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심수’ 이석기에 건넨 독일 정치인의 한 마디 “당신은 외롭지 않아요”

in #vop6 years ago

지구 반 바퀴 날아온 ‘독일 좌파당’의 연대 메시지 “정치인이 정견을 말한 것이 왜 범죄인가요?”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이석기 전 의원 같은 양심수를 석방하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날아온 푸른 눈의 정치인들이 있다. 독일 좌파당(Die Linke) 실비아 가벨만(Sylvia Gabelman, 유럽좌파연합 독일 좌파당 대표) 의원과 클라우디아 하이트(Claudia Haydt, 유럽좌파연합 중앙위원) 사무총장이다.

독일 좌파당 대표단은 독일연방의회에 상정된 '의원보호프로그램'에 따른 현지 조사를 위해 지난 24일부터 5박 6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이 프로그램은 민주적 원리에 의해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선출직 정치인이 '양심'(정치적·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박해당하는 경우, 국제적 연대를 통해 이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클라우디아 총장은 27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보호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독일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로 뽑힌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는 경우가 아직도 있기 때문이죠. 과거 독일에서도 제3제국(나치 독일) 시절과 2차대전 이후에 그런 역사가 있었어요. 우리들의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이런 활동의 필요성이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 좌파당에서는 한국의 이석기 전 의원 사건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독일 좌파당은 2007년 선거대안연합(WASG)과 구동독 공산당(SED)의 후신인 민주사회당(PDS)가 통합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독일 연방의회 709석 중 69석의 야당인 좌파당은 가장 진보적인 색채를 띄고 활동하고 있다. 또 유럽의회 좌파연합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국제적인 연대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인이 정치적 의견을 말한 것이 왜 범죄인가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에 따르면 아직도 16명(7월 기준)의 양심수가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좌파당 대표단은 박근혜 정권의 공안탄압으로 수감된 많은 양심수들이 여전히 자유를 박탈당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특히 대표적 양심수로 꼽히는 이석기 전 의원이 5년째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실비아 의원은 한국에서 아직도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많은 이들과 손을 맞잡아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자신의 정치적 의견 때문에 감옥에 가있는 이 전 의원은 범죄를 저질러서 수감된 것이 아니에요. 의원으로서 정견을 말하는 것이 어떻게 범죄가 되나요. 독일에서 '이석기 사건'을 얘기하면 '그거 북한 이야기 아니냐'고 해요. 하지만 이 사건 외에도 노조탄압이나 사상 문제로 많은 양심수들이 감옥에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지만, 새 정부를 향한 많은 요구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들은 1년 가까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 전 의원 누님 이경진(67) 씨를 만나서 느낀 강렬한 인상을 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동생의 석방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시작한 이 씨는 그해 12월 11일부터 지금까지 무기한 밤샘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한겨울에 시작한 농성 투쟁이, 찌는 듯한 폭염의 한여름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디아 총장은 "이 씨는 굉장히 용기있는 여성이다. 감옥에 있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수감자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님이 하는 일은 이 전 의원과 대중을 잇는 메신저 역할이다. 많은 에너지와 지구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비아 의원도 "거기서 혼자 겨울을 나고, 이 더운 여름에는 또 어떻게 지내는지...노숙을 하시는 모습이 놀라웠다. 에너지가 느껴졌다"며 "독일에서는 길 위에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 저항하는 시위는 보기 어렵다. 누님의 포지션(위치)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법원은 정당을 해산한 과거가 틀렸다고 인정했어요"

독일에서도 강력한 시위가 발생하면 시위 참가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폭력적으로 공권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단순히 말로써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정치인을 강제로 구금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이들은 이 전 의원의 구속수감을 시작으로 2014년 원내정당인 진보당이 강제로 해산된 한국의 현실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물론 독일도 1952년 나치즘정당(SRP)과 1956년 독일공산당(KPD)을 강제로 해산시킨 경험이 있다. 그리고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이를 악용해 진보당 해산 판결의 중요한 선례라도 되는 양 독일의 사례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나 독일 사법부는 자신들의 과거 결정을 뒤집었다. 지난해 1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네오나치즘' 성향의 독일국가민주당(NPD)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에서 이를 기각한 것이다. 당시 독일 헌재는 "NPD가 위헌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 목표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독일은 그동안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클라우디아 총장은 "독일의 과거가 틀렸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독일 헌재의 결정은, 민주주의는 극단적인 정치세력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NPD가 헌법에 어긋난 정당이지만 위험할 정도로 크지는 않다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에요. 만약 의회 표결에 부쳤다면 해산됐을 겁니다. 그럼 법원은 왜 그렇게 판결했을까요? 1950년대 정당해산 자체가 자신들의 큰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독일은 과거 정당해산 경험 이후 치열한 학문적 토론과 연구를 통해 그 문턱을 높여왔어요. 극단적인 정치세력은 어디서든 다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심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시급한 '한반도 평화'

분단국가 출신인 이들은, 한국민들의 정치적 권리 향상을 비롯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한반도 냉전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의 많은 양심수가 국가보안법과 같은 대결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에 의해 생겨났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침탈적 흡수통일을 이룬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들이 인터뷰 내내 흡수통일 이후 독일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들은 모두 서독 출신이다.

클라우디아 총장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과 관련해 "남북간 민·관 신뢰구축 병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도 통일 전에는 동·서독간 화해의 시간이 선행됐습니다. 중요한 건 (동·서독) 정부 차원만이 아니라, 평화를 요구하는 세력들을 포함하는 것이죠. 독일에는 시민사회의 평화운동과 정부 차원의 신뢰구축 노력이 병행적으로 존재했습니다. 한국도 남북간 신뢰구축을 추구하되 (민·관의) 병행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국은 (상대방에 대해) 불신과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사회주의와 북한에 대해 이러한 잘못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그는 한국의 이석기 전 의원과 같은 양심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남북화해를 통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소가 중요하다는 데 대해서도 깊이 공감했다.

이와 관련해 실비아 의원은 "이 전 의원이 활동해온 평화운동, 통일운동의 영역은 향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라며 "그는 이 비전을 미리 준비한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수원구치소에서 이 전 의원을 접견하고 왔다는 클라우디아 총장은 그에게 건넨 연대의 말 한 마디를 소개했다.

"당신은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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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요 양승태라는 괴물이 사법권을 권력자와 협상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견을 말하는 이석기가 외로워요. 멀리서 오셨으니 수고스럽더라도 괴물 좀 잡아가서 아우쉬비치에 가두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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