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영양이 뛰어난 멸치
몸길이가 13cm가량인 바닷물고기이다. 몸은 긴 원통형이고 위턱은 돌출되어 있다. 등 쪽은 검은 빛이 도는 파란색을 띠고 배는 은백색이다. 연안 회유성 어종으로 무리를 지어 서식하며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봄과 가을에 각각 한 차례씩 산란한다. 서해,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 동해 남부에 출현한다. 일본, 중국, 동중국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도 분포한다. 어획시기는 일반적으로 봄부터 가을까지이며 여름부터 늦가을에 걸쳐 낭장망 조업을 통해 포획된다. 한국인의 식생활과 가장 밀접한 어류이다. 치어나 미성어는 그냥 삶고 말려서 볶음 등으로 이용하며, 성어는 국거리용으로, 생체는 소금에 절여 젓갈로 이용한다. 멜, 메루치, 며루치, 멸, 지리멜(치어), 말자어, 멸어라고도 부른다.
맛과 영양이 모두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멸치는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나는데, 국물로 우려지거나 다른 재료와 함께 조리되면 그 맛이 배가되어 풍부한 감칠맛을 낸다. 영양 면에서는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식품으로, 이전부터 멸치를 먹으면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하여 어릴 때부터 섭취해야 하는 음식으로 알려졌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주 용도가 다르다. 대부분의 멸치는 잡자 마자 익힌 후 건조하여 마른 상태로 유통된다. 큰 멸치는 주로 국물을 내는 데 쓰이는데, 다시마 등과 함께 육수를 내면 감칠맛이 돌면서 전체 요리의 중심을 잡아준다. 중간 멸치와 작은 멸치는 간장을 넣어 볶음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때 중간 멸치는 꽈리고추 등과 함께 볶아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작은 멸치는 견과류와 함께 볶아 먹는다. 그 밖에 고추장 양념으로 볶아 먹는 방법도 있다.
산지에서는 건조하지 않은 상태의 멸치를 날것으로 먹거나 젓갈로 담근다. 멸치회는 생 멸치를 야채와 양념으로 버무려 낸다. 멸치젓갈은 멸치에 소금을 넣어 발효하여 만든다. 멸치액젓은 오래 숙성된 멸치젓갈을 걸러 액체만 남긴 것으로 김치를 담그거나 요리를 할 때 조미료로 사용한다. 서양에서는 멸치를 ‘앤초비’라고 부르는데,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소금에 절인 멸치를 파스타 등에 넣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