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역할

in #northkorea7 years ago

현 시점 문재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있는데, 이거야 원 참, 여러분들이 하는 얘기들이 더 담론적이고, 지금 문재인이 하는 일은 밥 먹고 똥 싸는 것마냥 단순하다.
 
 
담론적인 것만 머릿속에 받아들이다가 밥 먹고 똥 싸는 게 무엇인지 이해를 못 하게 된 사람들을 보통 우리는 ‘헛똑똑이’라고 부른다.
 
 
헛똑똑이로 전락하기 쉬운 담론가 출신으로, 동종업계 종사자 여러분에게 밥 먹고 똥 싸는 문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설명을 잠깐 하겠다. 지금 문재인이 하는 일이 뭐냐?
 
 
간단하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이 진짜 그거 한대요. 일단 만나서 얘기해봐요.”라고 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이 진짜 그거 한대요. 일단 만나서 얘기해봐요.”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앞에 나오는 ‘진짜’는 ‘핵폐기’이다. 뒤에 나오는 ‘진짜’는 ‘적대핵위 종식’이다.
 
 
이 상황에 대해 불신 가득한 담론가들이 하는 말도 무슨 전문용어 범벅(몇 개 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지만 여하튼) 빼고 나면 결국 저거다.
 
 
“에이, 북한은 진짜 그거 할 생각 없어. 에이, 미국은 진짜 그거 할 생각 없어.”
 
 
이게 전부다. 그런데 트럼프는 진짜 그거 한다고 하고, 김정은도 진짜 그거 한다고 한다. 문재인은 둘 다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백방으로 그걸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게 전부다. 이걸 운전자라 부르든 중재자라 부르든 어찌 포장하든 핵심은 간단하다. 김성태는 ‘우리는 북핵의 피해자이자 당사자다’라고 했던데, 피해당사자이면 뭐가 문제가 되나. 피해당사자가 문제해결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면 안 되나? 우리 이해관계를 대변해줄 만한 믿을 만한 대리인(비유이고 여기서는 동맹)이 하나도 없어서 문제가 안 풀리는데?
 
 
북한은 ‘진짜 그거’해야 할 국가적 이해관계가 있다. 사실 그걸 이 상황이 못마땅한 사람들도 안다. 왜냐하면 그들은 ‘북한 조금 더 몰아붙이면 무너질텐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게 기만이라는 거짓말이나 하지 마라. 김정은이 숨도 쉬는 것도 싫다고 솔직하게 말해라. 나는 우리가 북한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뭐라도 하는 쪽이 더 낫다는 사람이고, 당신들은 그냥 정의의 도식에 의해 저들은 무조건 망해야 하고 그 혼란의 와중에 여기로 미사일이 날아오든 장사정포가 날아오든 정의를 위해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인 거니까.
 
 
미국은 ‘진짜 그거’해야 할 국가적 이해관계가 사실 없다. 트럼프가 공공연하게 떠든 것처럼 북한에 미사일 버튼 몇 개 있든 무슨 상관이랴. 쟤들이 먼저 쏠 것도 아닌데. 중국에는 그거보다 백배 이상 많고, 미국은 그거보다도 또 수십배 더 많다. 북한에 미사일이 있단 건 미국이 미사일을 심심풀이로 쏘지는 못하게 하는 제어효과 정도 가질 뿐인데, 사실 미국은 북한이 망하길 바라지 않는다.
 
 
왜냐면 북한이라는 안전한 위협이 하나 있어야 중국 자극하지 않고 일본 재무장시키고 한국에 무기도 팔고 주한미군 주일미군 주둔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겐 ‘진짜 그거’해야 할 국가적 이해관계가 사실 없다.
 
 
그런데 트럼프에겐 ‘진짜 그거’해야 할 국내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다. 그래서 측근들이 그를 말릴 때는 다음 두 가지 전략을 쓴다.
 
 
첫째, ‘진짜 그거’의 내용을 자꾸 확장시킨다. 생화학무기도 넣고, 미사일도 넣고 해서, 북한이 못 받을 제안으로 만든다. 그런 다음 북한이 ‘진짜 그거’할 생각 없었다고 덤탱이를 씌운다.
 
 
둘째, 어쨌든 북한이 ‘진짜 그거’할 생각 없으며 기만전술이라 우긴다. 북한의 강경성명을 보고 북한이 협상 파토낼테니 그럼 우리가 가오빠지고 먼저 접어야 한다고 트럼프를 설득한 볼턴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실적이 필요해서 하는건데 그렇게 되면 민주당 리버럴들이 기만당했다고 조롱할 게 뻔하니 일단 한 번 접어봤다. 하지만 이후 상황을 보니 북한이 자기가 원하는 정도의 ‘진짜 그거’는 하려는 것처럼 보이기에 다시 말을 바꿨다.
 
 
상황은 이렇게 간단하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결국 합의를 못 이끌어낼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남한 입장에서는 양측이 만나 말이라도 맞춰보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로서는 미북이 ‘진짜 그거’ 두 개를 교환하는게 무조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게만 이득이 아니라 남한인 전체, 북한인 전체에 이득이며 세계인에게도 손해볼 요소 없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군사전략상 이해관계는 빼면 말이다.
 
 
그래서 지금 문재인은 ‘진짜 그거’를 하기 싫은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이건 너무 단순한 상황이라, 헛똑똑이 여러분을 뺀 대부분의 유권자/시민/국민들은 직관적으로 이 상황의 함의를 알아챌 거라고 본다. 그걸 모르는 너희님들이 ‘지식의 저주’에 빠져 계시는 거구요...
 
 
문재인은 이렇게 백방으로 뛰어다녔는데, (정의당 제외한) 제 야당 정치인들이 그냥 저주나 퍼부어댄 이 광경은 적어도 몇 년간은 유권자 뇌리에 남을 것이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지금 당장 뇌내망상으로 부정하더라도 앞으로 몇 번의 선거 동안 천천히 깨닫게 될 것이다.

#northkorea #kr #krnewbie #kr-new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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