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기억> 1화 :: 첫 번째 만남

in #novel7 years ago (edited)

<첫 번째 만남>

늦은 밤, 귀가하던 중 '그것을' 보았다.
'그것은' 검푸른색의 안개로 뒤덮여 무언가 신비스럽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굴곡지고 풍만한 나체의 여인으로, 때로는 뱀의 형상으로도 보이는 그것은 날 유혹하는 듯 했다. 넋을 빼았겨 가만히 응시하던 중 문득 깨달았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존재를 뚜렷이 할 수 없는 '무언가'다. 마치 주변의 골목 전체가 '그것'으로도 보인다. 특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존재는 그것만으로 풍경이다. 검푸른 안개이고 음산한 분위기이며 넋을 빼았는, 뱀을 닮은 풍만한 나체의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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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르르르르르르르르릉]

새가 지저귀는 소리...는 커녕, 아침인지 밤인지도 모를 어둠 속에서 거슬리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아침 7시, 요즘들어 선명한 꿈을 꾼다. 매일, 같은 내용의 선명한 꿈을. 때아닌 장마 때문인지, 의미 모를 존재 때문인지, 온몸에 곰팡이가 피지는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온몸에 습기가 가득하다. 몽롱한 꿈의 잔여물을 내쫓으려고 했는지, 축축한 드로즈가 불쾌했던 것인지, 신경질스럽게 벗어 세탁기에 구겨 넣고는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스프레이식 쉐이빙폼을 흔들어 손에 뿌리고 입 주변에 골고루 펴 바른다. 면도기로 수염을 정리하고 클렌징 후 차가운 물로 몸을 식힌다. 잠시 그대로 눈을 감고 꿈 속에 ‘그것’을 떠올린다. 왜인지 기분이 고양된다. 서서히 고동이 빨라진다. 곧이어 올라오는 뜨거움이 나를 새하얗게 뒤덮는다. 그렇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 잔여물을 깨끗이 하고 나올 때쯤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곳의 점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승호씨! 승호씨! 제가 오늘 점심 전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 혹시 연장 근무 해줄 수 있어요?”

집에서 8분거리인 상가 건물 1층에는, 대략 3개월 째 근무하고 있는 카페가 있다. 오늘은 종일 다른 계획이 없으니 별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네 가능합니다. 근데, 6시에 대타는 문제없이 오나요?
“그럼요! 소정씨는 문제없이 나온다고 했어요! 갑자기 부탁해서 미안해요. 내일은 제 시간에 도착할거에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 총 10시간 근무인가? 혼자서는 점심시간이라고 쉴 수도 없으니, 식사도 제대로 못하겠지. 오늘은 느긋하게 보낼 참이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 스믈스믈 기어 올라오는 불쾌함을 애써 억누르며 문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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