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7-4
임부인은 술과 안주를 내와 주봉진과 용진천을 대접하고 함께 마셨다. 술잔을 놓은 임부인은 용진천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손만흥이 참혹한 모략을 꾸미고 있어요. 주봉진과 용친천 둘이 힘을 합쳐 대비하세요.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
용진천이 말했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게 생각했던 대로입니다. 이렇게 이렇게 계획을 세워 대비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봉진은 크게 기뻐했다. 그날 주봉진은 심복 장수 이익(李翊)을 불러 은밀히 계획을 정한 뒤 거사날을 기다렸다. 하루는 손만흥이 이석홍 등과 많은 병사를 거느리고 위용을 갖춰 서쪽 훈련장에서 잔치를 벌였다. 손만흥은 주봉진을 초청했다. 잔치를 막 시작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한 병사가 급히 와 보고했다.
“궁궐에 큰불이 났습니다. 불길이 아주 거세, 다 태워 먹겠습니다. 대왕님 빨리 가보십시오!”
손만흥이 깜짝 놀라서 잔치를 거뒀다. 부대를 거느리고 급히 말을 달려 궁궐로 향했다. 좁은 다리 입구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다리 아래서 한 마리 호랑이와 같은 장수가 뛰어올라 달려들었다. 그 장수는 몸에 푸른 전포를 둘렀고 손에는 산도 쪼갤 수 있는 큰 도끼를 들었다. 장수는 큰 소리로 꾸짖었다.
“노천귀 이 늙은 도적놈이 여기에 이르렀구나! 내게서 살아나갈 수 있을쏘냐? 네가 쌓은 죄가 태산과 같아 목을 베어도 부족할 지경이다. 또 황극 형님의 어머님을 납치해서 수년간이나 치욕을 드렸으니 이 또한 죄가 크다! 걸맞지 않은 혼례를 올리려 하면서도 주봉진 형님을 죽이려 했다. 이 죄는 하늘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내 너를 조각내 여러 사람의 원수를 갚겠노라!”
말을 마치자마자 큰 걸음으로 들이쳐 왔다. 손만흥이 놀라 소리쳤으나, 감히 맞서지 못했다. 손만흥은 주봉진의 도끼질을 열 번도 막지 못한 채 주봉진 도끼 아래 쪼개졌다. 주봉진이 도끼를 내려치자 손만흥의 정수리에서 어깨까지 단박에 두 쪽이 났다. 손만흥의 시체는 말 아래로 떨어졌다. 손만흥을 따라왔던 장수들은 그 광경을 보고 화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급히 말을 채찍질해 달려들었다. 한 장수가 소리쳤다.
“너는 어떤 놈이관데 우리 임금님을 죽이느냐? 너 쥐새끼 같은 놈을 갈기갈기 찢어서 임금님 복수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