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in #pessoa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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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고독을 사랑한다면,
언젠가는 이 책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여러분을 더 웅숭깊은 고독으로 이끌 것이며,
자아의 바닥, 그 원천에서 티끌하나 없이 맑은 정화수를
길어 올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 작가 소개를 먼저 하지요.
페르난두 페소아라는 이름, 낯설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 할 수 있겠지만,
유럽, 특히 포르투갈에서는 이 사람 모르면 간첩입니다.

그렇습니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포르투갈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남아공에 가서 살게 됩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 언어적 재능 모두 탁월했습니다.
고교 졸업시에는 영어 에세이로 1등을 했습니다.

그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돌아와서
다시는 방랑하지 않습니다.

그는 리스본의 거리와 공원을 너무도 사랑하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리스본이라는 도시를 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리스본은 서유럽의 서쪽 끝에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세상의 끝 중에서도 끝, 마치 우리나라 해남과 같은 곳입니다.

리스본 사람들은, 엄청난 대양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동쪽은 다른 나라들 때문에 가지 못합니다.
그들은 서쪽의 엄청난 대양을 건널 수밖에 없었죠.
몇 명의 포르투갈인들이 용기를 냈죠.
그래서 그들은 신대륙을 건설하는 위업을 이루어냅니다.

하지만 페소아가 사는 시대는, 이미 식민지는 다 개척이 끝났고,
그것들이 모두 독립한 때입니다.

포르투갈 인들은 서쪽에 고립된 채, 마치 지는 해처럼 기울고 있었죠.
그렇게 석양 노을의 우수가 포르투갈인들을 감싸고 있었죠.

이런 정서를 기가막히게 포착한 인물이 바로 페르난두 페소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내세울 것 없는 비루한 소시민인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무수한 이명(異名)을 사용하여 자신의 분신들을 만들고,
그 분신들로 변신해 가며 엄청난 양의 글을 써나갔습니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그의 작품 중에서,
작가 자신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바로 ‘소아르스’라는 사람입니다.

그 ‘소아르스’의 입을 빌어 리스본 소시민의 내면,
즉 고독, 체념과 우울, 불안을 잘 묘사한 것이 바로 이것, ‘불안의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고독과 우울에 찌들어 있다고 하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는 문학을 통하여 삶이 고양되는 순간, 다 죽어가는 전구가 잠깐 깜박이는 그 순간을 아주 철저하게 포획합니다.

그 순간은, 주된 체념적 정조 속에서 대조적으로 더욱 빛납니다.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더욱 빛나는 것처럼요.

지금까지 설명을 시도하려 말을 많이 했는데요,
사실 이 책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이 책은 복잡하게 얽힌 미로와 같은 책입니다.
감성이 무너지는 곳, 그곳에서 이성이 얽혀들어가며,
이성이 끝나는 곳, 그곳에서 감성의 물꼬가 틉니다.
우리 독자들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물결에 그저 몸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죠.

꼭 찬찬히 일독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아, 그리고 작가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고 싶으면
다음 제가 작성한 이 유튜브 동영상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불안의 서’ 전문을 강독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시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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