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6-9
태수 이항이 가시나무를 지고 매질을 청하듯 진심으로 사죄했다.
“바야흐로 백성을 모아 밤낮으로 진법을 훈련해,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했습니다. 일이 뜻하지 않게 벌어져 졸지에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 죄는 진실로 용서받을 수 없을 터. 하지만 사태가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적군을 물리칠 계책을 세우는 일을 급선무로 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이 정해진 다음, 진실로 벌을 받겠습니다. 오직 자사께서 결정해 처리하실 일입니다.”
자사 이태진은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정하기 전까지 이항이 태수를 맡도록 했다. 다만, 이항이 공을 세운다면 사면해주기로 했다. 자사 이태진, 태수 이항, 황극이 상의했다.
“한중 태수 위룡달은 지혜가 있고 주변에 책사가 많습니다. 또 정예병을 갖췄고 군량 또한 풍부합니다. 위룡달과 힘을 합쳐 탈환해야 합니다. 성도는 몸의 급소와 같은 요충지입니다. 살고 죽는 기회이니, 반드시 말이 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한중으로 파발마 보내는 한편, 병사를 훈련해 남만 군대를 대적할 계획을 세웠다. 여러 장수가 말햇다.
“면죽성은 성채가 작고 고립됐습니다. 만약 적 군대가 사면을 포위하면 어떻게 할까요?”
황극이 말했다.
“별자리를 관찰하니 성도 방면으로 왕풍(旺風)이 의연합니다. 반드시 이곳에서 전세를 회복할 기회를 맞이할 것입니다. 또 남만 쪽 분야에 낭성이 빛을 내기는 하지만 색깔이 희미합니다. 또 침침한 기운에 덮였습니다. 오래지 않아 나라가 기울고 망할 조짐입니다. 바라건대, 자사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또 남만 군대의 특성은 탐욕스러움입니다. 다른 일은 도모할 줄 모릅니다. 지금 성도를 함락한 다음 재물을 충분히 노략질했을 것입니다. 밤낮으로 술과 밥을 배부르게 먹고 좋은 술과 아름다운 여인에 연연하는 일뿐이니, 어찌 두려워하겠습니까? 성을 함락한 지 수십 일이 지났으나 속읍을 관리할 병사를 한 명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써 성안의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즉시 한중 태수에게 명령해 부대를 이끌고 양평을 지키도록 하십시오. 서쪽 다섯 곳으로 통하는 요충지를 방비할 수 있습니다. 촉군 태수 진현서에게 명령해 부대를 이끌고 음평교두를 방비하도록 하십시오. 이로써 검관에서 오는 적병을 대적해야 합니다. 또 제가 남악산 용진천에게 전령을 보내 병사를 이끌고 오라고 했습니다. 녹명촌 현덕무 역시 부대를 이끌고 올 것입니다. 모두 날짜를 정해 보냈습니다.”
황극이 임무를 나눠 맡긴 뒤, 조용히 편지 한 통을 꺼내 자사 이태진에게 바쳤다. 자사 이태진이 봉투를 열어 보니, 그 내용은 대강 이러했다.
이전 노정에서 양자강에 이르렀을 때다. 갑자기 산적을 만나 따르던 관리와 하인은 모두 죽고 어미와 딸만 남아 허둥지둥 도망쳤다. 나루터에 이르러 도적 떼에게 잡힐뻔하자, 둘이 물에 몸을 던져 자결했다. 그때 사위 황극과 군산 비구니가 건져 살렸다. 비구니 암자가 아주 깨끗해 있을 만하다. 어미는 이렇게 되었으니 속히 와서 데려가길 바란다. 이 목숨을 위로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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