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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하루가 48 시간 이라면?

in #sago5 years ago

나에게 24시간이 주어진다면.

단지 꿈과 같은 이야기처럼 그려질 수도 있지만, 생각하기 나름 내면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네요.

어떤 24시간이냐에 따라 선택은 바뀔 것 같습니다. 24시간이 주어지는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해봤습니다. 기본 규칙은 더해진 24시간이 일상에 간섭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더해진 24시간은 추가적인 24시간과 독립적인 24시간으로 구분될 것 같습니다. 추가적인 24시간에선 노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독립적인 24시간에선 노화가 진행됩니다. 나의 하루가 48시간이라 하여, 2배 빨리 늙으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독립적인 24시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1안. 모두의 시간이 멈추고 나에게만 24시간이 주어지는 상황입니다. 매일 특정 시점이 되면 시간이 멈추고 24시간동안 나 혼자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24시간이 일상에 간섭할 수 없으니 내가 사물을 움직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마 처음 하루이틀은 재미를 느끼겠지만, 머지않아 포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포기할 수 없다면, 미쳐버리겠죠. 사물을 움직일 수 없는 24시간은 독방에 갇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심지어 사물이 움직이지 않으면, 푹신하던 소파도 화강암 바닥과 다를 바가 없으니 엄청 불편할 것입니다.

2안. 1안이 조금 완화된 상황입니다. 1안과 동일한 조건에서 제한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옷을 갈아입거나, 문을 여닫거나 하는 것이 가능하고, 소파도 푹신한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인지할 수 없는 수준(기준이 모호하지만)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네트워크에 접속한다든지 하는 유의미한 영향력은 행사할 수 없습니다. 독방보단 유배에 가까운 24시간이 될 듯합니다. 매일 24시간씩 유배를 간다? 별로 살고 싶지 않은 삶입니다.

1,2안은 추가적인 24시간이니 당연히 노화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람이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이 80년의 시간을 살 때 혼자 160년을 삶을 살라는 것은 저주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3안. 내가 2명이 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 명은 사회에 나올 수 없습니다. 2명이 거리를 돌아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둘 중 하나는 아마 집에만 있어야겠죠. 하지만 뇌에 입력되는 정보와 신체 피로도가 일반인의 2배가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일 듯합니다. 휴식시간은 동일한데 업무량이 2배가 되는 것이니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끔 내가 필요할 때 클론을 불러내는 것이라면 몰라도 클론이 매일 있는 것은 못할 노릇입니다. 아니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What happens to Monday?)’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4안. 서로간섭 할 수 없는 두 세상을 오가며 사는 것입니다. 지금의 삶과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두 세상이 서로 간섭할 수 없으니 1, 2, 3안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내가 두 세상 모두를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남습니다. 영화 ‘인셉션(Inception)’에서는 현실을 뒤로하고 꿈에 의존하며 사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1, 2, 3 안과는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내게 24시간이 주어진다? 어떤 방식으로 주어지든 지금의 제 삶에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매력적이던 48시간의 하루가 생각을 반복할수록 무섭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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