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30조원 투자…마냥 박수 치긴 ‘애매모호’
투자 대부분 ‘삼성 경쟁력’ 강화용, ‘순수’ 국가 경제 활성화 자금은 6조원대
삼성이 향후 3년간 130조원을 국내에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43조원 규모다. 당초 2만여명이었던 신규채용 계획을 확대해 최대 2만명 더 뽑겠다는 일자리 확대 계획도 내놨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 3월 발표된 SK그룹의 투자 80조원보다 50조원 더 많다.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100조원 규모보다 크다. 한 해 국가 예산 30%를 넘어선다. ‘이재용 부회장의 존재감 과시’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삼성의 투자 규모는 이례적으로 커 보인다.
그런데 삼성이 설명하는 투자 내용이 모호하다. 호사가들의 분석처럼 문재인 정부가 국가 경제를 위해 대기업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있는 마당에 나온 ‘정치적 투자’라면 국민들도 쉽게 알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편이 삼성에게 유리할 테지만, 계획안은 부실해 보일 정도로 내용이 없다. 구체적 내용 대신 130조원이라는 숫자만 부각 됐다.
때문에 삼성의 계획이 기업 경쟁력 유지 차원를 위한 일반적 투자인지, 국가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위한 투자 규모 대폭 확대인 지 분명하지 않다. 목적이 무엇이 됐던 기업의 투자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삼성이 매년 30조원 가량을 투자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경제를 위한 삼성의 결단’이라고 박수만 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8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투자계획의 제목은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이다. 그런데 어디에 얼마나 투자해 경제를 활성화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은 극히 일부다. 특히나 향후 3년간 삼성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130조원 증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 설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불필요한 설명과 수사는 생략하고, 삼성이 밝힌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 반도체는 신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에 대비하여 평택 등 국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예정
- 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경쟁사의 대량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차별화 제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임
설명으로 유추해보면 삼성의 이번 투자 결정 목적은 반도체 수요 대비,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다. 순수하게 “국가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하겠다”는 설명과는 거리가 다소 멀어 보인다. 게다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이미 지난해, 혹은 훨씬 이전부터 수십조원의 투자가 결정된 사업 부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경기도 평택 1라인에 오는 2021년까지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평택 2라인을 새로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에선 여기에 들어가는 투자규모도 30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은 올 초, 경기도 화성에 반도체 생산 미세 기술 중 하나인 EUV 신규 라인을 7조원 가량 들여 건설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8조원규모의 설비 투자를 공식화 했다. ‘사상 최대’ 투자 확대 방안이 발표되기 이전, 이미 공식화된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 규모만 75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부분이 중국 등 경쟁국가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75조원 규모의 투자는 어쩌면 당연한 경영전략에 더 가깝다. 삼성은 이 투자 효과를 근거로 직접 고용 4만명, 간접 고용 유발효과 7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 창출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체 투자 금액 130조원 중 기존 투자 결정 금액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이 그나마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힌 투자 대상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등 4차산업혁명 중심 산업 투자금 25조원 역시 비슷한 성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반도체와 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삼성의 산업 연관성을 고려하면 당연히 투자를 확대 해야 할 분야에 가깝다.
삼성이 ‘순수하게’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하는 금액은 얼마일까?
삼성이 정부와 국민이 바라는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하겠다고 나선 ‘순수하고 긍정적인’ 사업 부분도 많다. 아쉬운 것은 사업 규모인데, 삼성이 밝힌 자료를 근거로 ‘기초과학 투자’ ‘청년 일자리 창출’ ‘협력사 지원’ 등 투자 금액을 추산하면 6조 8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협력업체 상생기금’이다. 기존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 온 지원 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해 총 7천억 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전용펀드(상생펀드 및 물대지원펀드)를 추가로 조성한다. 기존 협력사 지원 펀드와 합하면 그 규모는 총 3조원 가량으로 늘어난다. 삼성 협력사들은 펀드를 통해 저리 혹은 무이자로 돈을 빌려 기술개발과 3~4차 하청업체 물품 지급에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삼성은 기초과학 분야와 미래성장 분야 연구를 집중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에 향후 4년간 1조원 가량을 투자한다. 청년 취업 준비생 1만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도 실시한다. 소프트웨어 교육 투자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소정의 교육비’ 등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100만원만 지급한다고 해도 100억에 육박하는 비용이다.
삼성전자가 회사 직원들만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도 회사 밖으로 대상을 넓힌다. 향후 5년간 300개의 스타트업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인데 한 개의 스타트업 업체에 10억원씩 지원한다고 해도 투자 금액은 3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은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연간 400억원 가량을 지원했는데 이를 1천억원까지 확대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의 생산라인을 ‘스마트공장’으로 바꾸는 사업에 동참해 600억원을 출연한다.
삼성은 협력사의 최저임금제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 1월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인상 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지급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2020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분은 약 6천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 글 :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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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왜 그렇게 부실하게 계획을 발표했으려나요...
130조원이라니.....정말 ;; 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