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사진] The things I can change and the things I can't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in #photography2 years ago

“God grant me the 오 하나님
Serenity to accept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The things I cannot change,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화를 주시고
Courage to change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The things I can,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And wisdom to know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The Difference. 지혜를 주십시오.”

라인홀드 니버의 '평안을 위한 기도’의 첫 구절이다. 언젠가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 이 시의 첫구절이 새겨진 자그마한 장식용 돌을 사서 부엌 창가에 두고 보아왔다. 내가 조정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은 확연히 다르다.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사람 혹은 상황과 끊임없이 싸우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그 속에서 내 자신을 변화시킬 것인가, 혹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화를 찾을 것인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삶은 발전이 없을 것이고,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온 힘을 다해 싸우는 것은 삶을 헛되이 소진할 뿐이다.

사진 찍기에도 같은 지혜가 요구된다는 것을 첫 사진수업에서 배웠다. 이제까지 나는 자동카메라만 사용해왔다. 특히 전화기에 사진기능이 첨가된 후론 별도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도 않았다. 기기가 만들어진 대로 주는 결과물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그렇게 찍는 사진도 내가 어느 곳의 어떤 대상을 어떤 각도에서 찍는지에 따라 다르니 나의 통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휴대전화기의 사진기능이 점점 좋아져 그렇게 주어진 사진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나는 사진을 통해 이전엔 세상이 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는 삶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익혀 좀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삶으로 전환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수년 전에 남편이 아이들 사진을 찍겠다고 사 놓은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끼우고 카메라를 들여다 보았다. 맨 위에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버튼을 유심히 보니 항상 놓여져 있던 P (Program Auto: 자동 프로그램) 외에도 Superior Auto, Intelligent Auto, 장면 선택 (Scene Selection), 파노라마, 영화, MR (Memory Recall), M (수동), S (셔터 스피드), A (조리개)가 있다. 자동도 수퍼 자동은 알아서 흐릿하거나 노이즈를 제거하고, 지능적 자동은 찍고자하는 장면 성격을 알아서 파악해 스스로 조정한단다. S와 A는 반자동이다. S는 셔터 스피드만 내가 조절하면 조리개는 카메라가 알아서 정하고, A는 조리개값만 내가 정하면 셔터 스피드는 카메라가 알아서 정한다.

빛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였는데, ISO값은 왜 여기에 포함이 안 된건지, 어떻게 조정하는 건지 묻고서야, ISO는 따로 조정하는 버튼이 카메라 뒷면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ISO값은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전에 필림통에 100, 200, 400, 이런 수치가 써 있던 것 기억하세요? 정해진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통해 포착된 빛을 카메라에 내장된 센서로 확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건데 숫자가 높아질 수록 빛을 더 확대해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내 카메라를 확인하니 100에서 시작해 25600까지 있다. “이 많은 수치 중 어떤 것이 어떤 때 쓰이는지 어떻게 아나요?” 나의 너무나 초보적인 질문에 강사는 웃음을 머금고 답했다.
“ISO값은 디폴트가 200입니다. 당분간은 ISO값은 고정시킨 채 수동모드에 놓고 조리개값과 셔터 스피드를 조정하며 사진을 찍는 연습을 하세요.” 200이라는 말에 1990년초에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가 떠올랐다. 코닥 혹은 후지 100, 200, 400의 필림 가격을 비교하며 그때는 왜 숫자가 높으면 비싼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여행하다 주머니에 돈이 얼마 남았는지, 또 가게에 남아있는게 어떤건지, 그날 기분에 따라 필림을 사곤 했었다. 자라면서 한번도 커다란 전문 카메라를 본 적도 없고 사진전문가라고는 증명 사진을 찍으러 가던 동네 사진관 밖에 아는 곳이 없는 나였다.
돌이켜보니, 그때도 200이 제일 많았었던 것 같다. 당시엔 카메라에 필림을 한번 넣으면 24장 혹은 36장에 달하는 사진을 다 찍은 후에야 다른 필름으로 갈던 때라, 행여 내가 ISO값이 무언지 알았다해도 대낮 햇빛 아래 찍던 사진기를 들고 유럽의 성당에 들어가 어두침침한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쓰던 필림을 갈 수도 없었을 게다. 그러니 그때는 모르는 게 약이었을 터. 지난 삼십년 사이에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그 기술이 거듭 발전하여 이제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그 상황에 최적화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쉽게 조정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끊임없이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도대체 누가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만들어냈는지, 내가 감사해할 이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 검색해 보았다. 스티븐 사슨 (Steven Sasson). 뉴욕주 로체스터에 있는 이스트먼 코닥사에서 일하던 젊은 전자 엔지니어였다. 1974년에 반도체의 새로운 타입의 충전 결합 장치에 필요한 방안을 찾는 중에, 그의 상사는 이미지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100x100픽셀의 CCD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고 그는 디지털 카메라의 원형이 된 장치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기술로 코닥이 애플과 함께 디지털카메라를 내놓아 상용화되기까지는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1981년에 소니사에서 플로피디스켓을 넣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아날로그식 전자 카메라인 마비카(Mavica)를 내놓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코닥이 전자카메라 사업을 활성화해 코닥이 애플을 위해 제조한 퀵테이크 (QuickTake) 100이 1994년에 출시되었다. 이 제품은 최대 해상도가 640x480픽셀, 메모리 카드에 이 해상도로 최대 8개의 이미지만 저장할 수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미화 1,00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출시된 첫 디지털 카메라였다.

디지털 카메라의 역사를 읽자니 1980년대가 떠올랐다. 그땐 일본의 소니가 가전제품과 워크맨과 같은 음향기기 등 선풍을 이끌었다. 나도 ‘80년대 중반 중, 고등학생 시절 소니 워크맨을 끼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오죽하면 영화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가 나왔을까. 황폐화된 지구, 공해와 짙은 스모그로 어두운 미국 LA, 노동을 위한 인조인간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을 가진 최고권력자를 일본으로 그린 영화. ‘80년대 초반에 30여 년 후인 2019년을 그린 당시의 미래 가상 영화였다. 당시에는 정말 영국이 19세기, 미국이 20세기 세계를 제패한 것처럼 일본이 21세기를 제패할 것 같았다.
그랬던 일본이 90년대 초반 경기 하락에 대한 정부 대책으로 자금을 풀기 시작해 그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후, 부동산시장의 붕괴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융기관과 기업이 도산하는 사태이후 지난 삼십년간 디플레이션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무언가를 조절할 때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변화없는 세상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닌가.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나의 삶과 세상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동카메라처럼 자동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변화를 알아서 조정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더이상 그 삶을 나의 삶, 내가 사는 세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카메라를 수동모드인 M에 설정한 후 사진을 찍는 연습을 시작했다. 한 이른 아침 앞마당에 나서 무엇을 찍을까 둘러보는데 동네 어귀에 떠오르는 햇살을 받고 있는 도그우드 꽃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꽃잎을 활짝 벌리고 아침 새소리에 방긋 웃는듯한 모습, 그 모습을 사랑스레 바라보는 듯한 햇살을 담아보아야겠다. 한 대상에 집중하여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아웃 포커스 사진을 먼저 찍었다. ISO값을 디폴트인 200에 놓고, 조리개를 최대한 열고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해 찍는다. 같은 장면을 다르게 설정하면 어떻게 다를까? ISO값을 최대한 낮추고 조리개를 최대한 닫고 셔터스피드를 늘려 촬영했다. 하지만, 셔터스피드가 느리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이 흔들려 포커스가 명확한 사진을 찍기 쉽지 않았다.

[f/5.6 - 빠른 셔터 속도에 넓은 조리개를 사용한 사진]
여러 사진을 찍어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에서 보니, 다른 설정이 주는 다른 결과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조리개를 최소화하고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한 사진엔 햇살의 은은한 느낌이 담긴 반면, 조리개를 최대로 열고 빠른 셔터스피드로 찍은 아웃포커스 사진은 도그우드 꽃이 선명하게 드러나 꽃의 생생함이 전해진다. 살면서 내가 조절할 수 있는게 무얼까 생각해본다.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같은 곳, 같은 시각에서도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따라 카메라 설정이 달라져야 하듯 삶에서 또한 그러할 것이다. 느린 셔터스피드 사진을 위해선 흔들리는 손으로 명확한 사진을 찍기 힘들어 삼발이 위에 사진기를 올려 놓듯 삶에도 때론 도움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몇 해 전에 읽었던 카트리나 케니슨(Katrina Kenison)이 쓴 <일상의 선물 (The Gift of an Ordinary Day)>이 떠오른다. 마지막 장에서 한 여인은 몇해동안 병원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태도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믿음, 소망, 사랑을 잃지 않는 태도 - 그것만은 삶에서 내가 항상 통제할 수 있음을 되새기며,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마당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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