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한병의 기적/노자규

in #story6 years ago (edited)

요구르트 한병의 기적
출처 : 골 목 안 .. | 블로그
http://naver.me/x6gyJblj

요구르트 한병의 기적

조그만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해맑은 아침을 여는 동네가 있습니다
새벽길을 지나 아침이 오면
분주한
사람들이 휩쓸고 간 한산한 거리가
얼굴을 들고 나온답니다

거리에 침묵이 내려선 자리에
늘 그렇듯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할머니가 지나갑니다
여기저기서 상인들이 모아주는
종이를 리어카에 한가득 실고선
고물상으로 가는 언덕 아래
한 박자
쉬어가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디선가
낮 선비가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때
조그마한
노란 우산이 할머니를 감싸며
요구르트 한 병이
쑥 내밀어져 옵니다

“할머니.. 드세요”

“아니다
너 많이 먹고 퍼득 자라렴..”

어린 소녀는 빨대를 꼽아
다시 할머니에게 내밉니다
마지못해
긴 들숨으로 행복을 마신 할머니는
잠들지 못한 고달픔을 달랜 뒤
다음 끼니를 위해 마지막 종착역인
고물상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가파른 세월
걸어도 달려도 제자리인 삶
머리는 기억을 지워도
가슴은 기다림으로 살아온 세월 앞에
할머니와 소녀는
행복과 사랑을 서로에게 건네며
친구가 되어갔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는
소녀의 고마움에 보답을 하기 위해
소녀의 부모가 하는
과일가게에 문이 열리기 전에
고물상에서 받은 우유 하나를
놓고 가게 되었답니다
매일 아침이면
가게 앞에 놓여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소녀의 엄마는
오늘은
먼 발취서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가게 앞에 멈춰 선 리어카
조용히 우유 하나를 가게 앞에 두고선
사라져 가는 할머니의 리어카를
소녀의 엄마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음날
고단한 하루를 붙들고
그리움이
병이 된 집 앞에 들어 선
할머니의 눈에 귤 한 봉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할머니는
그 과일을 소녀의 부모가
가져다주는 걸 알게 되고
그 고마운 마음에
차마 과일을 먹지 않고
박스를 줍고
돌아오는 길에 홀로 사시며
몸이 불편해 하는 다른 할머니에게
과일을 갔다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든 어느 날
할머니가 학교 앞을 지날 때였습니다
“할머니,,,,할머니.. “
멀리서 부르는 소리에
가든 길을 멈추고 뒤돌아선
할머니 앞으로
낯선 여자 한분이 다가왔습니다

“할머니께서 매일 저희 어머니에게
과일을 갔다 드린다는
할머니가 맞으시죠? “

“아...
미국에서 의사질 한다는 그 딸이구먼... "

"네에!
어머니 모시고 미국 들어가려고 왔다가
할머니 말씀 듣고 사례라도 하려고 왔어요... “

“사례는 무슨...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

“정 하려면
그 과일을 사준 사람에게나 하시게.... “

“그게 누군데요”

“잠깐 기다려보면 나올 거유”
할머니의 시선은
학교 교문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나오는 틈 사이로
할머니에게 요구르트를
매일같이 전한 소녀를 손으로 가리킵니다

“바로 그 과일을 있게 해 준 사람이
저기 저
하얀 원피스 입은 꼬마 아이라우 “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 후 소녀를 부르려는 순간
소녀 앞으로 신호를 위반한 트럭이
덮쳐 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고 맙니다
그녀는
재빨리 뛰어가 응급조치를 한 후
자신의 차로
인근 큰 병원으로 후송을 합니다

응급실 앞에 서성거리는 그녀 앞으로
급하게 뛰어온 소녀의 부모와
폐지 줍는 할머니가 울면서 다가옵니다
그때
응급실에서 나온 의사는
난색을 띄운 표정을 합니다

환자의 피가 rh-a형 수혈해야 하는데
지금 저의 병원에는 준비된 게 없습니다
여러 군데 수소문을 해 놓았지만.......

그순간
"제가 수혈하겠습니다...
제피가 rh-a형입니다 ..."
하며 나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미국에서 의사를 한다는
할머니의 딸이었습니다
수술은 잘되어 의식을 찾게 되었고
건강한 몸으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바쁜 하루해가 갈라진 돌틈사이로
설익은 어둠이 되어 사라져 갈 때
오늘도 누군가 할머니를 위해
가져다 놓은 요구르트 한병 ....

손등에 먼지가 이는 삶이
전부인 할머니는
요구르트 한 병으로 시작된 작은 기적이
가져다준 이 행복 위에
삶의 무게가
무겁지 않기를 바래볼 뿐입니다

병실에 누운
소녀의 마음이
햇살을 타고 전해오는듯합니다

“할머니
오늘 하루도 감사했습니다 “

매일 눈뜨면 받는
오늘 하루라는 선물
수없이 남은
내일보다 가치가 있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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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노자규 웹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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