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상설협의체로 ‘협치’ 물꼬 트나? 아직은 ‘동상이몽’
민생법안 처리 공감대 형성했지만...여 “정책 뒷받침” vs. 야 “속도와 방향 조절”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16일 합의하면서 향후 '협치'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5당의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국회와 정부, 여와 야 사이 생산적 협치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고 5당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여야 상설협의체는 분기별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며, 필요시 여야 합의에 따라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11월에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 "국회가 후속조치 뒷받침하면 정부의 많은 정책들이 효과 발휘할 것"
김 원내대표 "대통령 정책의 속도와 방향 조절"
여야 상설협의체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당시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 제안했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은 이후 지난해 정기국회가 개원한 9월 여야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을 재차 촉구했지만, 구두 합의 수준에 머무르고 실행은 1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회동 때엔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던 자유한국당까지 적극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본격 가동될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 모두발언에서 "사실 국민들은 여야정 간의 협치를 아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며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분명하게 다시 합의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그동안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성과가 없었다며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저는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협의체를 통해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서도 더욱 더 긴밀한 소통과 대화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대통령 정책의 속도와 방향도 조절하고, 현실에 부합하는 그런 정책이 만들어져 가는데 야당도 참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그동안 야당과의 '협치'에 공들여온 청와대 입장에선 분명 진일보한 결과를 만들게 됐다. 여야정이 한 자리에서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해 직접 머리를 맞댈 수 있게 되면서, 쟁점 법안 등 처리에도 이전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비공개 자리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운영되면, 거기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국회가 좀 더 발 빠르게 후속조치들을 잘 뒷받침하면 정부의 많은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전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모두발언에서 "여야, 또 여야정이 함께 국가를 위해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성과를 내는 그런 기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쟁점 법안 처리 원활하게 진행될까
여전히 험로 예상되기도
이러한 분위기는 곧바로 법안 처리 논의로 이어졌다. 이날 회동을 통해 여야 5당은 ▲국민 안전을 위한 법안 ▲소상공인・자영업자・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법안 등 민생・경제를 위한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법안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재난안전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이 포함된다고 민주당 박경미 원내대변인이 별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했다.
단, 정의당은 규제혁신 법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경제 발전을 위한 규제 혁신에 뜻을 모아 달라는 문 대통령의 제의에 "소득주도 경제성장은 1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혁신성장이 규제 완화로 바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최석 대변인이 전했다.
이밖에도 여전히 여러 현안에서 여야간 입장차가 큰 만큼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가동되더라도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회동에서도 문 대통령과 김 원내대표는 일부 현안에 대해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첫 공식 의제로 '탈원전 정책'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속도와 방향을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조절한다"며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면서 더위를 이겨내는 국민의 한숨소리에 대통령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탈원전이 의제로 선정 안 되면 참여 안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을 이 자리에서 답변하긴 곤란하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문 대통령은 "(탈원전은) 70년, 8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겠다. 김 원내대표가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이라고 말했는데 이보다 '스텝 바이 스텝'이 없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점진적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김 원내대표가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원전 비중이 높았던 것을 조정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탈원전 문제가 앞으로 경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에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탈원전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에너지전환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고, 홍 원내대표도 "정책홍보가 부족한 면이 있다. 원전에 관한 괴담들이나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의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협조 요청에 김 원내대표는 나홀로 "지금은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굳히지 않으면서 향후 험로를 예고했다.
- 글 : 최지현 기자
-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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