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buskers/unlimited] 오늘따라 햄버거
"어서 와 어서! 이러다 기차 놓친다니까."
소년은 한참이나 뒤처져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콜라가 넘쳐흘러 어쩔 줄 몰라 하다 보니 뛰지도 달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걷는데, 문제는 햄버거와 폼클렌징이었다.
소년은 반드시 폼클렌징이 있어야 세수를 할 수 있단다. 예민한 피부 때문이라고. 하지만 소년은 마법사의 권고는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피부에 집착하느라 마법사의 말을 한 귀로 흘렸기 때문이다.
"반드시 100밀리 이하 용기에 담아오게 안 그러면 공항 보안검색대에 압수당할 테니까."
소년은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겠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압수를 당했다. 테러 위협에 보안 검색이 강화된 파리 공항은 소년의 120밀리짜리 폼클렌징을 그냥 보내주지 않았다. 내용물은 절반밖에 없는데. 그래도 용기는 120밀리니까. 그리고 그것은 나비의 거품이 되어 소년의 발목을 휘감았다. 소년은 폼클렌징에 사로잡힌 것이다.
소년은 새로 들어서는 동네에서마다 '파마시'를 외쳤다. 유럽의 화장품은 약국에서 파니까. 그러나 좀처럼 100밀리짜리 여행용 폼클렌징은 발견되지 않았다. 간혹 있더라도 가격이 비싸 좀처럼 소년은 덥석 쥐지를 못했다. 소년은 저소비녀와 같은 사주를 타고 태어났다.
_ [마법행전 2부 9장] 오늘따라 햄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