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School][0L] 미국 로스쿨 장학금 협상하기
미국 로스쿨들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 형편이 어렵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제공하는데 학생들은 학교와의 협상을 통해 장학금을 더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공개적으로 장학금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고 한 학교들과도 장학금 협상을 할 수 있으니 무조건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협상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일단 입학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학교가 그 학생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입니다. 보다 노골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학교의 랭킹을 유지하거나 올리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가졌다는 얘기가 되죠. 즉, 입학허가를 받은 시점에서는 학생이, 미약하게나마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뜻입니다. 이는 로스쿨에서 처음에 장학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몰랐다면 모를까, 알면서도 협상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변호사가 적성에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로스쿨들이 보통 어느 정도 협상을 위해 장학금 예산을 다 쓰지 않고 예비로 두기 때문에 여지는 언제나 있다고 봐도 됩니다.
모든 협상이 그렇듯, 쓸 수 있는 패가 많으면 그만큼 유리합니다. 장학금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 중 제일 유용한 패는 다른 로스쿨에서 제시한 장학금이죠. 보다 랭킹이 높은 로스쿨에 입학허가를 받았다면 단순히 그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며, 랭킹이 더 낮은 로스쿨이더라도 전액장학금을 제시했다면 그 역시 매우 좋은 패가 됩니다. 비슷한 랭킹을 가진 학교에서 비슷한 금액을 제시했다면, 생활비나 환경적 요인 등을 이유로 다른 쪽 조건이 더 매력적이라 고민된다고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만약에 학교가 공개적으로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학교 중 하나라면, 금액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대신, 조건에 대해 문의하면서 넌지시 다른 학교의 조건 및 금액을 언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장학금은 통상 최소학점을 유지해야 지급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 따라 C+~B+의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점이 절대평가를 통해 나온다면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상대평가를 하고, 상대평가를 하면 누군가는 C를 받게 됩니다. 특히 이 두가지를 이용해서 입학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한 반에 몰아넣는 (stacking) 학교도 있기 때문에 협상을 할 의향이 없더라도 이 부분은 문의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 "A학교에서는 X를 준다고 했는데 대신 학점이 3.1 미만이면 그 다음 해에는 장학금 지급을 못한다고 하며, 연평균 1-2명 정도가 2학년 때 장학금을 못 받는다고 한다. 여기는 어떤가?"라고 물어보면서 랭킹이 비슷한 A학교에서 더 많은 장학금을 제시했으며, 내가 장학금의 세세한 사항까지 물어볼 정도로 A학교 입학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3개 학교와 협상을 시도했는데 한 학교에서 1년에 5천불을 더 주겠다고 하더군요. 로스쿨이 3년과정이니 이메일 하나 보내서 $15,000을 번 것이죠.
또, 협상에서 자료도 중요하지만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는 한 학교에 deposit을 하고, 애매한 학교에는 deposit 입금 기한에 임박해서, 혹은 조금 지난 후에 장학금 협상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부분장학금을 전액장학금으로 올려받고 저희 학교에 온 친구도 있는데, 만약에 여러 학교 중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면, 그나마 제일 가고 싶은 곳과 먼저 협상을 하고, 이후 다른 학교에는 기한에 임박하여 협상을 시도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LSAT글에 언급했듯, 입학허가를 준 학생들 전부가 입학하는 것이 아니기에 LSAT성적이던, 학부학점이던 로스쿨에서 급히 메꿔야 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너무 늦으면 다른 학생들을 잡기 위해 예산을 다 써버렸을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위험부담은 있겠죠.
장학금 협상 성공여부를 떠나서, 협상 경험 자체도 가치가 있습니다. 면접에서 쓸 수 있게 경험을 가공할 수도 있고, 사교모임 (networking event)에서 스스로의 적극성이나 협상력, 준비성 등을 피력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쓸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보다 전문적이고 그 상황에 맞는 경험이 있다면 큰 의미는 없겠지만 로스쿨 초반에는 활용할만한 기회가 몇 번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장학금에는 보통 이름이 있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으면 바로 이력서에 쓸 내용이 하나 추가가 됩니다. 예를 들어 'X 재단 장학금'이면 이력서에 'X 재단 장학금 대상자'라고 쓸 수 있습니다. 큰 의미는 없지만, 이력서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1학년 때는 심리적으로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줄 수 있으니 만약에 가고자 하는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면 더더욱 협상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