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주요셉 시인의 시 한편 233
꽃․3 --― 弔詞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든 꽃이여!
천형(天刑)을 십자가처럼 지고
남 몰래 슬픔과 고뇌의 눈물 삼켜야 했던
그대 가녀린 넋이여!
지상의 따스한 품 한 번 누려보지 못하고
이 땅에서 행복스런 미소 한 번 마음껏 지어보지 못하고
애처로이 스러진 넋이여!
우리 어찌 그대를 이대로 떠나 보내리
우리 어찌 그대를 편안히 잊을 수 있으리
못 다한 우리들 얘기 가슴에 사무치도록 쌓여 있는데
우리 이제 무슨 말로 작별 고할 수 있으리
그대 언제나 수줍게 고개 숙였던 꽃이여!
세상 기쁨 차마 마주보기 어려워
늘 홀로 고독해야 했던 외로운 영혼이여!
밤마다 가슴 치며 온 밤을 하얗게 지새웠을
그대 창백히 수줍었던 미소여!
이제 우리 어떻게 그대 빈자리 메워야 할지
우리 어떻게 그대에게 빚진 마음의 부채 갚을 수 있을지,
오늘 이처럼 소리 없이 낙화(落花)한 꽃이여!
지상의 형벌(刑罰) 못내 애처로워
외로운 그대 영혼 거두어 가신 크신 뜻 있으려니,
그대 못 다 핀 영혼 천국에서 활짝 피기를
그대 괴로웠던 고통 말끔히 걷히어지기를,
이제 남은 우리들 두 손 모두어
천사들 합창 속에 천국으로 들어설
그대 해맑게 빛나는 영혼 보고 있노니,
보좌 앞으로 나아갈지어다
그 앞에서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칭찬받을지어다
우리 이제 남은 사명에 충실하기 다짐하노라
그대가 남긴 침묵의 유언(遺言),
이제 우리들 각자 짊어져야 할
그대가 떨궈놓은 무거운 십자가,
아직도 실감되지 않는
그대와의 부끄럽고도 안타까운 헤어짐
그러나 우리 그대 잊지 않고 기억하리니
그대 빛나는 화관(花冠) 환히 비추어주기를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든 그대 활짝 부활(復活)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