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 리뷰

in #movie7 years ago (edited)

픽사가 제작하고 디즈니가 배급한 만화영화 코코를 두 번째 시청했다. 아래 리뷰에는 영화 내용이 나온다.

죽음과 삶

죽음(마마 코코의 죽음)과 삶(동생의 출생)은 동시적이다. 산술적으로는 변화가 없지만 (-1+1=0) 인간의 마음 속에 기억과 의미를 남긴다. 가족의 화해, 구두장이 집안에 들어온 음악소리.

기억

기억에 관한 영화다. 기억됨과 잊힘에 대해 영화는 가치판단을 내리고 있다. 삶의 교본으로서의 영화를 말하자면 좋은 기능을 수행한다. '잊히지 않기 위해 가족을 사랑하자'라고만 영화를 정리해도 충분히 알차다.

상징

멕시코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물도 좋고 작품 내의 서사 장치들도 좋았다. 한 가지 언급하자면 프리다칼로는 둘 모두에 해당하는데, 파티에 초대받지 못하고 주인공 없이 리허설을 준비하는 모습은 작중 델라크루즈를 실존인물 디에고 리베라로 치환하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디에고는 프리다의 남편으로 여성 편력이 심했다.) 미겔 가문의 성씨가 리베라라는 점, 헥터가 하필이면 프리다로 분장한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헥터는 리베라 집안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순간들

영화에서 무대는 언제나 급조된다.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꼬마를 받아주는 경연대회,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미겔, 공연 직전에 무대를 완성하는 프리다,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는 이멜다와 델라쿠르즈. 그 긴박한 순간들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주요 고비가 된다. 'Seize your moment'라는 델라크루즈의 메시지는 (물론 자신의 대사를 통해 반전을 드러내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담

  • 결국 헥터의 사진은 물 속에 잠긴다. 그 사진조각이 액자에서 뜯겨진 사진이 아닌 이상 애초부터 무용했음을 알 수 있다.

  • 단테는 왜 마지막이 되어서야 알레브리헤가 될까? 미겔의 영혼길잡이보다는 헥터를 원래 위치로 바로잡아주는 역할에 기여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 영화의 제목이 미겔이 아니고, 마마 코코도 아니고 코코인 것은 제작진이 헥터(아버지)의 시선을 중시했다는 뜻이다.

  • 악인으로 기억되면 저승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세계관에 따르면 소멸(final death)하지는 않을텐데. 5)영화는 여성을 '강인한 어머니상'으로 그리지만 실제 멕시코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심각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 내가 이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기타와 노래 때문이다. 대학 동아리에서 클래식기타를 쳐서 쇠줄보다 나일론줄 소리를 좋아한다. 영화내내 나오는 나일론줄 소리와 라틴음악 코드에 귀가 즐거웠다.

  • 첫 번째로 볼 때 마지막 장면에서 미겔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울었던 기억이 남아서 이번에는 영화 초반부부터 첫 소절만 듣고도 코가 찡긋해지는 반사작용이 생겼다.

  • OST 며칠째 돌려듣는 중. 리멤버미 백만번 듣고 코드도 땀. 가수 Miguel의 노래들도 듣는데, 섹스와 마약에 관해 끈적하게 노래했던 사람에게 디즈니 노래를 부르게 하다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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