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전장(戰場)의 한가운데서

in #steemchurch6 years ago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고독한 전쟁터라는 게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다. 전쟁터는 총알이 빗발치며 폭탄이 터지는 굉음과 함께,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나자빠지는 격렬한 소음의 현장이다. 두려움과 안도감, 죽음과 삶이 교차되는 곳에서, 어떻게 고독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물론 인간들이 벌이는 전쟁터는 그렇다. 그러나 필자가 사투를 벌이는 전쟁터는 아주 고요하다. 그래서 더욱 섬뜩한 고독함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필자는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에서 시작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떠올린 것이다. 아우성이란 떠들썩하게 질러대는 소리를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소리 없는 아우성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필자가 마주한 전쟁터가 고독한 전장이라고 칼럼의 제목을 붙인 이유이다.

필자의 영성학교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평생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신앙생활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갈급한 마음에 성령이 내주하는 기도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경악한 상황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 안에 수많은 귀신들이 우글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평생 동안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고 헌금을 아낌없이 드리고 교회봉사를 해왔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망연자실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 안에 우글거리는 또 다른 인격체가 팩트로 드러나고 있으니,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아는가? 귀신들은 속이는 데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맞춤형으로 사람들을 속인다. 하나님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돈과 쾌락을 쫓는 일에 몰두하게 하고 하나님의 존재를 허구적인 사상이라고 치부해버리게 한다. 로켓이 화성으로 날아가는 시대에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하면서 말이다. 예수를 믿고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속이는 방식이 통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의 속내를 읽고 신앙의 수준에 맞추어서 속인다. 많은 이들이 교회에 온 이유가 영혼구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축복을 받아 세상에서 잘되고 자유하게 살 거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기복신앙을 집어넣어 예배의식과 과도한 헌금, 희생적인 교회봉사를 하게 함으로 하나님을 감동시키고 있다고 속이고 있다. 또한 종교적인 사람들에게는 새벽기도와 금식기도, 과도한 금욕주의와 자의적으로 해석한 종교행위를 따라하게 함으로 자신의 의를 사람들에게 드러내게 하고 자랑하게 만든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형식적인 신앙행위와 예배행위를 반복하게 함으로, 마치 천국을 보험들 듯이 여기도록 한다.

하나님은 그런 사람 중에서 성령을 사모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필자의 영성학교에 보내주신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기도를 하는 중에, 귀신이 자신의 몸에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 때부터 귀신들과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악한 영들은 갖가지 계략으로 공격한다. 몸을 여기 저기 아프게 하고, 머리를 혼미하게 만들거나 정신을 잃게 만들고, 가족들의 마음을 부추겨서 기도를 방해하고 각종 기이한 사건 사고를 일으켜서 두려움을 주고 불안하게 하여 기도를 못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머리를 타고 앉아 부정적인 생각을 넣어주어 기도집중을 하지 못하게 하는 공격을 탁월한 파괴력이 있다. 그래서 귀신과 피터지게 싸우는 사람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이들이 중도에 이들과의 싸움에서 져서 조용히 사라져버리고 만다.

귀신들이 넣어주는 생각을 분별하고 쫓아내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생각이 바로 귀신이 넣어주는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조차 어렵고, 늦게 인지해버리면 기도가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생각이 귀신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철저하게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싸움에서 패배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머리를 타고 자신들의 생각을 넣어주는 귀신과의 싸움은,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고독한 전쟁이라고 필자가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싸움처럼 피비린내 나는 싸움도 드물다. 사람들이 벌이는 전쟁은 육체의 부상이나 죽음이 전부이지만, 이 싸움에서 지게 되면 육체와 정신은 물론 영혼까지 지옥으로 던져지게 되는 무시무시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싸움이 실로 어려운 것은,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으로도 볼 수 없는 적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이 좁디좁은 문이고, 청함은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은 받은 자는 적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피부로 와 닿는다. 그래서 죄와 싸워 이기고 죄를 부추기는 악한 영들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아무도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되지 못하게 된다. 그 싸움을 지휘하며 독려하는 필자가, 왜 고독한지 당신이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문제가 비단 필자의 사역일 뿐만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의 생명과 영혼이 걸려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절규하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 것이다.

크리스천 영성학교, 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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