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ingcuration] 포스팅+큐레이션대회 03 / 택시기사님
풍세에서 통정으로 이동하는 택시에서 재미있는 기사님을 만났다.
내가 올해 일흔 여덟이오. 요새 같은 시절에 감기한 번 안걸렸다면 다들 우와 하겠지만, 사실이라니까.
이제 풀은 못뛰지만 하프마라톤을 열심히 뛰고 있소. 운동만한게 없소. 내가 월남전 참전용사요.
메달좀 많이 갖고 계시겠는데요.
말도 마시오 큰 서랍하나 가득이오. 젊은이들이 운동을 많이 해야해. 근데 요새 젊은이들은 화끈해.
나이든 사람들은 택시를 타면 아주 말이 많아. 이리가라 저리가라, 길을 잘 모른다는 둥 말이 많아. 2-30대 젊은이들은 그낭 "어디가주세요"그럼 그냥 아무말이 없어. 인사도 꾸벅 하고.
투표를 잘 해야 해. 보수니 진보니 하는게 나름대로 하는 것이지만, 보수를 뽑는다고 지금 대통령을 뽑았는데, 보수가 뭔지 알고 뽑아야지. 지금 이게 어떡하자는거야. 택시는 나이든 사람이 해야 해요. 나 나이가 이렇게 되어도 애인이 있어요. 근데 이렇게 오래 앉아있으면 아주 안좋아. 그래서 이런 직업은 젊은이들이 하면 안돼. 다리가 굳어. 연애도 하기 어려워. 이 직업은 나이들어서 해야 해. 집에 있으면 뭐할거여.
돈이야 있지. 참전했다고 연금도 좀 주고, 뭐 이래 저래 받는게 좀 있어. 그래서 한 번씩 놀러가면 친구놈들은 한병도 못마시는데, 나는 병 반은 마셔.
젊은이는 젊어 보이는데 어떻게 되나.
저는 이제 마흔 갓 넘었습니다.
좋구먼. 내 큰아들이 마흔 아홉인데… 젊은이는 인상이 좋구만, 돈좀 모이겠어. 고맙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라고 인사들 드리며 옆 얼굴을 한 번 쳐다봤다. 인상이 좋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활동을 하니, 비록 안경은 도수가 좀 높아보였지만 인상도 좋으실 뿐더러, 그 나이에 쉽지 않은 진보적 성향에 젊은이들을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니 참 곱게 나이드셨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 인상을 칭찬해주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