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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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 그런가 몸이 지쳐서 그런가 요즘 아침이면 이불속을 파고든다.
아내와 같이하던 아침 운동도 언제부터인가 따로 놀고 있다.
오늘도 잠이 덜 깬 상태로 나섰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는 길인데도 그렇다.
어디로 갈 것인지를 정해 놓지 않고 나서는 아침 산책이지만 대개는 1979 공원을 가서 시계탑을 두서너 바퀴 돌고는 공원을 지나쳐 자전거 도로로 향하던지 아니면 운동장으로 간다.
누구 말처럼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게 나의 산책 코스가 된다.
그런데 요즘 봄바람이 불었는지 잘 안 가던 곳을 향해 가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발이 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조종천 강가 벤치에 앉아 있는 젊은 연인을 본다.
꽃샘추위로 아침 공기가 매우 싸늘한데 강가 벤치에 붙어 안아서 편의점에서 산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지나치며 생각하기를 이렇게 추운데 어쩌려고 저러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때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만 있으면 무조건 좋을 때지 그래 이 정도 추위쯤이야 낭만을 사랑을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아니지 하는 생각을 하고 걸어서 강가로 내려섰다.
개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조종천이다.
수량도 많고 개천의 폭도 제법 넓다.
그래서 강이라고 하는 게 좋을 듯싶은데 내 천, 자가 붙는 조종천이라 한다.
그러나 그냥 이야기할 때는 강이라 한다.
그 강에 돌다리가 놓여 있다.
돌다리가 위아래로 100미터 떨어져 두 개가 있는데 제법 길쭉 한 돌로 놓여 있어서 중간에서 반데 편에서 건너오는 사람을 만나도 비켜 서기도 괜찮고 걸어서 건너기도 편하고 나름의 운치도 있다.
나는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위아래 돌다리를 천천히 걷는 걸음으로 벌써 몇 바퀴째 돌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기도 하고 때론 아무 생각 없이 걷기도 한다.
물에 앉아 노는 새를 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노니는 청둥오리를 보면서는 부러워하기도 한다.
나는 강가를 한 시간쯤 걸으며 돌다리 놀이를 할 생각이었기에 벤치에 앉아 있는 연인을 먼발치에서 보면서 저 친구들이 내가 이곳을 떠날 때도 있다면 따듯한 커피라도 한 잔씩 사주고 응원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필요하다면 선크림이라도 주어야겠다 생각을 하며 나 나름의 젊은 연인들을 응원하는 그림을 상상했다.
그런데 사라졌다.
그들을 바라보는 상태가 아닌 등을 돌린 상태에서 돌다리를 건너서 위쪽에 있는 돌다리를 건너기 위해 발걸음을 놓으며 고개를 동려 보니 안 보인다.
벌써 갔나, 내가 너무 여유를 부렸나 싶어서 의자가 있는 강둑으로 올라갔다.
그들이 안 보인다.
왠지 모르게 서운했다.
터미널로 갔을까, 아니면 전철역으로 깄을까를 생각하며 어쩌면 따듯한 커피가 생각이 나서 이 시간의 영업을 하는 카페가 있나를 검색하여 찾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터미널 부근이며 여느 카페보다 문을 일찍 여는 블루빈스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부지런히 카페를 향하였다.
손님이 몇 사람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찾는 그 젊은 연인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지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깃든다.
커피맛도 괜찮고 분위기도 그런대로 좋은 청평 최고의 카페 블르빈스로 왔으면 좋은 인연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버리지 못한 채 발걸음을 운동장으로 향했다.
2024/03/21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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