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ARY GAME : 05/09/20 : 따분함
알랭 드 보통 소설이었던가, 취리히의 적막함에 대해 묘사하면서 내면이 흥미로운 사람은 도시가 따분한 것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대충 이런 의미를 담은 구절이 생각 났다. 요즘 재미 없다, 라고 투덜투덜 하는 문장을 쓰려다가 멈칫.
블러트에 계정을 만들어두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 스팀잇과는 조금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싶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놔두고 있던 중이었다. 요가 일기 혹은 음식 일기를 적어볼까 한다. 좀더 몸에 초점을 맞춘 기록 성향을 띤. 항상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작용들에 대해 잘 풀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블러트는 그런 욕구를 최대한 배제하고 육체적인 활동들을 하면서 그때 그때 눈에 보이는 변화라던가 순간 순간의 감각들만을 기록해보고 싶다. 무언가 애써서 해석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는 일중독의 존재이다 라는 바이얼이 나왔다. 최근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돌리던 광고를 중단하고 쉬어가고 있는데 사실 온전히 쉬지 못하고 압박은 압박대로 받고.. 뭐 그런 상황.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산뜻하게 출발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시간을 충분히 주는게 좋을 것 같다. 여유가 필요하다. 마음 속 한 켠에서 처리 해달라고 꼼지락 꼼지락 거리는 일들이 있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미뤄왔던 것 같은데, 그런 자잘한 일부터 좀 챙기고 싶다. 보험금 청구를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은 영수증부터 정리해야 겠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중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고 싶은 일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지 도피하는 심정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면 그냥 분간이 될 때까지 계속 해보는 건 어떨까? 도피를 하더라도 아예 허튼 짓만 안하면 된다고 스스로 토닥 토닥 중이다.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잠도 늘고, 어딘가로 자꾸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확실히 도피성인 것 같긴 한데 도피하고 있는 곳이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래도 역시, 기운은 좀 침체되어 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일상에서 웃을 수 있을만 한 일들을 찾아본다. 고양이와 놀기, 엄마랑 대화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랑 메시지 주고 받기, 유머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순간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순간들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역시.
'재미없다'라 전느 재미를 찾기를 의도 해보는 중입니다. ㅎㅎ
몸에서 일어나는 것들의묘사도 재미있는 듯해요 ^
'유머를 잃지 않을 수 잇는 순간' 이 문장 참 좋네요. ^^
가운데님이 하시는 몸에서 일어나는 것들의 묘사 독특하고 재미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