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도구탓] 홋카이도 여행기 2일차(오전)

in #travel7 years ago (edited)

12월 24일 오전 / 요이치

요이치

  • 니카의 위스키 증류소가 있는 요이치는 크지 않은 동네다. 삿포로에서 갈 수 있는 차편이 자주 있지 않았다. 비행기 연착으로 여행 계획이 밀리며 시간이 촉박했지만, 위스키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우리는 요이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새벽 세 시에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6시에 일어나 7시 쯤 삿포로 역에 도착했다.

  • 오타루에서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요이치 역에 도착하니 9시 쯤 됐다. 역 앞은 인적도 드물고 문을 연 가게도 없어 한적했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지나가던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 겨우 찾아간 편의점은 문이 닫혀 있었다. 당황하고 있을 때, 감사하게도 아까 길을 물었던 현지인이 차를 끌고 와 우리를 태웠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묻진 못했지만, 편의점이 문 닫은 시간임을 생각하고 온 것 같았다. 역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큰 편의점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었다. 헤어지고 한참 지나서야, 그분과 사진이라도 같이 찍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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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창 위스키를 만들었을 당시에는 큼직한 건물들, 위스키 제조에 필요한 온갖 재료와 자재들, 회사의 직원들로 분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니카의 요이치 위스키 증류소는 한적한 테마파크를 연상케 한다. 붉은 지붕과 콘크리트 빛 벽돌로 지어진, 2층을 넘지 않는 건물들로 이뤄진 증류소는 산업시설이라기 보다는 동화 속 세상에 가까워 보였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는 천국 같은 동네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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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스키는 건조-분쇄-당화-발효-증류-숙성 등의 제조 공정을 거친다. 요이치 증류소 안에는 각 공정을 맡았던 건물들이 모여 있지만, 관람객들에게 내부가 공개된 시설은 증류탑과 저장고(숙성) 뿐이어서 아쉬웠다. 모든 공정이 부지 안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름을 ‘증류소’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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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류소 안 모든 건물은 붉은 지붕을 하고 있지만, 다케쓰루 가택(창업자의 집), 리타 하우스(창업자 아내의 집), 사무실만은 초록색 지붕을 하고 있어 눈에 띄었다. 그 중 다케쓰루 가택은 내부 관람이 가능했다. 창업자 가족이 쓰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던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바닥이 차가워 발이 정말 시렸던 것만은 기억에 남는다.

    증류소 방문 후기를 검색해보면, 예전에는 무제한 무료 시음이 가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싱글 몰트 10년산, 블렌드 17년산, 애플 와인을 각 한 잔씩 마실 수 있다(우롱차와 사과주스는 여전히 무제한이다). 술을 한 잔씩 받아와 얼음을 한 잔에 하나씩 넣었는데, 나중에 보니 술별로 추천하는 얼음이나 물의 양이 따로 있었다. 그 정도 맛의 차이를 민감하게 가려낼 자신은 없음에도, 괜히 서둘러 마셔버렸나 싶었다. 그래도 애플와인만은 달달하여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는데, 맛있게 마시고 기념품 판매점에서 보니 도수가 생각보다 높았다(기억이 맞다면 소주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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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이어 점심도 요이치에서 해결했다. 600엔 정도에 스시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다는 식당을 블로그 검색으로 찾았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식당은 한산했다. 번역 앱을 통해 600엔짜리 메뉴가 없냐고 물었다. 주인은 어떤 메뉴를 가리키고 나서 계속해서 ‘로쿠, 욘, 하쯔’를 외쳤다. 우리가 못 알아듣자, 주인은 종이를 가져와 ‘648’이라고 썼다. 세금 같은 걸 포함하면 정확히는 648엔이라는 뜻이었다. 어쨌든 그 메뉴 두 접시를 주문해 먹었다. 가격대에 어울리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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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면서 스시를 만들고 계신 분에게 괜히 인사를 하고 싶어졌다. 여자친구에게 ‘잘 먹었습니다가 뭐지?’하고 물었다. 여자친구가 ‘이타다끼마쓰?’하자, 그대로 따라했다. 식사를 하고 있던 다른 손님들이 피식 하고 웃었다. 식당을 나와서 스마트폰에 대고 다시 말해보고 나서야 이 말이 ‘잘먹겠습니다’라는 말임을 알았다.

  • 점심을 먹고 나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증류소나 식당에서 있던 일을 얘기하며 깔깔거리고 있었기에 잘 몰랐지만, 신호를 기다린 시간이 꽤 됐다. 건너편에 지나가던 현지인이 우리를 부르며 신호등을 세운 전봇대를 가리켰다. 버튼이 있는 것을 보니, 버튼을 누르라는 뜻인 것 같았다. ‘자기가 누르면 되지 왜 우리보고 누르라 그러지?’ ‘저 쪽에 있는 버튼이 고장 났나?’ 같은 생각을 하며 버튼을 눌렀다. 횡단보도 신호가 보행 신호로 바뀌었다. 그 현지인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가던 길을 갔다. 그는 자기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신호가 바뀌는지 모른 채 서 있는 우리에게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말을 걸었던 것이다. 내 마음이 꽤나 팍팍해져 있지 않나 싶어 부끄러워졌다. 늦게나마 그 사람에게 등에 대고 고맙다고 소리쳐 말했다.

  • 요이치 위스키 증류소에 대한 정보

    1. 니카의 요이치 위스키 증류소는 평소 휴일에도 개방하지만, 연말연시(12/25~1/7 : 이 기간은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것이라 확실하진 않다)에는 문을 닫는다. 우리는 24일에 갔으니, 마지막 개방일에 방문한 셈이다.
    2. 위스키 증류소 안에는 무료 시음 말고, 유료로 시음할 수 있는 위스키도 있다. 마셔보진 않았는데, 유료와 무료 둘 다 마셔본 한국인 관광객의 평가를 들었다. ‘확실히 다르다’고 하니 위스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유료 시음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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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가보싶어요 ~~~와우

일본은 가보고 싶은 곳이 많지만, 홋카이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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