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는 종로 거리를 걸었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zzanlast year

왠지 가라앉은 기분을 전환할 겸 무작정 나섰다.
서울 종로 거리 냄새가 그리워졌다.
그래 서울 가서 종로 거리를 걸어 보자
가로수로 사과나무가 있는지 감나무가 있는지도 살펴보자

청평역에서 전철을 타니 마침 청량리행이다.
머릿속에서는 종로를 가려면 어떻게 가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회기 역에서 갈아타고 종로 5가까지 들어갈까 아니면 청량리에서 종로까지 걸어갈까 아니면 청량리 가서 1호선으로 갈아탈까.

세 가지 생각을 견주며 어느 것으로 선택을 할까 하다 회기역에서 1호선 환승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회기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갔다 바로 건너편 동북쪽 플랫폼이 종로로 들어가는 노선이므로 환승을 위해 걷는 거리가 멀지 않다.

그러나 청량리에서 환승하려면 많이 걸어야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돌아올 때도 회기역을 이용한다.
청량리보다 회기역에서 환승하는 게 유리하다.
물론 이용시간 때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차가 없을 때는 무조건 상봉역으로 가야 한다.

어디를 가나 그렇지만 종로 거리 볼거리가 많다.
하여 특별히 계획을 세워서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 종로 거리다.
특별히 나열할 필요도 없는 볼거리나 쉴 수 있는 곳이 잘 되어 있는 곳이 종로 거리다. 거기다 한 골목만 안으로 들어 서면 세월의 속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어제도 그랬다.
종로 5가는 약국이 많다.
예전보다는 줄어든 거 같아도 역시 많다.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게 약국이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다.
안티프라민 연고와 로션을 큰 거로 달라니 연고는 주문한 것을 주는데 로션은 다른 메이커를 준다.

하여, 주문한 것으로 달라하니 그것은 없단다.
그래서 연고만 계산하고 다시 다른 약국으로 가서 샀다.
작은 멜 가방에 넣고 보니 묵직했다.

종로 3가까지 촌놈 서울구경 온 거 티라도 내는 듯 두리번거리며 3가까지 걸었다. 3가에 오니 역시 눈에 띄는 건 전부 보석 가게다.
사실 오늘 나들이에 특별한 목적은 없지만 은연중에 금방에 좀 들려보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거리를 배회하다 그럴듯해 보이는 곳이 있어 들어선곳이 골드 쉘이다.
간판은 순금 나라 한국 금 거래소 등등 붙어 있는데 다 한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상담직원이 여러 명이 있다.
별로 반기는 거 같지 않은 표정으로 뭘 찾는가 묻는데 상담 좀 하려는데 누구와 하는 게 좋겠냐 하니 나이가 제일 많이 보이는 사람이 저와 하시면 됩니다,라고 한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신통치 않다.
틀에 박힌 사고뿐이다.
금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인가 보다.
하여,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고 해 가며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이 이런 것이다, 하니 하는 말은 동네 금방이나 다름없는 답변이다.

요즘 너무 힘들다.
이럴 때는 준비하지 않고 그냥 나서 바람을 쐬는 것도 좋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 보니 소를 끌고 지붕 위로 올라가라 하면 올라가는 시늉을 하는 게 아니라 올라가야 한다.
그렇다 보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과 ㅇ에는 50킬로 정도 나가는 돌판을 지고 가파른 산비탈을 올라갔다.
땀으로 옷이 흠뻑 젖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혼미해진다.
한마디로 이러다 죽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게 왜 필요하지 하는 생각이지만 시키는 대로 하라며 그리 해야 부모의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씀에는 달리 답이 없다.

그렇게 이틀을 고생하고 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기 망정이지 재산이라도 있다면 자식들이 단 하루도 편하게 살기 어렵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라는 말을 곱씹으며 한발 한발 죽을힘을 다해서 올랐다.
이런 게 효도라면 자식에게 효를 강요 안 하는 게 부모의 도리다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친구들이 보면 투정이고 복에 겨워 그런 말을 한다고 한다.

해서 이런 말은 가급적 안 하는 게 좋기는 한데 갈수록 태산이니 걱정이다.
그날 당장 이젠 절대로 일을 다시 벌리지 않는다 하시고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어제부터 다시 일을 꾸미신다.
자식의 도리라는 게 어디까지인지는 모르나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건 다 이해해도 형제간의 기족 간의 불신을 만드는 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입 다물고 살면 된다는 생각에 그리 살다 보니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여하튼 어제는 종로를 나서며 특별한 약속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학교 동창들 단톡방에 올려봤다.
물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미친척하고 올려봤다.
친구라면 누군가 한 친구라도 하는 생각으로, 혹은 아니 와도 마음은 달랠 수 있지 싶었다.

종 3가 지하철역 1번 출구에 아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망스럽지도 안다.
오히려 미친놈 별안간에 그렇게 하면 오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라며 장난질한다고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인 것이다.

종로 거리를 거닐다 해가 질지음 뒷골목에 들어섰다.
와, 이런 곳도 있네 싶다.

한두 번 종로에 와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음습한 식당 골목이 있다니 늘 다니던 곳은 뒷골목도 반듯한 신식 건물들이 들어선 곳인데 이쪽은 아예 판잣집 같은 곳이다.

그래도 맛있는 냄새는 진동을 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맛이 더 있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가려니 몇 분이세요 한다. 혼자입니다 하니 우린 혼자 오신 손님은 안 받습니다, 한다.
왜요 하니 점심때가 아니라 정식은 없고 대중소인데 비쌉니다 한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어 다른 곳을 기웃거리니 그래도 그 집이 손님이 많고 맛있어 보요 다시 그곳으로 가서 불쑥 들어섰다.
막아서던 사람도 막상 들어서니 막지는 못하고 비싼데요만 앵무새처럼 주절거리는데 혼자 앉기에 편한 자리가 보여 자리를 잡아 앉고 굴보쌈 소짜리 하나를 주문했다.

막걸리도 하나 주문하고 기다리니 서빙하는 아줌마가 보기에 내가 촌티가 나는지 멀리서 오셨어요 한다.
그래서 예, 가평서 왔어요 하니 멀리서 오셨네요 한다.
그래서 예, 가평인데 청평이란 곳에 삽니다, 하니 반색을 하며 자기 집이 청평이라고 한다.

진짜 청평 사는 사람인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자기 집은 톳골 이라며 톳골을 아느냐 묻는다.
톳골을 알고 말고요 하며 설명하니 자기네 집은 전원주택 단지라기에 그러면 서울 철물에서 조성해서 판 그곳이군요 하니 정말 잘 아시네요. 맞아요 한다.

내가 청평에 나와서 산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런데다 톳골 위에 있는 동네, 가루개라는 곳에서 몇 년 살았기에 톳골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놀이 삼아한 부동산이지만 그래도 청평에서 몇 년간 부동산을 했으니 어지간한 곳은 다 안다.

동네 사람이 반가운지 시건이 나면 연실 와서 말을 건다.
막걸리 한잔 권하면 마시면 안 된다며 몇 마디 하다 가곤 한다.
그러면서 농사를 지을 땅을 샀으면 좋겠다며 땅을 사달라고 부탁을 할 테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다.

왜 혼자 오는 손님을 안 받는다고 하는지 알 거 같다.
굴보쌈 소자도 둘이서는 먹어야 할 양이다.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반쯤 먹다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다행히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차가 있어 그걸 탔다.
1호선 지하철에서 경춘선 전철을 환승하려면 한참 걸어야 하나 시간에 맞춰 전철을 탔다.
상봉에서 출발하는 전동차 하고는 색다를 느낌이 다가온다.
전동차가 출발하고 한참을 달린 거 같은데도 평내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청량리에서 타서 그런지 평상시보다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마음은 홀가분했다.

감사합니다.

2023/09/05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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