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03 멘체스터에서 유서방 찾기 | 핸드폰 없이 사람찾기 2

in #trip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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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체스터에서 유서방 찾기

2011년 11월 19일





리옹의 천사 덕분에
자전거도 맡기고 몸도 재정비를 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맨 처음 유럽 땅에 발을 디딘 곳에 다시 돌아왔다.
사실, 유럽 첫 날 영국에 단 하루밖에 못 있었던 것이 아쉬워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멘체스터로 먼저 들어갔다.
내가 영국 가는 날, 딱 맞춰서 친구가 멘체스터로 어학 연수를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재워준다고 했다.
게다가 싼 값에 멘유 경기도 직관하자고 했고.

덕분에 방값도 굳고, 혼자서는 안 볼 것 같던 축구도 보게 되었다.







지금은 리옹에서 샤를드골 공항으로 가는 TGV안.
리옹에서 바로 갔으면 좋겠지만, 직항이 없다.
파리에서 출발해도 가격이 제법 비싸다.

하루밖에 못 있는 리옹인데 어떡해서든 오래 있고 싶어서
에어프랑스 저녁 비행기를 끊었더니 저가 항공사 가격의 2배나 되었다.
그래도 자전거를 터키에서 보내는 것보단 싸니 되었다.







샤를 드골 공항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출국장 직원이 하는 일은 여권 표지로 국적을 가늠한 다음
그 나라 인사말로 인사를 해 주는 것 같다.

내 여권 보고는 “안녕하세요?”라고 할 정도니깐.
이럴 때엔 “메흐시 마담”으로 받아치면 이 분들 끼뻑 죽는다.
(‘메르시’라고 하면 안 된다. ㅋㅋㅋ)







그런데 비행기는 그리 순탄히 태워주지 않는다.
티켓에는 좌석번호 대신 대기번호가 있었다.
2시간이나 일찍 왔는데 어떻게 좌석이 다 찰 수가 있는거지?
이 나라 사람들 엄청 부지런하네?

나는 탑승대기 1번이고, 게이트 앞에서 내 차례가 되면 불러준다 한다.
순간 설랬다. 말로만 듣던 대기번호.
어쩌면 비즈니스 업그레이드가 되거나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가게 해 줄지도 모른다.

마음이 들뜬다?
비즈니스? 호텔방?







하지만 친구가 계속 대기해야 하는 건 걱정이다.
어떡하든 말해줘야 하는데.
그래도 다행히 게이트 앞에 컴퓨터가 있었다.

15분에 무려 1유로나 하지만 지금 딱히 나에게 선택권이 없다.
오늘 멘체스터를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알려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으니.



출발 30분 전이다. 근데 아직 탐승도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연락은 넣어야겠다.
출발 10분전에는 탑승 마감일테니 조치는 빨리 취해야지.
돈 넣고 유일한 연락의 끈인 SNS로 들어왔다.
지금 내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신파극으로 써 넣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친구도 들어와 있었다.
글만 써 놔야하나 했는데 다행히 채팅으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없다.
출발 15분 전인데, 컴퓨터 시간이 다 되어간다.
제길. 빨리 좀 알려주지.

계속 대기자 전광판과 컴퓨터 사이를 한참 뛰어다녔는데도
뭐라도 이름이 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컴퓨터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쳇. 이러다 하룻밤 여기에서 자나 하고 늘어져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 들어갈 즈음에 전광판이 딩동 하고 울린다.
나도 비행기 탈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여기 일처리 엄청 느리네!

체크인 끝나면 다 집계 되는 거 아닌가? 정말 화가 난다.
빨리 티켓으로 교환하고 친구한테 연락을 넣는다.
게이트가 닫힐까봐 마음이 급하다.
뭐부터 해야할지 머릿속이 하얘지기 시작한다.



일단 데스크에 얘기해서 5분 정도 시간을 벌어 놓았다.
다시 허겁지겁 컴퓨터에 동전 넣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컴퓨터가 다시 켜지기를 기다렸다.
컴퓨터는 어찌나 느리던지...

그리고 한글 자판이 안 눌리는 까닭에
지금 이걸 어떻게 재빨리 영어로 해야 할지만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도 게이트는 날 기다려 주고 있었다.
SNS 뜨자마자 번개불에 콩 궈먹듯 댓글 하나 던져주고 비행기로 냅다 뛰었다.
우리가 어디서 만날지 정확하게 정하지 않았을 때...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정말 누구랑 만난다면 순탄하게 만난 적이 없다.
그래도 이번엔 좀 사정이 낫길 바란다.







파리에서 멘체스터까지는 별로 걸리지 않았다.
딱 제주도 가는 기분 정도?
그냥 떴다가 다시 내린다.

한 시간 정도 날아가 멘체스터에 내리면
다시 여행 처음에 날 짜증나게 만들었던 영국 입국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입국 심사에서 인권 관련 사고가 가장 많이 터진 곳이라고 한다.
그만큼 심사를 독하게 한다는 건데...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꼬치꼬치 다 물어본다.

“보니깐 옛날에도 영국에 들어왔었네? 왜 또 왔어?”

“여기에 단 하루만 있었거든. 너무 아쉬워서 다시 왔어.”

“여기 숙소는 잡았어?“

“어. 이름이 뭐더라... 흠 어쩌구저쩌구 샤이어 아닌가?”
(절대 친구집 들어간다고 하면 안된다. 공항으로 친구가 불려올 수도 있다.
입국 전에 꼭 근처 숙소 이름이랑 주소 적당히 알아간다.
더 좋은 알리바이를 위해서는 숙소 예약하고 예약증 뽑은 다음에 취소하면 된다.)

“Wiltshire.”

“아, Wiltshire.”

“예약증 있어?”

“내 메일로 와 있는데? 컴퓨터 줘봐. 그럼 보여줄게.”

“됐고, 여기 며칠 있지?”

“8일.”

“그 동안 뭐 할거야?”

“여기서 축구 보고...”

“어디랑?”

“멘유랑 벤피카.”

“오케이. 그리고?”

“런던으로 가.”

“거기서는?”

“뮤지컬 보고, 저번에 못 갔던 곳은 다 가보려고.”

“그게 어디어디인데?”

“뭐, 대영박물관, 트라팔가 광장, 내셔널 겔러리 정도가 되겠지?”

“그 다음엔?”

“토리노로 날아가.”

“그 다음엔?”

“거기에서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로 간 다음에 한국으로 돌아가.”

“돌아가는 티켓 있어?”

“컴퓨터 줘봐. 그럼 보여줄게.”

“됐고, 여기서 일 할거야?”

“절대로! Naver!”

“오케이. 영국에 온 걸 환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꼬치꼬치 다 캐묻는 멘체스터 입국심사대다.







뭐, 이렇게든 저렇게든 일단 1단계는 통과했다.

이제 2단계. 폰없는 가운데 친구찾기.
광장에 버X킹에 있겠다고는 했는데...
멘체스터 역에 내리고 나니 역 광장에 버X킹이 있다.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한다.
얘가 말한 광장이 어딜까? 혹시 역 광장을 잘못 말한 건 아닐까?
역에도 있는 버X킹이 광장에 또 있을까? 계속 고민이 된다.
다른 때라면 그냥 갔다 오면 장땡인데,
지금은 서로 폰이 없으니깐 한 번 길이 엇갈리면 그날 밤은 날아갈 수도 있으니깐







난 왠지 광장이 역 광장 같았다. 그래서 계속 기다렸다.
10분이 지났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살짝 역 밖으로 나가 보았다.
광장 비슷한 것이 있는데, 버X킹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들어갔다.

움직이고는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원래 무슨 사정 때문에 늦은것이면 어떡하며, 만일 광장에 버X킹이 있다고 해도
친구가 역에 있는 걸 말한 것이었으면 길이 엇갈려 못 만나니깐.
그리고 친구가 여기 비행기타고 들어온 지 하루밖에 안 되었는데,
그럼 광장보다는 역이 더 뇌리에 남을 것 같았다. 기다려보자.







그런데 20분... 30분... 있어도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 광장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이젠 이판사판. 엇갈려도 그냥 나간다.







멘체스터 거리는 그렇게 붐비지도, 그렇게 한산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뭔가 편안하다. 그냥 한국같다.
그렇게 유럽스러운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저 한국에서 많이 보던 건물들이라서 그렇다.
낯익은 풍경들을 이러저리 해쳐 나갔는데...

거짓말같이 광장 한가운데에 버X킹이 보이고,
그 앞에 친구가 서 있었다.




이제 생각은 조금만 적당히 해야겠다.
너무 머리를 굴리다가 악수를 두었다!




<이전 포스팅>

CHAP4 파리, 리옹, 멘체스터, 런던, 토리노, 베네치아, 볼로냐, 피렌체, 아씨시, 나폴리, 로마
CHAP4_02 얻으려면 기다려라
CHAP3_18 + 4_01 터키 안녕 + 파리에는 사람을 친절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나?

CHAP3 이스탄불
CHAP3_17 [Photolog] 오크에서 사람이 되기까지
CHAP3_15+16 호스텔에서 본 별난 스텝들 2+3 | 대책없는 사장, 쓸데없이 순수한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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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3_10+11 호스텔 알바 첫날 + 호스텔에서 본 별난 손님들 2+3 | 권총강도로부터 도망쳐왔던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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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3_02+03 자괴감 + 이스탄불 대학 | 터키 대학교의 학식은 어떨까?!
CHAP3_01 터키 입성

CHAP2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CHAP2_51(완) 마케도니아 -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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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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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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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여행지 정보
● 영국 맨체스터



[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03 멘체스터에서 유서방 찾기 | 핸드폰 없이 사람찾기 2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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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엇갈렸군요. 현지에 친구가 있다는게 얼마나 든든하던지.

현지에 있는 친구는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언제나 옳은 것 같습니다 ㅎㅎ
그러니 인생 착하게 살아야한다는...ㅋㅋ

안녕하세요 @tsguide 입니다. 정말 많은 나라를 다녀오셨군요! 유서방을 결국 찾으셔서 다행입니다. ㅎㅎ 핸드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여행기였네요^^

휴일에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
보팅지원에 감사하며 남은 분량 꾸준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ㅋㅋ

오 이제 다시 활동 하시는건가요!

완결내야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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