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1일차.

in #santiago7 years ago

순례길 11일차 (2017.06.17)
벨로라도 - 아헤스(Ages) 28km.

어느덧 순례길 총 여정의 1/3이 지났네요. 클라우디오는 항상 6시가 되기 전 남들보다 빨리 일어나 짐정리를 하고 길을 나섭니다. 어젯밤 옆에서 잤던터라 아침에 부스럭부스럭 일어나는 시간을 보니 5:30 이네요 ㅋㅋ 잠긴 목소리로 ‘아 도뽀’ 라고 말합니다. 이탈리아어로 좀있다 봐 라는 의미래요.

동생과 저도 좀있다 일어나선 씻고 짐을 정리해다가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합니다. 오늘따라 구름한점 없이 맑은게 눈이 부실정도네요. 이런날은 걷기가 힘들죠.... 너무 더워서 ㅜㅜ 그래도 사진 만큼은 잘 나오니까 한가득 기대를 하고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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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반 정도 걷다보니 작은 마을을 관통하게 되는데, 한 집의 벽이 이리도 아기자기 합니다... 간간히 스페인의 시골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벽을 꾸며둔 집들을 볼 수 있는데, 정말 예술작품 같지 않나요??ㅎ 따스한 햇살아래 벽의 색감도 참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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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 걷다보니 비야프랑카 라는 도시가 나왔고 이곳을 지나쳐 가야하는데, 가다보니 클라우디오가 보이네요 ㅋㅋ 배낭 제일 위엔 어김없이 바게트빵 하나를 가로로 걸어두고선 성당이 나올때 마다 사진으로 찍어가고 쎄요(도장)을 받아가기도 합니다.
오늘 느낀것이 클라우디오의 체력은 정말 알아줘야 한다는것.. 62세의 나이에도 어쩜 저리 건강하고 흐트러짐 없는 생활을 매일같이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저정도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관리는 꼭 배워야 할 부분이지 않나 십어요.

비야프랑카를 지나 이제 산 하나만 넘어가면 오늘의 목적지 아헤스가 나오는데요, 말이 산 하나지 아주 하나의 산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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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한참 올라가다 보니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가 떠오르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때쯤 부터 오르막길도 아니고 거의 평지같은 길이 계속 이어졌어요. 끝없는 흙길 위에 햇빛을 가려줄 나무는 없었고 먼저 걸어간 순례자들이 이따금씩 돌을 모아 바닥에 그림이나 글을 써 놓고 간 것을 보면서 갑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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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익숙한 한글이??! ㅋㅋ 오늘의 날씨속에 걷고있는 순례자들을 저것보다 알맞게 표현한 단어가 있을까요 ㅋㅋ 언제 누가 쓴 글인지 모르겠지만 괜시리 반갑고 그분께도 마음속으로나마 인사합니다.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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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웠던지 물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해 근처에 Bar가 어디 없나 하고 가이드북을 펼쳐보니 매점같은곳이 근처에 하나 있대서 좀 더 힘을 내서 가 봅니다 ㅎㅎ 이름은 바로 Oasis del Camino. 까미노의 오아시스 라는군요. 눈앞에 그곳이 나타났고 항상 아침일찍 출발하는 알렉산드로 내외분들을 만났어요. 아저씨도 아줌마도 너무나 친절하시도 흥이 넘치시는게 꼭 스머프 같다랄까 참 재미난 분들이고 편안한 사람들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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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둘러보니 저 조형물들은 마치 우리나라의 ‘솟대’ 같은 느낌이 듭니다. 까미노의 오아시스니까 물한잔 할까 하고 봤더니 오늘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살것도 없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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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너무 일찍 왔던걸까요 아니면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웠던 탓일까요. 기부(Donativo) 라는 글을 보아 아무나 먹거나 마셔도 되는 곳이었나 봅니다. 아쉽지만 물도 거의 다 떨어졌으니 얼른 도착지에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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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한발한발 계속 걷다 머리를 들어보니 하늘에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네요. 파란색 도화지에 흰색의 잉크로 그려나가는 여백의 미 가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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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걷다보니 비록 오늘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성당 하나를 찾을수 있었어요. 이곳이야말로 저희의 오아시스였고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 거의 살지않는 그 어느곳이라도 성당이 하나씩은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예요. 신자는 아니지만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이 없기에 이런 문화들을 그저 즐기며 걸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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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한잔 하고 막바지에 접어드니 저 앞에 우리들의 목적지가 보입니다. 하늘이 파랗다 보니 힘든 와중에도 한폭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흐려서 걷기 좋은 날씨도 좋지만 때때론 이런 해가 쨍쨍한 날도 나쁘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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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때보다 새까메 보이는 그림자마저 찍은것을 보니 어지간히도 덥긴 더웠나 봅니다... ㅜㅜ 마을에 들어서 클라우디오와 다시 만났는데 클라우디오는 오늘 한 마을을 더 간다고 합니다. 내일 목적지가 부르고스로 같지만 내일 하루 일정을 더 짧게 마무리 하기 위해서 오늘 더 간다고 하네요. 내일봐요 클라우디오!!

알베르게에 체크인 해서 쉬다가 점심을 1층 식당에서 사먹고 다시 올라와 쉬다보니 항상 홀로 이어폰을 끼고 걸어가던 ‘마이웨이’ 가 늦은 시간 입실 하네요. 오늘은 꼭 한마디 걸어봐야지!! 하며 때를 기다려 봅니다.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찌는듯한 더위속에 다들 맥주 한병씩 들고선 그늘아래에 앉아 수다를 떱니다. 듣어 마이웨이와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이름은 엘리사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랍니다. 음악듣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혼자 생각하고싶어서 이어폰을 끼고 다녔다지만 사실 약간 낯을 가려서 그랬다고 털어놓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자기가 스페인어와 영어를 배웠는데, 이참에 배운 언어가 어느정도 통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특히나 이탈리아인들과는 말도 하지 않았다네요. 한마디 두마디 하다보면 일정이 항상 겹치니까 계속 붙어지낼 수 밖에 없다구요 ㅋㅋ 절대 틀린말은 아닌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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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 가던 기차에서 찍혔던 미국인 커플도 오늘에서야 말을 걸어볼 수 있었는데, 그 때의 사진을 보여주며 너네 아니냐니까 맞다며 사진 분위기가 좋다고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이렇게 앉아서 이야기를 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그룹이 점점 커집니다.... 한명두명이 늘어나고 결국엔 그저께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놀던 스페인 남자 알레한드로부터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이 기타소리 듣고 다 내려왔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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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하루의 마무리는 맥주와 함께 이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들인것 같습니다.

무더운 하루도 다들 무사히 일정을 마쳐서 다행이고 수고했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 오늘의 가계부
    커피 - 1.5유로
    맥주,크로와상 - 2.4유로
    숙소+저녁식사권 - 18유로
    점심 - 4.5유로
    빨래 - 3유로
    맥주 - 2유로

총합 - 31.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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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사는 걸음이 느려서 항상 우리랑 같이 걸었었는데...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네요.
에릭도 잘 알고요. 예쁜 폴라가 안 보이네요^^

맞아요 엘리자는 항상 느즈막히 마을에 도착하더라구요 ㅎㅎ 그나저나 폴라가 누구죠 ㅜ

에릭하고 커플이었던 분. 둘이 부부죠, 그러니까.ㅋㅋ

아아!! 저 사진에서 다리만 나왔네요 ㅜㅜ 부르고스 이후부터 본적이 없어 이름을 못 물어봤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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