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부장의 라떼]010. 회사원이라면 당당하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
회사원은 회사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들 모이면 회사욕을 한다.
자기회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만나면 누가누가 더 그지같은 회사에 다니는지 겨뤄볼 지경이다.
이건 국룰이다.
회사생활과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들면 내보이기가 부끄럽고 민망하다. 사장님이 이해가 가고 사측의 의견과 동의를 하면 친일파라도 된 듯 죄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당당하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일이 좋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
늘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자다가도 눈이 번쩍 떠져 메모를 하기도 한다.
니 사업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월급 받은 만큼 하면 된다고들 하지만,
돈을 떠나서
나는 내 브랜드가 좋고, 내 일이 좋고
우리회사가 잘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높은 평가를 받고 돈도 많이 받으면 좋겠다.”
그리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쉽게 말하는 것처럼 “돈만 벌러” 직장생활을 한다면 우리 인류는 정말 서글프다. 그럴리가 없다. 모두가 마음 한 켠 에는 나처럼 일을 사랑하는 마음을 적어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다.
그러나, 드러내어 말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왜 그러는 걸까? 아부하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을지, 이 회사 아니면 갈 곳 없는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을지… 를 생각하는 걸까
신입사원이었을 적을 떠올려보자. 입사한 기쁨과 일에대한 열의가 있다. 우리회사가 너무 좋고 내 일이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며 일의 고통을 경험하면서, 순수한 일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것은 “애송이”같다고 느끼게 되는 것 일까.
대리이상 직장인중에 신입때처럼 회사와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 사실은 모두 여전히 일에서 보람도 느끼고 회사에 대한 긍지도 있지만 괜히 아닌척 해보는거다. 연애할때 상대방이 날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걸 들키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데 왠걸. 회사에서 잘나가는 애들은 내 일이 좋다고, 우리 회사가 좋다고 얄밉게도 잘만 떠들면서 다닌다. 사람들은 그걸 ‘정치적’이라고 부르며 은근히 비난한다. 그렇지만 결국 그런애들이 승진을 하고 임원이 된다. 연애할때 자존심 다 내려놓고 진심으로 직진만 하는 애들이 상처도 많이 받긴 하지만 궁극에는 진정한 위너가 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다. 이건 숨길일이 아니다. 심지어 진짜 내가 회사랑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뭔상관이냐. 왜 내 일이 좋고, 더 잘하고 싶고, 회사 매출 잘 나오면 기분도 좋고, 우리회사가 잘나가서 이름알려지면 나도 자랑스럽고, 그리고 그럼 덤으로 인센티브도 받고, 승진도 하고 싶고 그렇다고 당당하게 말을 못하느냐 말이다.
소처럼 일만하고 음매거리지만 말고, 열심히 일하는만큼 표현도거침없이 하자 말이다.
회사란 언제나 나쁜남자 나쁜여자 처럼
나를 은근히 쌀쌀맞게 대하겠지만
재직하는 기간동안에는 올인해주리라.
사랑할때는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하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