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일상] 폴 선생님이 준 티라미수 초콜릿을 보고 위나잇을 생각하다.

in #zzan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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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만에 미용실에 갔다. 빵수업을 마치고 미리 예약해둔 시간에 도착하니, 폴 선생님이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 지난 주에 제주도 가족 여행을 간 이야기부터 이제 2019년도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화제를 꺼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다가, 나는 언젠가부터 나이 먹는 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선생님을 안지 햇수로 4년. 그가 내 나이를 처음으로 물어보았다. 사실대로 말했더니 30대 초반으로 봤다고 한다. 나도 그의 나이를 물어보니 40이 넘었다고. 내 또래로 봤는데 나보다는 많았다.

미용사와 손님으로 만난 우리는 나이 먹는 이야기부터 내가 좋아하는 밴드 위아더나잇 이야기까지 했다. 전에도 몇번 위나잇 이야기를 하며, 노래 추천도 했고 내가 빠져버린 뮤지션이라고도 말했었다. 오늘은 12월의 계획을 말하다가 위나잇 공연을 보러 갈 거라고 자랑한 것이다. 나의 확실한 기쁨이라고 말하는 나. 실실 흘러나오는 웃음과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 없었다.

선생님 아는 동생이 배우 정해인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행복해한다며 그 지인 이야기를 해줬다. 나도 신이 나서 공연 후에 우연히 보컬 병선님을 만나서 같이 사진 찍은 이야기까지 해버렸다. 이 얘긴 절친 4명과 가족들한테만 얘기한 건데! 주책 바가지!

그는 일본 아줌마들이 연예인 좋아하는데 그게 참 건강과 행복에 좋다며, 그런 비슷한 얘기를 해주었다. 으하하핫. 거기서 난 또 맞장구 치며, 맞아요 덕후는 좋은 거더라고요. 제가 원래 인스타 안하는데 위아더나잇 덕분에 한다. 댓글 달고 그 댓글에 좋아요 눌러주면, 그게 그렇게 좋다. 했더니 좋아요 눌러줬다는 건 자기 얘기에 공감해줬다는 거라며. 자기 같아도 기분 좋을 것 같다고 내 얘기에 공감해준 폴 선생님!

한편, 지인이 정해인 팬미팅을 갔다가 정해인이랑 포옹했는데 몇날을 설레서 잠을 못잤다며. 그래서 지인의 남편이 질투했다는 이야길 해줬다. 나는 포옹은 꿈도 안꾼다. 난 설레는 게 아니고 기절할 것이다. 난 좋아요 하나만으로도 지금 충분히 감사하다. 그들의 존재와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오래오래 건강해주세요, 위나잇.

12/15. 곧 공연에서 만난다.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이 마음. 처음만 있구요, 끝은 아득하다 정말.

커트를 다하고 돌아가는 나에게 폴 선생님은 티라미수 아몬드 초콜릿을 주었다. 위나잇의 노래 <티라미수 케익>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참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걸었다.

다음에 다시 폴 선생님에게 위아더나잇 노래를 추천해야지. 선생님과 나의 나이를 서로 알게 된 오늘. 우린 적당히 가까워. 그래서 좋아. 4주 후에 만나요. (위나잇 사랑은 적당히가 안되서 그게 문제... 그게 바로 영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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