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샘 행복샘/노자규

in #story6 years ago

눈물샘 행복샘/노자규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naver.me/GyfaHgol
눈물샘 행복샘

제 남편은
작은 보험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경기도 안 좋아 들었던 보험도
해약을 한다고들 난리니 집에 들올땐
남편의 얼굴은
늘 찌그려진 냄비를 닮아가고 있어요

아직은 애들이 초등학생이라
그럭저럭 버터 볼만 하지만
어머니께서 당뇨합병증으로 입원해
병원비가 자꾸 늘어만 가니
이젠 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직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는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심값을 아껴 돌아오는 어머니 칠순엔
가족여행을 떠나자고요
사랑의 징표로
저는 남편 도시락을
남편은 저의 도시락을
서로 싸기기로 말이죠

am6:00
아침 일곱 시에 출근을 하는 저를 위해
남편은 일어나 도시락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락을 식탁에 놓아두고
아홉 시에 출근을 하는 남편은
다시 들어와 잠을 청합니다

저는 이런저런 출근 준비를 한 후
남편의 도시락을 싸 놓고는
남편이 싸준
도시락을 들고 직장으로 출근을 합니다
무슨 반찬을 샀는지
서로 알 수는 없지만
내 반쪽의 사랑과 정성이 뜸뿍 담긴
도시락을 열어 볼 때의 짜릿한 그 환희는
안 겪어본 사람은 말을 하지 마세요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 앞에서 없는 폼 까지 잡고선
아내의 도시락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남편
“ 늘 우리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당신이 자랑스러워 “
영원한 나의 반쪽
사랑해... “

“와.... 우리 사장님
최고이시네,,,,“

“부럽습니다”

“사랑받는 비법이 뭔가요”

하지만
그렇게 좋았던 부부 사이도
하늘의 날씨처럼
장담하기가 참 어려운가 봅니다
저녁 시계가 벌써 새벽 1:00을 가리킵니다
잔뜩 화가 난 아내가 핸드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려는 순간
문자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450000원 호박터”
이 화상이
오늘 고깃집에서 동창회를 한다더니
술한잔에 취기가 올라
“오늘 내가 쏜다“라는
병이 도진 것 같습니다

am2:45
띡띡띡띠릭...
대문 버튼 수신음이 울림과 동시에
대한민국 술은 혼자 다 마신 듯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서는 남편
보온 도시락은 이마에 걸고
넥타이는 무릎까지 내려와 나풀거리고
있는 모습이 정말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

“ 지금껏 소한마리 다 잡아
드신다고 고생하셨네...
술 깨고 내일 아침에 봐 당신.. “

폐차장 사장이 제일 좋아하는 “구기자차”를
마신듯한 표정으로 아내는 배게를 챙겨
큰애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am6:00
마루에 시계 쾌종 소리도
술이 안 깬 주인을 닮은 건지
건전지가 다된 건지
축 늘어진 남편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아
미워 죽을 것 같은 아내

“새벽에 들어온
이 인간이 일어날 리가 없지 “

“제가 누굽니까 현모양처 아니든가요
그래도
남편 도시락은 챙겨드려야죠,,,,“

아내의 소심한 복수는
지금부터 시작되려는 걸까요
알 수 없는
냉소를 띄운 아내가 참 수상해 보입니다

술이 들깬 채로
출근하려고 일어난 남편이
현관 앞에서 밖을 향해
가지런히 놓인 구두를 보며
흐뭇한 미소한 점을 입가에 올립니다

“그럼 그렇지 하늘 같은 남편인데.. “하며
신발을 신고 걸으려는데
그만 넘어지고 맙니다
신발끈이 하나로 같이 묶어버렸기 때문에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심한 아내의 복수를 웃어넘기며
출근한 남편은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 앞에서 맘껏 폼을 잡습니다

“내가 말이야
어제 새벽 세시 넘어 다되어
들어갔는데도
이봐라,,,
도시락 딱 챙겨놓은 것 봐라
나처럼 마누라 꽉 잡고 살란 말이야...
나약한 이 남자 직원님들아... “

일제히
도시락을 열어 식사를 하려는 순간
남편은 산길을 가다 뱀을 만난 표정입니다

“초밥 위에 새우깡 과자”

“초밥 위에 자갈치 문어 과자”

“초밥 위에 꽃게과자”

직원들은 나오는 웃음을 끝내 참지 못하고
다들 밖으로 나와 버립니다

그때 울리는 문자메세지
“해물탕 맛 어때....”

맑게 개인 새 아침이 밝아 왔습니다
남편이 싸준 도시락은 일주일째
현관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남편은 그 도시락을 다시
저녁밥으로 일주일을 먹어야만 했습니다

“사장님
이럴 땐
요즘 유행하는 망사 지갑 같은 거
하나 선물해 보이소.. “

직원의 말대로 아내의 도시락 옆에
이쁘게 포장한 망사 지갑을
가지런히 놓아둔 아침
일어나 보니
남편이 싸놓은 도시락이 식탁에 없습니다
지갑과 같이 말입니다

“야호... 드디어 아내가 화가 풀렸나 봐,,,,,“

희망에 부푼 남편은
아내가 싸놓은 도시락을
흔들며 출근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am12:00
직원들의 하루의 관심사는
사장님의 도시락이 된 것 같습니다

"자자,,, 직원들
어서 모이라고 점심들 먹고 해야지 “

“어지 되습니꺼,,,화해는 했습니꺼...”

어째 오늘 남편의 얼굴엔
그동안의 창피를 복구하려는 듯
자신감이 턱에 걸렸습니다

“내가 누꼬
잘봐라
개봉합니다 "

“밥통엔 밥이 들어있군요.”

“그럼 오늘의 반찬을 뭘까요 “ 하며
열어본 순간 그곳에도 똑같은
밥이 들어있었습니다

직원들은 탁자 밑으로 숨어
웃음을 참기 바쁩니다

그때 울리는 문자메시지

(밥맛 어때...)

(카드값 다 갚을 때 까진
밥에 밥은 쭉 이어진다)

(참! 망사 지갑은 또 뭐꼬
와! 돈이 덥다 카더나...)

그날 남편은 물을 반찬으로
말아 먹을수 밖에 없었답니다

한지붕 아래 말 한마디 건네기 조차
힘든 날들을 보내든 남편이
술 한잔을 걸치고 들어와서는
화해라도 청해볼 욕심에
잠든 아내 머리맡에 쪽지를 하나 놓아둡니다

“내일 일요일이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
아침 6:00에 깨워져
사랑해 "

눈을 떠보니 일곱 시가 넘었습니다
아내는 보이지 않고 화가 난 남편의 눈에
식탁에 쪽지 하나가 보입니다

“6:00시야 일어나..”

아무래도 이 부부의
냉전은 좀더 오래갈 것 같습니다

집에 머무는 먹구름이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어 보이 든 어느 날
아내의 핸드폰으로 울리는 낯선 전화번호

“여보세요”
“네 xxx 고객님 전화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제가 xxx인데요”
“호박터라는 갈빗집입니다
x월 x일 호박터에서
발행된 카드금액이
45000인데 직원의 실수로
45만 원이 발행되었습니다
재발행을 위해
들려주십사 연락드린 겁니다 “

“아... 네 감사합니다..”

아! 이럴 어쩝니까
남편한테 미안해서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아내는
실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무심코 퇴근한 남편은
식탁에 차려진 삼겹살 구이를 보고선
도시락 가방을 집어던지듯 내려놓고는
식탁에 먼저 앉고 맙니다

“야호,,, 여보 오늘 무슨 날이야
웬 삼겹살이야 “

아내는 조용히 깻입한 장에
삼겹살을 얹어 남편 입에 넣어줍니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호의에 눈이 휘둥그레진 남편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붕어처럼 입만 오물거리고 있습니다

“자... 술도 한잔해... “

영문도 모른 채
아내가 따라주는 술을 홀짝거린 남편은
아내에게 얼렁 상추에 삼겹살 한점 얹어
먹여주는 재치도 부려봅니다

“여보... 화 풀린 거야...”

“그래 풀렸어....”

“ㅎㅎ 그럼 내일 도시락 반찬 뭐야 “

“걱정 마
밥에 밥은 아니니깐...”

모처럼 이부부 오늘은
달달한 밤을 보낼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달님이 서둘러 간 시간 위로
하얀 햇님이 거리에 먼저 나와 앉았습니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여보 오늘 일찍 들어올 수 있지 “

“나 오늘 김 사장과 저녁 약속 있어
애들이랑 먼저 먹어”

“애들아 너네들은....”

“엄마 오늘 불금이라
철수랑 피시방 가기로 했어”

“엄마 난 노래방... 늦을 거야”

아이들과 남편은 오늘이
생일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때늦은 저녁
바쁠 것도 없는 아내가 퇴근을 하면서
미역국이라도 혼자 끓여먹여야겠다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1,2,3위보다 4(사)위를 더 좋아하는
친정엄마의 전화니다

“엄마“

“그려 애미다
오늘 너 귀 빠진 날인데 미역국은 먹었나 “

“하모
아침에 장서방이 끓여줬어 먹었지
저녁엔 애들이 케이크 사서 파티 한다네
싫타는데두 어찌나 성화인지... “

“그려..
이방 저 방 뒤비봐도
서방이 최고고
니편내편 따져봐도 남편이 최고데이 ....“

그렇게
주소 없는 편지를 들고나간 사람처럼
전화를 끊고 들어서는 집은
늘 그렇듯
컴컴한 어둠이 먼저 아내를 반깁니다
식탁으로 발길을 옮기려는 순간

4.. 3..이라는 숫자가 어둠 속에
불이 켜진 채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져 나왔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 나의 반쪽 ♩ 생일 축하합니다♪

어둠을 밝히는 불이 켜지며
남편과 아이들이 서있습니다

“여보 뭐해 어서 촛불 꺼야지... “

두볼을 타고 나도 모르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요.....”

행복은
백밀러에 비춰진 글자들처럼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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