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리, 낭만의 섬

in #picture6 years ago

섬 전체가 용암으로 뒤덮여 있는 이탈리아의 카프리 섬. 때묻지 않은 자연, 역사적인 유적, 명품점과 보석점들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어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래서 카프리는 꿈의 섬 또는 낭만의 섬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요트 항해로 머물기 좋은 천혜적인 조건, 고급 빌라들 때문에 전세계에서 몰려 오는 유명인도 많다. 그 중에는 괴테, 오스카 와일드, 윈스턴 처칠, 아이젠하워, 레닌, 막심 고리키, 그레이스 켈리와 레이니 3세, 소피아 로렌,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리차드 버튼, 마리아 칼라스 그리고 재클린 오나시스(재키) 등이 있다.

특히 재키는 카프리를 너무 좋아해 홀로 또는 디자이너 발렌티노 등과 함께 골목길을 거닐기도 했다. 이후부터 재키가 입던 흰색 바지와 검은 선그라스는 여행자들이 유행처럼 따라 하기도 했다. 나폴리(또는 소렌토)에서 출발한 페리가 정박하는 곳은 마리나 그란데 항구. 카프리 섬에서는 세상과 유일하게 연결되는 섬의 입구이자 관문이다. 항구는 여름이면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발디딜 틈 조차 없지만 봄, 가을에는 한산하여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보트는 개인 소유도 있지만 대여해 주는 렌탈보트도 많다. 매표소 옆으로 자갈이 깔려있는 카프리 해변에는 몇 사람이 보일뿐 조용하다. 카프리 섬은 마리나 그란데, 카프리 그리고 서쪽의 아나카프리로 크게 나뉘어 진다.

항구에서 카프리는 푸니쿨라를 타고 5분쯤 올라 가면 나오지만 아나카프리는 버스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머물려면 마리나 그란데 항구, 카프리, 아나카프리 중 한 곳에 숙소를 정해야 한다. 나는 마리나 그란데 항구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숙소에서는 카프리 오르기가 아주 쉬웠고 아나카프리와 푸른동굴도 버스로 편안하게 오갈 수 있었다. 낮에는 수많은 인파로 붐비지만 밤이 되면 항구는 조용해 지고 파도 소리만 들린다. 관광객들은 식사와 술 한잔으로 정담을 나누며 카프리 섬 밤의 낭만에 젖어 보기도 한다. 사실 카프리 여행은 항구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언덕을 오르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은 시계탑이 있는 움베르토 1세 광장은 로마 시대부터 존재해 있던 곳이다. 당시 야채 등 농산물을 팔던 시장은 1938년부터 노천 레스토랑이 문을 열면서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이 됐다. 원래 ‘작은 광장’ 또는 ‘세계의 거실’로 불리다가 움베르토 1세 광장이 된 것은 1907년 부터다.

언덕 위에는 1437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산토 스테파노 교회가 있다. 교회는 건축가 프란체스코 안토니오 피키아티가 1696년에 설계한 것이다. 광장에서는 들어 가는 골목에 따라 빌라 요비스, 아우구스토 정원, 파라리오니로 가는 방향이 서로 달라진다. 파라리오니는 카프리 섬에서 가장 장대한 석회석 바위들이 우뚝 솟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광장에서 한참을 걸어서 내려 가야 하기에 사람의 발걸음은 아주 뜸하다. 관광객들은 아우구스트 정원 또는 솔라라 산에서 바라 보는 카프리를 최고로 치지만 이곳도 역시 아름답다. 2,000년 전 카프리 섬은 로마 제국이 아닌 나폴리의 섬이었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트는 카프리를 차지하기 위해 4.5배나 더 큰 이스키아 섬을 주고 카프리 섬의 주인이 됐다. 이스키아 섬은 카프리 섬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온천까지 솟아 오르는 보석같은 섬이다. 아우구스트는 카프리 섬을 소유하고 매우 기뻐했으나 아쉽게도 섬에는 몇 번 가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카프리 섬에 화려한 빌라를 짓고 여러 해를 지낸 황제로는 제2대 티베리우스 황제가 있다. 철학, 문학, 미술을 좋아했던 티베리우스는 처음에는 시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제국을 잘 다스렸다. 그러나 집권 12년째 되는 해(서기 26년)에 근위대장 세야누스에게 로마를 맡기고 그는 카프리 섬으로 거처를 옮긴다. 66세의 티베리우스는 빌라 조비스에서 매일 연회를 베풀며 각지에서 차출한 어린 소년, 소녀들과 함께 광란의 파티를 즐긴다. 그것은 욕정의 화신인 판이 수많은 님프들을 농락하며 괴롭히는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포악해진 황제는 자기 마음에 거슬리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 절벽으로 밀어버렸다. 카프리의 어원은 확실치 않지만 라틴어의 염소(Capreae)에서 파생됐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로마인들은 카프리 섬을 ‘늙은 염소의 정원’이라고 불렀다. 늙은 염소는 티베리우스를 가리키는 카프리 사람들의 은어이기도 했다. 티베리우스는는 77세에 이르기 까지 섬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병든 몸을 이끌고 로마로 돌아 가는 길에 나폴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로마의 역사학자 수에토니우스와 타키우스는 티베리우스를 타락한 성범죄자로 후에 기록했다.

아우구스투스 정원은 독일 출신 사업가 프리드리히 알프레드 크루프가 만든 정원이다. 정원에서 해변까지 내려 가는 꾸불꾸불한 길은 그가 1900년부터 2년 동안 아내를 위해 만든 길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로맨틱한 길이지만 내려 갈 수는 없다. 장대비로 인한 낙석으로 길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1976년 장마에도 길이 막힌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몇 년 동안 보수공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크루프는 철강, 유보트, 디젤엔진 등 무기 관련 사업을 하며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와도 친분이 두터운 사업가였다. 그러나 그는 카프리 섬에서 젊은 남자들과 동성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언론과 독일 언론이 동성애 문제를 이슈화 하자 그는 독일로 피신하게 된다. 사진까지 입수 남편의 동성애를 알게 된 그의 아내는 황제에게 연락해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후 크루프의 아내는 오히려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소리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크루프도 1902년 자살로 생애를 마쳤다.

이렇듯 어두운 역사가 곳곳에 묻어있는 섬이지만 카프리는 오늘도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카프리의 풍경에 반한 관광객들은 여기저기에서 ‘라 돌체 비타’를 음미한다. 평범한 삶이기에 황제나 부호보다 더 멋진 인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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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나폴리-카프리-소렌토 페리 정보
http://www.capri.net/en/ferry-schedule?from=capri&to=napoli
(카프리 페리 스케줄)
나폴리-카프리: 고속 페리 시간(50분), 가격 17.6유로
*보통 페리 시간(1시간 20분) 가격 11.3유로
카프리-소렌토: 고속 페리 시간(20분), 가격 15.6유로
*보통 페리 시간(30분) 가격 13.3유로
푸니쿨라: 편도 1.8유로(5분)
빌라 조비스(Villa Jovis) 입장료: 4유로
아우구스투스 정원 입장료: 1유로

우리가 카프리에서 3일동안 묵었던 숙소3층으로 나오면 바다가 그대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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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 보는 마리나 그란데 항구(오른쪽) 3일동안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 보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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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베란다에서 보이던 해안가 풍경 왼쪽의 하얀 점들은 모두 갈매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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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그란데(Marina Grande)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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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를 타고 마리나 그란데 항구를 다니는 이탈리아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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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와 마리나 그란데(Marina Grande)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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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그란데(Marina Grande)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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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마리나 그란데(Marina Grande)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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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 위에 올라 노를 저으며 나아 가는 요트 주인 현대판 ‘물 위를 걷는 예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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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의 한 골목길에서 발견한 작은 야채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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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 섬의 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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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 섬의 한 기념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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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그란데 항구로 들어 오는 고속 페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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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그란데(Marina Grande)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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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그란데(Marina Grande) 항구 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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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호화스러웠던 티베리우스 별장
(빌라 조비스)은 이제 모두 페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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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들은 카프리 섬을
‘늙은 염소의 정원’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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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리우스 별장(빌라 조비스)의 절벽 황제는 마음에 거슬리는 사람은 모두 절벽으로 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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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조비스에서 방목하고 있는 검은 염소
멀리 있어도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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