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연구> 제1장 요약 (上) : 학문 영역으로서의 무술 연구
무술연구 제1장 요약 (上)
: 학문 영역으로서의 무술 연구
#무협 #무술
서문: 분과학문의 경계를 흐리기
저자는 본고를 통해 무술 연구(Martial Arts Studies)의 학문적 원리와 경계를 부여함과 동시에 그를 통해 분과학문의 경계를 흐리고자한다. 무술연구는 그 자체로 새로운 분과학문이거나 하나의 연구 영역(field)이 아니기에 분과학문의 경계를 흔든다는 의미이다.
요컨대, 무술연구란 그저 기존 질서를 뒤엎고 세워진 새 분과가 될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분과학문의 경계를 흐리거나 재규정하는 무언가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술연구는 분과학문의 개념과 관습에 도전해야한다.
이 책은 무술에 관심 있는 모두를 위한 게 아니라, “무술에 대한 학술적 연구 문제를 고민하고, 대개 ”학제적인(disciplinarity)“ 공간 및 작업 속에서 존재하고 활동하는 독자층을 설득할 방법을 찾으면서도, 분과 학문의 경계를 흐리는 것에 가치를 두는” 이를 위한 책이다.
무술연구(Martial Arts Studies)와 무술관련연구(Studies of Martial Arts)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분과학문에서 무협이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는 무술연구(Martial Arts Studies)가 일종의 방법론으로 등장하였다.
무술관련연구는 역사, 고고학, 심리학, 지역학, 스포츠연구, 사회학, 문학, 평화연구, 종교와 철학연구, 미디어 연구, 영화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졌으며, 심지어 정치경제학이나 약학 연구도 있다.
해당 분과들이 무술 연구를 막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분과의 관심사와 방법론에 맞춰 무술을 연구하게 한다. 이에 반해 무술연구는 다양하면서도(mulitiplicity) 이질적인(heterogeneous) 비평적 관점에서 무술에 접근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을 위해 무술연구는 무술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중-초점(double-focus)을 주장한다. 무술연구는 “무술(Martial Arts)에 초점을 둘 뿐만이 아니라 ”연구(Studies)라는 문제에도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어떤 연구 패러다임을 따를 것인가의 문제가 생겨난다.
대안 ① : 서로 다른 두 전공이 마주칠 때에는 서로 혐오하기도 한다. “문화전쟁(culture wars)”, “소칼 사건(Sokal affair)” 같은 것이 그 예다. 이는 방법론이나 가치관 등이 맞지 않아 생기는 경우로, 대개 분과학문의 경계를 재생산한다.
대안 ② : 위와는 다르게 한 전공이 다른 한 전공을 흡수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두 분과의 용어와 개념은 남지만, 한 분과의 패러다임이 다른 분과를 지배한다.
무술연구는 위 두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 전자는 무술연구의 성립 그 자체를 막을 것이고, 후자는 무술연구가 이미 존재하는 분과학문에 속하게 만들 것이다. 새로운 작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분과학문의 논리 그 자체에 주의해야한다. 이는 무술이 그 자체로 하나의 과목이자 학제 사이에서 경쟁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무술담론의 많은 부분이 순수, 불순, 연속성, 변화에 관한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많은 무술이 기나긴 역사에 대해 믿기 힘든 주장을 하고, 믿기 힘든 기원 신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 무술의 순수성과 완전함을 주장하지만, 막상 그들의 역사 자체는 복잡성이나 다양성, 혼종성 등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저자는 무술연구가 무술담론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무술연구의 이중초점
“본고는 이중초점의 관점에서 무술연구에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제도(institution) 개념을 중시할 것이며, 이에 따른 두 전제는 다음과 같다.
① “무술은 제도도 볼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② “무술이 이해, 논의, 연구되는 방식 또한 제도적이다. --제도와 연결되어 있거나 제도를 생기게 한다.”
본고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은 “미디어의 재현이 무술담론에 있어 오랜 기간 강력한 힘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자주 과소평가되는 문제긴 하지만, 무술 이론과 그 실천에 있어 미디어는 구성적 힘(constitutive forces)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본고는 미디어의 무술 재현을 중시하여, 그것이 무술 담론과 실천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다.
(역자: 구성주의적인 접근이다. 이에 따르면 개인의 지식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지식이 전달된 게 아니라, 개인의 경험에 따라 구성된 것이다. 요컨대, 개인이 지닌 무술 관련 지식은 무술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구성된 것이다.)
이러한 재현 부분은 무술연구로 하여금 이 부분을 연구할 수 있는 역량을 필요케 한다. 때문에 무술연구는 탈구조주의, 문화연구, 미디어연구, 그리고 탈식민 연구에서 그 자원을 끌어와야 한다.
본고는 이를 통해 간-학제적 (interdisciplinary) 위치에 놓이기보다는, 반-학제적(antidisciplinary) 효과를 낳고자 한다. 요컨대, 마구 뒤섞는(pick n mix) 간학제적인 것이 아니라, 반학제적인 “전장(battlefied)”가 되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반학제적 접근은 ‘제도’ 그 자체에 대한 관점이자 비판이기도 하다. 저자가 주관하는 학술지 "Martial Arts Studies"는 그 기획의 예시를 만들어내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 이 기획이 무가치해보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새로운 분야에 대해 지식을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이 얼마나 많았는가? 이는 우리가 대학에 새로운 분과 및 분야가 생겨나는 시대의 거의 끝 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만 해도 1960년대 시작된 문화연구(Cultural Studies)의 흐름이 수많은 연구들(studies)을 낳았다. 문화연구, 여성 연구, 퀴어 연구, 장애연구, TV 연구, 평화 연구, 이민 연구, 심지어 비즈니스 연구 등등. 이상의 수많은 급진적 노력들은 새로운 분과 및 지식을 성립시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르시시즘에 빠지거나 점점 쇠락해갔다.
이런 문화연구의 맥락에서, 다음의 질문들이 ‘무술연구’에 적합하다.
“가능성들의 연속선 –대개 급진적인 변화에서부터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중 어디쯤에 대상, 영역, 혹은 분과학문이 위치해 있는가?”
“우리가 실로 새롭거나 전환점에 해당하는 어떤 중요한 주장을 해낼 수 있겠는가? 어째서?”
“이런 질문들은 무술 연구에 적합한 것인가? 만약 존재한다고 한다면.”
“그리고 무술연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무술연구는 한 종류뿐인가?” “혹은 이러한 문제제기 자체가 그저 몽상적인 생각에 불과한가?”
“우리는 단지 이것저것 조금씩 다양하게 이질적인 책과 신문들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방향 및 개념화와 함께 여러 주제들에 대해 서로 이어지지 않은 작업들로 여기저기 생산된 것일 뿐인가?”
“만약 무술연구가 아직 확실히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창조되어야 한다면, 어떤 종류의 영역이자 분과학문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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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학가에는 학문, 체육, 문화, 철학, 직업 면에서 무술연구 학위 과정이나 무술을 연구할 수 있는 학위 과정이 여럿 존재한다. 허나 이러한 학위들은 대개 스포츠 연구 등에 치중되어 있고, 자기학과의 연구방법이나 직업적인 아젠다에 종속되어있다. 이런 과정들은 대개 무술 관련 직종에 대한 것이다.
스포츠 과학 분야의 사례 연구, 문화인류학의 문화적 사례 연구, 혹은 무술산업의 직업 연구에 비해, 무술 연구는 어떤 부분이 다른가?
이 부분에서 저자는 영국의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를 동원한다. 문화연구는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이론적 틀 아래서 다룬다. 그 과정에서 문화연구자들은 문화연구가 분과학문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문화연구자라는 정체성을 나누거나 어떤 문제의식을 공유하여 하나의 학문적 사조를 이룬다. 이는 분과학문이 대개 연구대상과 그 연구방법에 대한 어떤 동일한 가정을 공유하는 것과 다르다.
(역자: 문화연구자는 영화나 무술부터 뜨개질까지 다양한 주제를 마르크스주의, 탈식민, 젠더 등 다양한 이론적 틀 아래서 다룬다. 문화연구 자체가 대상의 문화적 측면을 다양한 문화이론을 통해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 때문에 문화연구자들은 스스로 어느 정도 학제적 구분을 뛰어넘는다고 주장하곤 한다.)
다만 문화연구자들 또한 문화정치(cultural politics)에 대한 가정은 공유한다. 이 가정에 따르면 모든 연구 대상은 근원적으로 정치적이다.
무술연구는 2011년 학술지 "Martial Arts Studies"의 편집자 서문에서 밝혔듯, 무술을 지식의 체현(embodiment)으로 볼 것이다.
물론 몇몇 학자들은 무술연구란 분야 자체를 의심스럽게 볼 것이며, 이는 전적으로 무술 철학과 그 폭력성에 대한 편견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이 서구적인 편견은 신체(body) 그 자체에 대한 편견을 반영한다.
서구의 학술적 담론에 있어 신체의 문제는 1930년대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육체의 죄에 대한 기독교도들의 공포”를 논하면서 조금씩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자크 데리다가 현대에 들어 <그라마톨로지>를 통해 신체를 배제하거나 종속화시키는 서구적 경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였고, 그에 따라 관련 논의가 점점 활발해졌다.
여기서 "Martial Arts Studies"의 편집진은 리오타르의 이론을 경유하여 신체에 대한 서구적 편견이 탈식민적 역설과 연관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요컨대 서구가 신체에 관해 이미 만들어진 지식이 있기 때문에 신체에 관한 이질적인 (혹은 다른 문화의) 접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편집진은 이질성을 무작정 옹호하기보다, 일종의 “전략적인 본질주의”로써 “신체를 하나의 고정되고 통일된, 인식 가능한 실재(實在)”로 파악한다.
물론 신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어왔다. 미셸 푸코가 신체 훈육에 관해 연구한 <감시와 처벌>, 혹은 마르셀 모스가 신체의 기술에 관해 연구한 <신체의 기술(Techniques of the Body)>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푸코, 부르디외, 모스, 토마스 초드라스(Thomas Csordas),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 등의 연구가 있다.
허나 그럼에도 신체-지식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한 무술연구의 기획은 유효하다. 단지 본질주의가 난해하기만 한 형이상학(metaphysical)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의식해야할 뿐이다.
문화 및 탈식민 연구는 오랜 기간 본질주의를 공격했다. 다만 탈식민 전략에 있어, 저들(식민자)와 다른 우리(피식민자)를 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본질주의가 사용된 경우가 있다. 본 편집진이 무술연구에 있어 본질주의를 통해 논의를 발전 시킨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헌데 본질주의가 연구 대상을 명명하는 데 개입할 때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가라테(karate)라고 무언가를 이름 붙이면, 이 안에는 이미 지역적이거나 민족적인 본질주의가 들어있다. 명명 자체가 “가라테는 어떤 것이다.” 같은 본질주의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는 “가라테는 일본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본 편집진들은 “개념적 문제들을 붙박는” 전략을 제시했다. 요컨대, 무술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든, “무술은 빠르게 바뀌며, 모호하고, 모순되는, 역설적인 대상”임을 명심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편집진들은 서양인들이 아시아에 대해 생각할 때 오리엔탈리즘 이외의 것을 떠오르게 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아시아에 대한 일반화, 단순화, 스테레오타입화를 줄일 수 있을지라도, 저도 모르게 오리엔탈리즘을 강화하기도 한다. 이 점은 편집진도 염두에 둔 바이다.
그 결과 편집진은 무술연구로 하여금,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과 지속적으로 씨름하게 하고자 하였다:
다른 “담론의 구조”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무술 관련 실천의 지위, 비언어적이면서 비문자적인 지식의 표현 문제, 무술 그 자체로서 기초적이거나 정의적인 문제 등등.
때문에 무술연구는 예민하면서도 자기성찰적인 정신을 이론적-방법론적 두 측면에서 가져야만 한다.
물론 누군가는 무술연구의 ‘이론적인’ 접근법에 대해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이론’만 들어가면 알 수 없는 용어로 가득 찬다고 할 수도 있고, 문화이론적 접근에서는 어떤 주제든 그저 학술적인 것으로 부차화될 수도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허나 어떤 대상이 학술화 되면 이런 일은 “어떤 식으로든 발생하기 마련이다.”
혹자는 무술연구가 무술의 진정한 모습을 훼손할 수 있다고 걱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학술이든 일단 들어가면 연구 대상을 넘어서서 재규정해내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 점에 대해 논한 다음, 몇 가지 질문들을 다루고자 한다. :
“만약 변형이 불가피하다면, 더욱이 대상에 대한 가장 기초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접근법들에서는, 어떤 종류의 접근법들이 무술 그 자체를 ‘달리’ ‘드러내기’ 위해, 무술연구에서 쓰일 수 있는가?”
번역자: 선행연구를 검토하면서 문제제기 하는 부분입니다. 이제 저자가 하나씩 자기 이야기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