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적은 물로도 지역공동체에 전기를 '소수력 발전

in #sct5 years ago

전기 부족은 우리에게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간혹 전기 사용량이 공급량을 넘어서 블랙아웃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다.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필요할 때 전기를 쓰는데 익숙해졌다. 우리나라가 국가 전력망을 구축한 덕분이다.


국내 송전탑

그러나 아직까지 국가 전력망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도 많다. 우선 전국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 설립이 마뜩잖다. 기술력과 비용 문제다. 오늘날 발전은 대부분 화력 혹은 원자력 발전을 활용한다. 댐을 통한 수력 발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모두 대규모 토목 공사를 수반한다. 공사를 위한 사업비 확보와 기술 인력 투입이 개발도상국과 빈곤 국가에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발전소가 세워졌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산간 지역과 섬이 많은 나라에서는 지역 곳곳에 전기를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전선 매립을 위한 공사가 필수적이다. 혹은 산에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 이 또한 비용이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국가 전력망을 모세혈관처럼 퍼트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인도네시아 지역 전력 부족 주민의 모습

피해를 받는 건 도시 지역 주민이 아니다. 대부분 산간, 섬마을에 사는 소수 지역 공동체가 전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밤에 불을 밝힐 전력도 없다. 이들은 손전등이나 등유 랜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 겨우 도움이 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이들에게 밤을 밝힐 수 있는 작은 전깃불이라도 주어지면 어떨까. LED 전등 가격 저하로 낮은 전력으로도 전깃불을 밝힐 수 있는 시대다. 조금이라도 전기가 있다면 소수 지역 공동체의 밤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을 것이다. 적은 전기로 어둠을 밝히는 적정 기술의 해답은 '소수력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小) 수력 발전

소수력 발전은 '산간벽지의 작은 하천이나 폭포수의 낙차를 이용한 발전 방식'을 뜻한다. 소수력 발전이 처음부터 적정기술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활용 방식이 적정 기술의 기본 요건을 대부분 갖춘 사례다. 기본 개념과 기술, 활용 사례가 이미 존재했다. 소규모 전력이 필요한 현지 맞춤형 기술을 고민한 결과, 소수력 발전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적정 기술로 인정을 받고 있다.


수력 발전 원리(사진=천재교육)

수력 발전은 물의 위치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발전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떨어지는 물로 터빈을 돌려 발전기를 가동,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물의 낙차를 이용한다. 물의 위치 에너지는 저수지에서 발전기까지 수직 높이에 비례한다. 즉 물의 위치 에너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유형에 따라 댐식, 수로식, 유역 변경식, 양수식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소수력 발전은 작은 하천이나 폭포수 정도의 낙차만 있어도 발전이 가능하다. 얻고자 하는 전력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낙차 없이 물의 일반적인 유속으로도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지역 공동체 일부에게 밤에 전깃불만 밝힐 전력만 있으면 된다.


전통적 소수력 발전의 개념도

과거 조상들이 사용했던 물레 방아도 소수력 발전의 일종이다. 물레 방아는 물의 위치 에너지(물길에서 수차를 돌릴 경우는 운동 에너지)를 방아에 전달해 곡식을 빻는 운동 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다. 이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면 훌륭한 소수력 발전기가 탄생할 수 있다.

소수력 발전기 어떤 종류가 있나

소수력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수차의 종류부터 선택해야 한다. 적정기술로서의 소수력 발전은 반동수차보다 제조 비용이 저렴한 충동 수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반동 수차 경우, 물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케이스가 필요하고 제작 과정에서 수치를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반동 수차는 정확한 규격을 맞추지 않아도 사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펠톤 수차 개념도

수압은 소수력 발전이 필요한 곳마다 차이가 있다. 이에 적합한 수차를 선택해야 소수력 발전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만약 수압이 높다면 펠톤 수차가 적합하다. 노즐을 통해 빠른 물줄기를 쏘면 이 물이 펠톤 수차 날개에 부딪히면서 수차가 회전한다. 이 회전력을 통해 발전한다.

만약 수압이 낮다면 우리가 종종 보아왔던 물레 방아가 적당하다. 물레방아 상단에 물길을 만들어주고 물이 떨어질 때 물레 방아 날개에 부딪혀 회전한다. 아르키메데스 수차도 수압이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 수차는 원래 양수기 개념으로 고안됐다. 나선형 날개가 있는 원통형 수차를 돌려 아래에 있는 물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나사 모양이라서 스크루 수차라고도 한다.


아르키메데스 수차의 기본 개념

사람의 힘을 이용해 수차를 돌리면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대로 위에서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면 수차는 외부의 힘 없이 회전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르키메데스 수차 원리를 이용한 소수력 발전 터빈

중간 정도 수압이라면 크로스 플로 수차를 사용하면 된다. 수차 안으로 들어간 물이 날개를 가로질러 한쪽 방향으로 통과한 후 여러 날개와 부딪히면서 회전하는 방식이다.

산악 지역에서 유속이 빨라 큰 낙차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은 펠톤 수차 등이 적합하다. 강이 천천히 흐르지만 물이 많은 곳은 물레방아 수차를 쓰는 게 효과적이다.

소수력 발전 때, 이것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적정 기술로써 소수력 발전을 활용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공급과 수요다. 일반적인 발전소도 마찬가지지만, 적정기술에서는 그 중요성이 배가된다. 낭비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마을에서 10kW 전기가 필요한데 100kW 전기를 생산하는 소수력 발전은 적정 기술로 적당하지 않다.

낭비를 없애려면 현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전기를 사용하는 공동체의 인원과 실제 전기 사용량 등을 우선 살펴야 한다. 전기를 저장하기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공급 즉시 수요가 발생하는 게 유리하다.


캄보디아에 있는 소수력 발전시설(사진=Dtfman)

적정기술의 기본 요건을 맞추는 것도 필수다. 즉 소수력 발전이 필요한 현지의 경제적 조건을 따져야 한다. 초기 시설 비용과 발전소 운영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과도한 비용이 투입되는 소수력 발전은 적정 기술로는 의미가 없다.

기술적 요건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앞서 전기 예측 수요량은 기술적 요건 가운데 소수력 발전 용량을 선택하는데 필요하다. 소수력 발전기의 수명의 최대한 긴 것이 좋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생산 가능한 전력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수급할 수 있는 소재와 부품으로 발전기를 만들고, 현지에서 유지 관리하기 쉬운 방향으로 소수력 발전을 설계해야 한다.

만약 소수력 발전소를 구축하는데 너무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면, 실패한 적정 기술이 되기 쉽다. 최대한 간단한 구축 방법과 유지 관리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이는 현지인을 통해 소수력 발전소를 조성하고 유지 관리도 현지인이 담당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대형 댐과 같은 발전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환경 파괴를 배제할 수 없다. 소수력 발전이 적정 기술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소수력 발전 활용 사례

소수력 발전이 꼭 개발도상국이나 빈곤 국가의 전기 공급에 쓰이는 건 아니다. 국내에서도 소수력 발전을 활용한다. 농업용 보나 화력 발전소의 배수·취수 구역, 양식장 등에서도 쓸 수 있다. 단위 에너지 비용 효율이 높다면 어디서든 쓸 수 있다.

소수력 발전을 적정기술로 활용하는 사례는 타지키스탄이나 네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타지키스탄은 세계적인 수자원 보유국이다. 전력 대부분을 수력 발전으로 얻는다. 옛 소비에트 연방에 가입했던 타지키스탄은 구 소련의 해체 이후 독립국가가 됐다. 이후부터 전력 공급 사정이 좋지 않다.


타지키스탄 소수력 발전(사진=굿네이버스)

수도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을 제한한다. 일부 산간 지역에서는 겨울철 하루 2~4시간만 전기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타지키스탄 지방정부가 산간 지역에 소수력 발전을 활용,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인 굿네이버스도 타지키스탄 소수력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2011년 60kW를 생산하는 소수력 발전소 설립을 지원했다. 약 80호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이다. 2012년에는 20~30kW급 소수력 발전소를 추가 구축했다. 전등, 텔레비전, 다리미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네팔 소수력 발전

네팔에서도 소수력 발전을 활용한다. 서울대 주도로 한양대, 경상대 등 국내 대학이 연합 봉사단을 꾸려 네팔 남부 지역에 소수력 발전소를 설치했다. 콜콥 마을과 만탈리 마을에는 20kW급, 가디 마을에는 17kW급 소수력 발전소를 만들었다. 약 3000여명 주민이 혜택을 받고 있다.

모두 소수력 발전소 설립에 마을 주민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현지에 있는 나무를 활용해 300여개 전신주도 만들었다. 공사 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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