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소설: 그의 구슬
붉은 구슬을 내 놓은 그의 손이 시리다.
조명 때문일까, 구슬은 차라리 핏빛이다. 그가 가장 마지막까지 내놓기 싫은 것이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방엔 별다른 장식이랄 게 없다.
매끈한 탁자 위에 놓인 스테인레스 모빌은 느리고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모빌에서 가끔씩 나는 경쾌한 차임 소리만 공간을 채울 뿐이다.
언제부터일까? 돌아누운 그녀는 이미 꽤 오랫동안 잠들어 있음이 틀림없다. 어쩌면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방은 따뜻하다 못해 약간 덥다.
자칫 굴러서 떨어질 지지 않게, 구슬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마땅한 그릇도 없고,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최대한 조용하게 구슬만 놓고 나와야 했다.
그녀를 품기엔 그의 손이 너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