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인민일보에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사라졌다

in #vop6 years ago

중국 공산당 전·현직 핵심 간부 베이다이허(北戴河)로 집결

중국 베이징의 동쪽으로 280여km 떨어진 곳에 베이다이허(北戴河)라는 작은 휴양도시가 있다. 이곳은 위치상으로 수도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해변으로 베이징 주변 거주인들에게 유명한 여름 휴양지이다. 베이징 주변 거주인들은 외부인에게 베이다이허 해변을 소개 할 때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해변은 엄지 손가락을 내세울만한 맑은 바닷물과 수려한 경치를 보여 주고 있지는 않다. 중국인들이 베이다이허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또 다른 이유로 이곳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의미를 꼽을 수 있다.

1954년 여름, 마오쩌둥은 한국전쟁이 마무리 된 다음해 첫 여름휴가지로 이곳 베이다이허를 선택했다. 그리고 휴가와 함께 이곳에서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들의 비공개 회의가 진행됐다. 이후 매년 여름 이곳에서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휴가와 함께 비공개 회의가 진행됐으며, 이 회의를 통해 다음해 중국의 정국이 결정된다. 또한 이 회의는 현직 당간부들뿐만 아니라 전직 최고 지도부를 비롯한 당 원로들까지 참석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논의 되는 사안들의 중요성과 상징성은 정기 당대회의 위상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의의 구체적인 일정과 회의 내용 및 결정사안들은 일체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된다. 때문에 이 회의가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 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중국 공산당의 관례를 보면 이 회의 소집 전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대외 행보가 당기관 언론 보도에서 사라지게 되고 회의 종료 후 상무위원들의 정치 행보가 다시 당기관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 시작한다.

올해 역시 8월 첫 주부터 현직 당중앙 최고 간부들의 행보가 인민일보를 비롯한 기관매체에서 사라졌다. 베이다이허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이 기간 베이다이허의 경비가 삼엄해 지고, 베이다이허 주변을 운행하는 노선 버스들의 운행 노선 역시 바뀌게 된다. 삼엄한 경비와 대외적으로 전면 비공개 되는 이 자리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오가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최근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책임 추궁과 함께 해외 언론을 통해서 집중 되었던 시진핑 1인 집권체제 강화와 우상화에 대한 반감이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당내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위의 내용에 대한 총괄적인 논의가 진행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운영 방식이나 관례로 볼 때 이 자리가 책임 추궁과 문제 제기의 방식으로 현직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표출하는 자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 내에도 여러 정파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조차 좌파와 우파가 존재한다. 최근 점점 더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대하는 행보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서구 자본주의의 보편성에 발을 맞춰 미국을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우파의 주장도 존재하고, 서구 자본주의의 보편성을 거부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화를 통해 새로운 모델로 미국에 맞서야 한다는 급진적인 좌파의 주장도 존재한다. 다만 의견의 차이가 존재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19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당이 모든 것을 이끈다’라는 본질적인 당의 영도력 강화이다.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여러 정파들의 의견들이 공유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회의 기간 동안 결정된 사안도 있을 것이며, 앞으로 논의가 더 필요한 내용들도 있을 것이다.

당 지도 체계에 대한 불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론의 보도와 다르게 현재 중국 국내에서 시진핑 1인 지배체제 강화에 대한 내부의 불만 표출이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는 마오쩌둥 시기에서부터 끊임없이 존재해 왔다. 다만 당이 군과 국가를 영도하고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특성상 내부에서 이런 불만의 표출이 전면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의 초상화에 먹물을 뿌리며 1인 독재를 비난하는 여성의 기사나, 베이징 대학교에 붙은 대자보와 관련된 내용은 중국 현지 언론이나 온라인상에서 전혀 찾아 볼 수 없으며 일반 인민들의 하마평에 조차 오르지 않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 집중 하는 것처럼 중국 현지에서의 사회적 불만과 혼란의 미동조차 찾아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작년 말 진행된 19차 당대회와 올해 초 진행된 전국인민대표 대회에서 당장(党章, 당헌) 개정과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개정을 통해 시진핑 1인 지배체제가 확립되고 장기집권의 발판이 마련 됐다는 것이 거의 확정된 내용처럼 해외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 공산당의 특성상 1인 지배체제의 확립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 중국 공산당은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의 집단 지도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큰 틀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작은 변화들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덩샤오핑(邓少平) 시기 확립된 집단 지도체계는 총서기 1인이 모든 것을 결정 할 수 없는 체계이다. 대내외에 널리 알려진바와 같이 중국 공산당 내에는 태자당, 상하이방 그리고 공청단 등 크게 세 개 정파가 그 세력을 유지 하고 있다. 다만 장쩌민(江泽民) 집권 시기 널리 세를 확장했던 상하이방의 세력이 점점 약화되어 그 맥이 사라질 위기에 있고, 태자당으로 명명되었던 혁명 원로 2세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시간이 거듭되면서 그 영향력이 줄어 들고 있다. 이들의 세력 약화 및 분화와 함께 본래 태자당 출신이었던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시파이(习派) 세력으로 재편성 되면서 앞으로 중국 공산당은 당분간 크게 시파이와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세력을 유지해 오고 있는 공청단 세력이 균형을 이뤄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서 작년 말 19차 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당장 개정과 올해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반대 2표로 통과된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개정은 당내 공청단 세력과 상하이방 세력의 전적인 동의와 합의가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때문에 해외언론을 통해서 부각되고 있는 시진핑 1인 지배체제 확립과 개인 우상화를 통한 독재는 현재 중국 공산당의 운영 체계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불만 표시 등이 중요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번주부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의 행보가 다시 속속들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가 대부분 마무리 되었다는 신호이다. 관례상 회의 결과는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올 하반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 되는 주요 안건과 결정 사항들을 보면 이번 회의에서 어떠한 내용들이 논의 되었을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인민일보에서 사라졌었던 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정치적 행보가 이제 다시 1면에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 실현을 위해 내부 단결을 호소할 것이며, 2020년과 2035년 그리고 2050년까지의 단계적 발전을 위한 당과 국가사업의 실천 노선을 강조할 것이다. 당과 국가사업의 발전을 위해 중국 공산당의 강화를 핵심으로 해야 된다는 새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최우선에 내세우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아메리카 퍼스트에 보조를 맞추려 할 것이다. 이런 정치적 배경으로 볼 때 중국내에서의 지도체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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