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아빠/노자규

in #story6 years ago

펭귄 아빠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m.blog.naver.com/q5949a/221389365127
펭귄 아빠

“희망한단 주세요”
“행복 한 봉지도요”
“ 기쁨 한근도 같이 주세요”
오늘 당신의 저녁 식탁에
행복 1kg을 올려놓고
밥과 반찬에 한 줌씩 얹어 주며 말하세요
“늘 함께여서 고마워 ”라며

어느 작가의 글을
헨드폰 속에서 읽고 있을때

“난 어제 휴가 내서 아내랑 아이들이 있는
런던에 다녀왔어...
자네 아이들은 LA에 있다고 했지
한번 시간 내서 다녀오지 그래
얼굴도 볼 겸... “

“자넨 능력 있는 독수리아빠군”

“난 기러기 아빠도 못 되는 펭귄 아빠라,,,,“

“그게 뭔 소리야. 갑자기 웬 새타령”

아무 때나 애들 보러 날아갈 수 있는
'독수리아빠'

일 년에 한 번 보러 갈 수 있는
“기러기 아빠”

비행기 탈 돈이 없어서
외로움을 혼자 삭일 수밖에 없는
나 같은 사람을 '펭귄 아빠“라는군

“나도 언제 펭귄 아빠로 전락할지”

“ 우리에게도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존재하고 있었구먼”

고여있는 슬픔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속을 내보이며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을 돌며 일주일 중
차에서 4일을 보내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처지라
오늘도
하늘로 날지 못한 펭귄 아빠는
험난한 여정을 끝마치곤
고달픔을 매달고
새벽 두 시가 넘어 들어서는
불 꺼진 집이 주는 정막 감과 외로움을
문 손잡이에서부터 느껴야 했습니다

등골이 휘는 세상살이와 밥솥에 찬밥이
돌덩이가 돼버린 슬픔이 교차하면서
밥주걱을 든 채 문패에 걸린
피폐해진 하루를 바라보고 섰습니다

다시 밥솥을 덮은 펭귄 아빠는
오늘도 슬퍼서니까
기쁜 날들이
오리라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 할 때
전화벨 소리가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빠 내일까지 교재 사야 하고
친구들이랑 여행 가기로 했단 말이야... “

“여행은 다음에 가면 안 될까”

“내 친구들은 한국에서 게네들 아빠가
일 년 치 다 보내줬데
내일까지라고 알았지.. “

“그래 알...”
"그래 알았어"라는 단 다섯 마디의 말도
기다려 주지 않는 아들을 생각하며
서툰 회의감이 밀려오고 있었지만
나에겐 불편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가족들에겐
충분히 아늑한 일이라 생각하며
부성애가 강한 아빠 펭귄은
오늘도 바위 덩어리보다 무거운
자식이란 무게 앞에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새벽이
걸어 나오면서 아픔을 데려와서인지
응급실이라도 찾아가야 할
고통에 눈을 떴습니다

“띠리링... 띠리링“
이 새벽에 울어대는 핸드폰은 분명
아내 일거라는 짐작으로 받아 든 전화기에선

“당신 요즘 사업이 잘 안돼
저번 달 카드값 아직 안 낸거야
학부모 생일파티에 한턱 쏜다고 데려가서
개망신 당했잖아
못 냈다고 미리 말을 하든지
그리고
민제 다음 학기 곧 등록 해야잖아
준비되는대로 연락 줘...
그럼 잘 자.... “

“여보 나 할 말이 있는데”

“지훈이 지금 학원 데려다줘야 해
바쁘니 다음에 해요 “

아내의 목소리가 사라져 간 핸드폰엔
무음의 적막감에
의도된 슬픈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별에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되는 걸까
“밥은 먹었냐고...
어디 아픈덴 없는지... “
물어봐 주길 바랜 자신을 더듬어 보며
겹쳐진 슬픔 끝자락에 맺혀있는
눈물 한 방울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아픔을 숨긴 채
점점 가족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이번 휴가 때
애들과 당신 보고 싶기도 해서
갈려고 하는데 “

“그럴 돈 있으면 그냥 보내요
여기선 돈 한 푼이 새로운데... “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먹지 못한 채
오직 새끼 펭귄의 부화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서있어야 하는 펭귄이 된 채
"자식만
놓으면 그냥 되는 줄 알았다며.. "

"아빠라는
자리에서 이젠 내려오고 싶다는... "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눌러 놓은 채
아픔이 길이 되어 흘렀습니다

행복의 근원인 가족 이란 이름 앞에
내걸린 의무에
다 주고 가슴 한 움큼을 더 떼어놓고도
우아한 척 사는 위선의 그림자가
수식어처럼 늘 따라다니는 게 싫어
포장마차에서 저울질하는 친구도 없이
혼자 소주를 밥 대신 마시고 있습니다

주인 할머니와 이런저런 말 끝에
남편을 잃고
이십여 년을 포장마차를 하며
아들 하나 있는 거
뒷바라지를 하며 보낸 세월을 뒤로하고
손자 공부 위해 아들 가족들이
몇 해 전 몽땅 이민을 가버린 뒤
연락조차 없다며 하소연하면서

"그래도 손님은 펭귄 아빠라도 되지만
나 같은 사람을 뭐라는 줄 아슈
"새털 엄마”라 그럽디다 “

“아빠가 

돈 말고 우리에게 해준 게 뭐 있었어요”
란 말이 뇌리를 스치며
속을 지진 술 한잔에 겹쳐오는
또 다른 슬픔이
독배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남겨짐의 슬픔을 조용히 배웅하고
돌아선 어느 날
... ..병에 걸린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늘 혼자 다니는 것만 봤지
가족이 있었군요 “

숨진 지 열흘이 지나
등골 휘어진 골목에서 들려오는
동네 사람들의 아우성은
마치 장승 곡처럼 슬퍼 보이기만 합니다

방안에는
나부끼는 고지서와 뒹구는 맥주병..
쌓인 담배꽁초들..
그리고
잔고가 없는 빈 통장들 사이로
힘들었지만 놓지 않았던 가족사진 한 장이
놓여있었습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었던
“펭귄 아빠”의 마지막 한마디는

  “ 가족이란 

조건을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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