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에겐 컬트 같은...2
이방인에겐 컬트 같은...1에 이어서,
컬트의 의미가 사이비 혹은 괴상한 의미로 다가온다. 마약, 마녀, 악마 숭배 주의 등 정돈되고 깔끔한 이미지의 기성 종교와 다르게 너저분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좀 솔직해지자. 그것이 오히려 평범한 무의식의 현상이다. 근친 상간, 악마와 성교, 미워하는 사람을 증오하여 죽이거나 상처주고 싶은 마음 등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사회 생활에서 이런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괴상한 꿈을 단 한번도 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정적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억누르지 못한 비틀어진 광기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융이나 프로이트 심리학은 이러한 강박적 무의식을 제 3자적 시각으로 자각하여 그것에 빠져들지 않도록 마음을 훈련하고 순화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조언한다. 전통적인 명상도 이러한 문제를 치유하는 삶의 방식이다.
티베트 불교 명상은 자비로운 관세음 보살, 오염이 없는 황금 빛 화신인 부처님, 기독교라면 천상의 예수나 성모님 등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목표로 마음에 닻을 내리는 방법 뿐만 아니라 이와 대칭되는 더럽고 무섭고 감각적인 이미지들에서 발현되는 공포, 쾌락, 분노 등의 강렬한 에너지를 명상의 재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노골적이다. 이 세상에 예수님의 조언대로 마음이 가난하여 즉, 가식적이지 않고 순수하여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써 노력해도 내 맘같이 따라주지 않는 그 사람은 그 년, 그 놈 혹은 그 새끼가 되고 심하면 폭력을 쓰거나 저주를 퍼붓고 싶다.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무언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를 공포심과 두려움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스펙트럼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아주 넓고 다양하다. 구루 린포체의 명상 소재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마음에 이르기 위해서 평온의 이미지를 항상 떠올리려고 애쓰는 대신 오히려 자주 일어날 법한 최극단의 부정 이미지를 명상의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니까 더 익숙할 수 있다. 피하지 못할 괴로움은 받아들이되 마음챙김(sati)으로 증폭되어지지 않고 순화될 수 있다. 물론 미숙한 수행자는 감각적 쾌락을 상상하다 색골이 되거나 공포스런 괴물의 이미지를 상상하다 미쳐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그럴수록 불교의 근본 가르침에 익숙해져야 한다.
모든 현상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습니다. 마땅히 이렇게 바라 보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변하지 않는 현상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부정적 심상의 에너지가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그것에 속거나 묶여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미지는 모두 가짜다. 이렇게 컬트적으로 마음을 훈련하는 여러가지 명상 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준 분이 바로 구루 린포체이다. 고상한 상좌부 스님이나 도교의 신선처럼 청정한 삶을 위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당장에 거리를 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감정적 번뇌, 이 더럽기도, 쾌락적이기도, 감각적이기도, 두렵기도, 혼란스럽기도 한 세상 속에서 드러나는 상념의 무더기 가운데 용감하게직면하여 수정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의 보물을 발견해 보라는 것이다. 운동 선수가 극한의 조건에서 훈련으로 그의 능력이 몸에 베이듯 마음도 그러한 극한의 조건에서 동요 되지 않고 고요하게 스스로를 알아차려야 한다. 무의식의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심상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순화시키려면 지혜를 개발해야 한다.
라다크 여행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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