)
(예정)

좋은 글 공유 감사드립니다 :)

@leesol님... 말씀에 어폐가 있는듯합니다.
그림이 좋기 때문에 글이 좋아지겠지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옛어르신들도 화선지에 그림을 그린 후 그에 맞는 글이나 시를 지으셨지, 결코 글이나 시를 먼저 쓴 후에 그림을 그리지 않으셨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지 않을까요?^^*

터널뷰라고하니 이런 생각이 납니다.

어둠속에서 빛을 찾는 사람
빛속에서도 어둠을 찾아내는 사람

쏠님은

그 어디에서도 빛을 보여주는 사람

으허허허허 소철님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닷 ㅎㅎ 스티밋 최고의 소녀감성 소철님 감사합니다.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도 이상하게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고 있으면 평소에 고민하지 않던 고민거리가 쑥쑥 떠오르고 어떤때는 풀리지 않던 아이디어 쭉쭉 풀릴때도 있어요.
새로운 환경은 잠자는 두뇌를 깨우나봐요^^
잘봤습니다~:)

네 스위티님 정말 시신경이 두뇌를 콕콕 쑤셔서 생각을 술술 풀리게 하는 느낌이죠 ㅎㅎ

사직 터널이군요...
그저 터널이' View'가 될 수 있는 것은
손길이 닿았기 때문이겠지요^^

아, 네오쥬님 그러고 보니, 다른 쌔끈한 터널보다- 저 손때묻은 느낌의 사직터널만이 주는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

온전히 쉬는날이 있다면 한번 꼭 카페에 가서 사색에 잠겨야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쉽지 않네요.

정말 쉽지 않습니다 ㅠㅠ 그래도 아주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시길 ;D

크...조오타..ㅋ 저도 요즘 생각의 정리가 좀 필요한데 사직커피집으로 향해야겠습니다

구담님 저기 가보면 좀 커다란 테이블도 있는데, 콘티 작업 같은 거 완전 잘 되실 꺼에요 +ㅇ+

어떻게 보면 여행이라는게, 꼭 어디 머나먼 나라로 떠나야만 여행인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의 '효용'이라는 측면에서,
동네 앞을 산책하는 것도 충분한 효과를 줄 수 도 있겠구나...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오 쿠보님!! 그거 요즘 제가 진짜 스스로를 많이 다독이며 하는 생각입니다 ㅎㅎ (저는 심지어 서울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탈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서울시티투어버스 저도 한번 타보고 싶었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서울촌놈'이라... 누가 가볼만한곳 소개해 달라고
해도 생각나는데가 없더라구요 ㅎㅎㅎ
사실 여행이 별건가요... 집 떠나는게 전부다 여행일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캬~ 지화자! ㅎㅎ 커피와 사유 그리고 터널.. 묘한 조합이 멋집니다~^^

밸류업님께서 키워드만 이렇게 쏙쏙 뽑아서 써주시니, 더 그럴싸해 보입니다 ^^

홍제터널 앞과 뭔가 비슷한 풍경이네요. 좋은 장소 추천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금화터널도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네요 :D 강북의 조그마한 터널들은 다 이런 고만고만한 느낌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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