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 땐 정규직으로 채용하더니 2년이 다가오니, 계약직?
‘직장 내 분위기 메이커’ 30대 치료사 노조 가입 뒤 계약서 바꿔 해고하려는 병원
입사 때 작성한 연봉계약서를 계약직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병원
정규직으로 입사했어도 계약 연장을 고민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2016년 8월16일 입사해 2018년 8월16일 2년이 되는 직원 A(33)는 9년차 작업치료사로 00요양병원에 근무 중이다. 실력으로도 환자들에게 늘 첫 번째로 손꼽히는 치료사이고 병원에서는 중간관리자로 제안을 받을 만큼 일 잘하고 치료부 전체를 어우르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해 러블리라는 애칭을 가진 동료이다.
A는 병원에 정규직 공고로 입사했는데, 입사 1년이 지난 어느 날 병원관리자의 부름에 2층 원무과에 가자 "근로계약기간 만료 전 당사자 간 연장계약 등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근로계약기간 만료와 동시에 근로관계는 자동 종료된다."가 추가된 계약서를 내밀며 사인할 것을 요구받았고 "부서장 인사고과(직원평가)를 통해 계약여부를 결정하겠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병원인증제('보건복지부 지정 인증 의료기관'임을 인증받기 위한 절차)에서는 전 직원 모두 정규직으로 작성해서 인증받아놓고는 이제 와서 전 직원 모두 계약직이니 A직원 또한 계약직이라는 논리이다.
그럼 전 직원이 인증제 기간 동안만 정규직이라는 건가? 당시 A는 노조 조합원이었기 때문에 혹시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계약만료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이야기를 전달 듣고선 가슴이 철렁했다. 병원은 이미 영양부에 노조원이 존재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영양부 전체를 외주화했던 이력이 있었던 터라, 계약만료를 위해 정규직 계약서를 계약직 계약서로 주장하며 계약만료를 할 수 있다는 추측이 무리는 아니었다.
오랜 기간 차분히 혼자 다스리며 대응해왔던 A였다. 정규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지내왔음에도 입맛대로 바꾸는 병원의 입장으로 "내 근로연장에 대해 치료부 팀장, 치료부 실장, 회사측 노무사에게 반복적으로 찾아가 연장 여부를 묻는 이 자체가 속상했다"며 술 한잔에, 조용히 눈물을 보였다. 처음 힘듬을 표현했던 날, '지금껏 몇 달을 혼자 속앓이 했을텐데, 먼저 알아차리지 못해 혼자 고민하게 해서 미안했다. 그리고 더 이상 혼자 힘들게 두지 않겠다.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미 정규직임에도 재계약을 확인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도 혹여 조합원들이 이에 마음 쓸까를 염려해 담담하게 단순 추측이 아닌 확인을 위해 병원에 질의를 했더니, "계약서 관련해서는 알려줄 필요 없다. 기다려라",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절차대로 할 것이다"라는 것이 계약일 2년되는 날을 2주 앞두고 확인된 답변이었다.
분명하지 않은 답변으로 16일까지 고용하고 말고는 회사 맘이라는 식으로 고용을 무기로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직원에게 끝까지 갑질을 하는 병원. 하지만, 정직하게 일해온 노동자의 퇴사는 본인이 원하는 순간이어야 한다. 고용을 무기로 갑질하는 병원에게 강경하게 대응해야 하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바로 이 순간 노동조합이 함께 싸울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도 우리는 아직은 낯설지만 우리의 힘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일을 배우고 있다.
- 글 : 심희선 물리치료사
-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 리스팀과 보팅으로 이 글을 응원해주세요
- 민중의소리 스팀잇 공식 계정 (@vop-news)을 팔로우 해주세요
- 여러분의 응원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