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5 탄핵인용까지의 상황 복기, 향후 상황전망과 이재명에 대한 고언
며칠동안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탄핵이 기각될 것이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재의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선고를 듣는 순간 너무나 기뻤다. 오판을 해놓고 이렇게 기뻐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한다. 계엄당시 방첩사령관이 정부에 비판적인 예비역 장군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마도 필자는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예비역 중에서 첫손가락에 꼽혔을 것이다. 주변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것 아니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헌재의 탄핵심판과정은 실로 조마조마했다. 4월 4일 아침까지도 필자는 탄핵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중앙일보가 이후 개헌을 주장하는 기사와 논설을 연달아 싣고, 권성동과 권영세 그리고 한덕수까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탄핵심판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앞다투어 떠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들이 헌재내부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은 탄핵기각시 내전상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필자는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이 헌재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행이 8:0 전원일치로 탄핵인용이 되었지만 불과 하루전까지만해도 5:3 혹은 4:4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필자는 그런 관측이 전혀 근거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헌재내부에서는 치열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팽팽하게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 같던 헌재가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한 것은 단순한 법률적 판단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헌재 재판관 8명은 자연인 8명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득권 세력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헌재의 심판과정에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헌재의 심판과정이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트럼프 등장이후 국제정치의 변화와 이로 인한 국내 기득권의 입장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필자는 헌재내에서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기득권을 국내산업자본과 매판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매판세력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평가했다. 윤석열을 매판세력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계엄과 국회탄핵이후 트럼프의 책사라고 하는 사람이 윤석열을 만났고, 트럼프도 윤석열이 탄핵기각되면 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외적으로 미국은 한덕수와 최상목 권한대행을 지지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윤석열 정권이 매판적 세력을 대표한다는 평가를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후의 과정을 살펴보면 헌재가 전원일치 탄핵인용으로 입장이 정리한 된 것은 적어도 4.2일 선고기일 지정을 전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당연한 질문을 해야 한다. 그동안 각축을 보이는 것 같았던 탄핵반대파가 무슨 이유로 입장을 바꾸었는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이번 헌재의 탄핵인용 심판을 국내산업자본이 매판세력을 이긴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가 한국에게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매판세력의 설자리를 상실하지 않았나 한다. 물론 그동안 눈치를 보던 산업자본세력이 입장을 확고하게 정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삼성의 이재용이 이재명을 만난 것이나, 중국을 방문한 것도 국내산업자본의 미묘한 입장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헌재의 심판과정을 복기하는 것은 이번 헌재의 심판과정이 향후 한국정치의 향방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기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탄핵인용은 박근혜 탄핵이후 이어진 문재인과 윤석열의 연결과정이 비로소 종말을 고했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탄핵을 문재인과 윤석열의 연결과정에 대한 정리, 국민의힘을 움직이고 있는 홍석현의 리셋코리아를 중심으로 한 매판세력들이 패배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탄핵심판은 윤석열을 탄핵하느냐 아니냐의 정도를 넘어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시금석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이번 탄핵심판이 한국의 국가적 진행방향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역할을 했다면, 국내정치적인 의미도 결코 적지 않다. 이번 탄핵심판으로 노무현 이후 한국 진보정치를 주도했던 소위 586 운동권은 결정적인 퇴조를 겪게 될 것이다. 노무현과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은 힘을 상실할 것이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것이다. 이미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 등장하고 있는 진보세력들은 이념적 가치를 지니지 못하고 그저 출세주의에 급급한 기회주의자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항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이 문재인의 간자와 같은 자라고 하더라도 연이어서 두명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것은 정치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정말 심각한 것은 국민의힘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초보적인 단계의 패러다임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쇄신에 실패했다. 새로운 보수세력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이 그대로 남아 있는한 퇴행적 행태는 불가피하다.
두달앞의 대선은 경천동지할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은 생존의지가 남다른 사람인 것 같다. 계엄과 탄핵이후 이재명은 정국을 장악하고 주도하는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정치적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국가운영 능력은 뛰어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이 지금까지 보여준 말과 행동을 보면 그가 제대로 국가운영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재명의 사법심판은 사실상 중단될 것이다. 그는 사법심판이 중단된 상태에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고 국가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집권내내 정당성 문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재명은 과거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가 겪었던 정당성의 위기를 겪게 될것이다. 당시 군부세력은 정당성의 위기를 국정운영 성과로 보상하고자 했다. 이재명이 박정희, 전두환 및 노태우와 같은 국정운영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재명이 직면하게 될 정당성의 위기를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인적구성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군부통치가 성과를 거두었던 것은 인재의 발굴 덕분이었다. 정당성의 위기가 심각할수록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인적구성 상황에서 이재명은 설사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신의 정당성 위기를 만회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권력자든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인사들은 대부분 기회주의자다.
닉슨은 비록 탄핵을 당했지만 집권초기에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베트남전쟁을 마무리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열고 소련을 봉쇄했던 키신저는 공화당 경선 당시 경쟁자이던 록펠러의 참모장 역할을 했다. 닉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키신저를 발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재명을 살펴보면 그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지는 않다. 주변에 널린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 이롭고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인재는 절대로 주변에서 얼쩡거리지 않는다.
이번 탄핵인용으로 한국정치는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단계에 접어 들었다. 이재명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국제정치적 지정학적 격변에 직면해 있다. 내부적으로 서로 싸워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추락해서는 안된다.
필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과 이재명 모두 지지하지 않았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문재인의 과오를 청산하길 바랬다. 지나고 보니 윤석열과 문재인은 한통속이었다. 김건희가 윤석열이 문재인의 충신이라고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때 이재명이 당선되었더라면 윤석열로 인해서 겪었던 혼란과 무능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치란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대선당시에는 이재명과 윤석열 중에서 누가 더 차악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계엄과 탄핵을 겪었다. 살아 생전에 대통령 1명은 저격당하고 한명은 자살했다. 그리고 두명은 탄핵당하는 것을 보았다. 한국이 그런 격동을 겪어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정치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국은 국제정치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론을 통일하고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서로 힘을 합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