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전에 대한 단상.
옹고집전은 사이비 종교인이 선량한 반종교인 지식인을 희롱하는 내용이다.
땡중이 시주를 받으러 올 때마다 옹고집이 볼기짝 찜질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이것은 현란하고 허무맹랑한 형이상학으로 타인을 꼬드기려는 도인과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된 지식인의 극명한 대립을 상징한다.
또한 옹고집이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거나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 장면은
종교인의 눈에 보이는, 혹은 종교인이 보고 싶어하는 반종교인의 모습이다.
즉 종교를 안 믿는 사람은 가족간에 불화가 잦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설정이다.
선량한 지식인 옹고집은 결국 도인의 끊임없는 농간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잃고 자아가 두 개로 분열된다.
그 이후로 그는 계속 비참한 꼴을 겪다가
결국 자신의 반종교적 행태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옹고집은 새 사람이 되어 앞으로 땡중이 찾아오면
마치 시주를 해줄 것만 같은 불길한 냄새를 풍기면서
소설이 끝난다.
마치 오늘날 교회에서 주는 찌라시에 담길 만한 스토리다.
현대인들은 옹고집전을 통하여 얼토당토 않은 형이상학을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자신이 둘로 쪼개지는
곶통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