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도시들 [Small towns to visit in England]
모든 나라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영국은 독립국이었던 나라들이 연합한 국가여서인지 유난히 지역마다 풍경, 언어의 강세, 문화가 확연히 다르고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특유의 매력이 넘치는 나라인 것 같다
안타깝게도 여행사진의 보존상태가 좋지 못하여 그중 잉글랜드의 소도시 몇 군데만을 트립스팀을 통해 소개해왔는데 '지난 여행기 다시 보기' 이벤트를 통해 다시 정리해보려고 한다
혹시라도(?) 자세한 여행기가 궁금하시면 소제목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하얀 절벽 위를 걷다 [Seven Sisters Cliff] 1,2
영국남부의 해안도시인 브라이튼, 이스트본 등은 영국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비교적 기후가 온화한 편이라 은퇴 도시로 알려져 있다.
대도시에 비해 한적한 시내나 바닷가 경치도 볼 만 하지만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두 도시 사이에 위치해있는 일곱 개의 언덕, 세븐시스터즈 클리프 때문일 듯 하다.
하얀 절벽이 시작되는 브라이튼의 세븐시스터즈 파크로 들어가면 곧장 마주치는 풍경, 쿠크미어강이 흐르고 하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저 멀리 그림 같은 시골집이 서 있는 그야말로 목가적인 풍경인 듯 했다.
평화로운 경치를 보며 걷다 보면 드디어 일곱 언덕이 나타나는데 백악기 쵸크층으로 이루어졌다는 하얀 절벽과 절벽 아래로 펼쳐진 파란 바다가 대조되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일곱 개의 절벽을 다 걷지 않고 한 두 개만 걸어보아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겠지만 걷다 보니 저 멀리 이스트본 해변이 보여 일곱 개의 언덕을 끝까지 다 걸었었다.
중세 소도시 라이 [Rye] 1,2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영국 남부의 또 다른 해안도시이다. 영국에서 꼭 방문해야 할 소도시 리스트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나름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한데, 스팀잇에서 만난 외국인 이웃 분이 라이(Rye) 포스트를 보고 자기도 여러 번 방문했었다며 무척 반가워 하기도 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인 머메이드 인은 건물 자체로 여행상품이기도 하고 호텔 안쪽의 선술집은 아주 오래 전 해적들이 떠들썩한 술자리를 갖기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해협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와 가장 가까운 곳이라 오래 전부터 프랑스의 침략을 자주 받았기에 도시방어 기능을 하는 성벽의 흔적도 남아있었다
자갈돌이 박힌 좁은 골목길과 빨간 지붕의 목조주택들이 매력적이라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던 곳이다.
잉글랜드의 풍요로움, 코츠월드 [Cotswolds]
영국을 각 지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차이는 하이랜드로 불리는 북부 고지대의 황량함과 대조되는 남부의 풍요로움이었다.
그런 남부의 풍요로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코츠월드 지방일 듯 하다. 지역에서 나는 석회암으로 지어진 부드러운 노란색의 옛날건물들이 특히 매력적인 곳인데, 우리는 현지 한인투어를 이용하여 코츠월드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몇 개의 마을을 다녀왔었다
맨 처음 방문한 버포드는 예로부터 이 지역 상업의 중심지였던 곳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이후 방문했던 다른 마을들 보다 비교적 컸고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약하게 비가 내리고 있어서 우산을 쓰고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기념품 가게들과 건물 사이로 보이는 골목길들을 구경했었다
로어슬로터 [Lower Slaughter, Cotswolds]
로어슬로터는 마을 이름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진흙이 많은 질퍽한 땅'이라는 뜻을 가진 고어인 slough 혹은 sloth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개천 같아서 강이라 부르기엔 좀 수줍지만 엄연히 아이(Eye)강 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작고 귀여운 강이 흐르는 정말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그날 투어를 통해 방문했던 마을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동화책에서 봤음직한 담쟁이 덩굴과 꽃들로 뒤덮인 오두막집
해마다 가장 잘 보존된 마을을 선정하여 블레디슬로컵(Bledisloe Cup)을 주는데, 로어 슬로터는 여러 차례 우승한 기록을 갖고 있었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마을이 잘 보존된 이유는 번성하던 양모산업이 쇠퇴해 가며 더 이상 마을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름 안타까운 이유 때문이란다.
조용하던 마을에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동차 한 대가 나타났는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 고전적인 디자인이라 놀랍기도 하고 신기했었다.
보턴 온 더 워터[Bourton on the Water, Cotswolds]
보톤 온 더 워터 (Bourton on the Water)는 윈드러시(Windrush)강이 흐르는 예쁜 마을이다.
여행하다 보면 강이나 작은 운하가 있어서 OO의 베니스 라고 홍보하는 곳이 많은데 이곳도 역시나 코츠월드의 리틀 베니스 라고 불리는 곳이다.
비가 계속 흩뿌려서 아쉬웠는데 작은 강을 따라 잠깐 걷기도 하고 가게나 집들이 너무 예뻐서 한참 돌아다녔던 것 같다
기념품 가게도 많고 아담한 찻집도 많아서 점심 대신 애프터 눈 티를 먹으려고 생각했던 곳인데 그룹 투어라 우리 계획대로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아쉬웠었다.
코츠월드 투어의 마지막 방문지는 그날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었던 바이버리(Bibury) 마을이었다.
영국에서 아름다운 마을 선발 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을 했을 만큼 코츠월드에서 가장 예쁜 마을인 바이버리는 작가이자 건축가였던 윌리엄 모리스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동네이기도 하다. 게다가 곰돌이 ‘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벌꿀 색의 석조 가옥들이 나란히 늘어선 앨링턴 로(Arlington Row)의 거리 풍경이 알려지면서 코츠월드는 유명 관광지로 거듭났다.
바이버리의 유일한 호텔인 스완호텔과 1급수에서만 산다는 송어가 헤엄쳐 다니는 콜른(Coln)강
코츠월드 소개책자에 빠지지 않는 사진의 배경 알링턴로(Arlington row)
예전에 양모산업이 번성했을 때 양모를 보관하던 창고였는데, 현재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알링턴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만난 넝쿨장미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작은 집
흐린 날씨와 개인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해 아쉬웠던 여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매력은 역시 시골마을이라는걸 다시 한 번 실감했던 곳이다.
셰익스피어 생가 마을,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 [Stratford upon Avon] 1,2,3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남아있고 그와 가족들의 무덤이 남아있어 해마다 수많은 추모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곳이다.
특히 15세기 튜더양식의 목조주택들이 잘 보존된 채 남아있는 마을 풍경은 마치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로 시간여행이라도 간 듯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만을 상연하는 로얄 셰익스피어 극장도 있어 관심 있다면 연극을 관람해도 좋을 테고 셰익스피어의 생가에선 간혹 이벤트로 셰익스피어 극단의 배우들이 즉석 공연을 하기도 하니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성삼위 교회의 가장 신성한 장소인 지성소엔 셰익스피어는 물론 그의 부인과 자손들까지 안치되어있어 사망한지 4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추앙 받고 있는 대 문호임을 실감하게 된다.
폭풍의 언덕의 배경, 하워스 마을 [Haworth]
하워스는 아주 오래 전에 방문한 곳인데 사진이 없어 별도 포스트로 소개를 못하고 이 기회에 함께 소개해 본다.
(본 여행기에 첨부된 사진은 이메일을 통해 사용허가를 받았음을 밝힙니다 )
영국 북부의 요크셔에 있는 하워스는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의 작가인 브론테 자매의 생가가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자매들의 생가 박물관엔 다른 작가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포함한 자료나 당시의 가구, 의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자매들의 아버지가 목사로 재직했던 교구교회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자매들의 남자형제가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살다시피 했다는 선술집도 남아있다.
마을 뒤쪽의 언덕을 오르면 소설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언쇼(Earnshaw)가의 모델인 탑 위든스(Top Withens)까지 걸어 갈 수 있는데, 날이 어두워지는 바람에 우리는 끝까지 가지 못하고 내려와버려서 꼭 다시 가고싶은 곳이다.
보라색 헤더 꽃 관목이 군데군데 무리 지어 자라고 있는 황량한 언덕에 올라가면 문학적인 사람이 아니라도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는데 그야말로 작품 속의 히드클리프가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은 분위기 때문에 왜 자매들이 그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저절로 이해가 되어버린다.
작품 속의 분위기를 풍기는 데는 음산하게 느껴지는 그곳의 날씨도 한 몫 하는 듯 했다
런던에서 바로 가는 교통편도 없어 아주 어렵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급히 어느 집 처마 아래로 들어가 비를 피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거짓말처럼 하워스 마을 하늘에만 먹구름이 가득했다. 바로 옆 마을 하늘은 너무도 맑아 보여 폭풍의 언덕 배경 아니랄까봐 이 마을만 비가 오는 것이 재미있는 우연이라며 키득거렸었다.
그런데 우연이라고 하기엔 정말 놀랍게도 몇 년 전 이곳을 방문한 우리 언니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럽게 몰아친 비바람을 맞으며 탑 위든스까지 힘들게 다녀온 후 너무 지쳐버려서 마을구경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작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그 나름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니가 찍은 탑 위든스에서 바라본 요크셔 무어 풍경
탑 위든스 올라가는 길에서 만난 브론테 다리 (Bronte Bridge)
이 여행기에 소개된 소도시 중 꼭 한군데만을 골라 다시 갈 수 있다면 나의 선택은 주저없이 하워스 마을에 가서 탑 위든스까지 걸어보는 것이다.
많이 늦었지만 베로니카 (@veronicalee) 작가님께 약속드렸던 하워스 여행기를 쓰게되어 기쁘기도 하다 ^^
여행지 정보
● Seven Sisters Cliffs, 씨포드 이스트본 영국
● Haworth, 카일리 영국
● Top Withens, Haworth Moor, 호워스 Hebden Bridge, 영국
● Stratford-upon-Avon, 스트래포드 온 에이븐 영국
● Cotswolds, 영국
● Burford, 버포드 영국
● Bibury, 시렌체스터 영국
● Bourton-on-the-Water, 첼튼엄 영국
● Lower Slaughter, 첼튼엄 영국
● Lye, Stourbridge, 영국
● Eastbourne, 영국
● Brighton, 영국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와~~ 도시전체가 너무 예쁘고 살고 싶어 지네요 하얀절벽을 가진 해안가도 참 독특하고 멋져요
감사합니다~ 관광지라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예쁘더라구요 ^^
[free.zzan 055] ZZAN 홍보 소각 비용이 많이 올라갔네요, @free.zzan 도 올리려고 합니다.
Good town and good photos. Thanks...
thank YOU for stopping by :)
집의 외관을 예쁘게 꾸미네요, 영국인들은...
삶의 질이 높아서 그런건가 싶어집니다 ^^
정말 많은 곳을 다녀오셨군요! 가본적은 없지만 골목 사진마다 하나같이 잉글랜드의 향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한꺼번에 정리하려다 보니 너무 길어져버렸네요 ㅎㅎ;
영국의 소도시들 👍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