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6-5
모년 모월 모일, 신의 있는 사람 진삼 등은 삼가 목욕재계하고 백번 절한 뒤 성스러운 신령님을 우러러 제사를 올립니다. 삼가 아룁니다.
산을 다스리는 신령이시여, 밝고 정직하신 신령이시여, 위로는 하늘나라에 조회하시고 아래로는 수미산까지 미치십니다. 광대하시고 원만하시며 조화가 무궁하십니다.
천한 이를 귀하게 만드시고 가난한 자를 부자로 만드시고 아들을 바라면 아들을 주시고 복을 바라면 복을 주시니 모든 백성이 저마다 바라면 어찌 뜻대로 이뤄지도록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올해 제사는 소인들이 맡았습니다. 삼가 남녀 아이 한 쌍을 갖춰 금품 예단과 함께 바치옵니다. 진실로 하나도 빠트리지 않았고 머리카락 한 올 만큼의 소홀함도 없습니다. 뜻을 다하고 정성을 다 바쳤습니다.
이성대왕님께 바라옵나니, 대자대비하십니다. 마을촌락에 백 집 천 집 집집이 경사롭고 사람마다 편안하며 바람과 비가 고르오며 오곡이 풍성하며 좁은 땅에서도 수레 가득 수확하고 나쁜 땅에서도 상자 가득 수학하며, 구걸하는 노래는 없게 하시며 격양가가 있게 하시며 양식이 널려 있게 하옵시며 사람마다 창백한 얼굴색이 없도록 해주시옵소서.
또 여섯 종류 가축을 때에 맞춰 다스리며, 놓아먹여 기르게 하옵시며. 늙은이가 고기를 물리도록 먹고 아기가 젖을 배불리 먹게 하소서.
또 한 해를 다스리시어, 매달 하루하루, 사백사 개 병 가운데, 하나도 일어나지 않게 하옵시며, 건강하고 충실하게 하옵시며 살찌고 기운차게 하옵소서.
또 마을 사람이 근면하고 민첩하게 생활하며, 자식은 아버지 가르침을 엄숙히 따르고, 아내는 남편 가르침을 고분고분 따르며, 나이 어린 사람은 나이 많은 사람을 공경하며, 강한 이가 약한 이를 보호하고, 귀한 이가 천한 사람을 도우며, 부자가 가난한 이에게 나눠주게 하옵소서.
과부나 홀아비, 고아와 자식 없는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평안해, 즐거운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옵소서.
이성대왕님께 바라옵나니, 이 제물과 예물을 받으시고 감응하시어 제사를 받으소서 영세토록 무흠하소서!
세 노인은 제문을 다 읽고 두 번 절한 다음 뒷걸음질로 계단을 내려왔다. 함께 온 마을 사람을 이끌고 잠깐도 뒤돌아보지 않고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만약 신이 있다면 뒤에서 반으로 갈라 죽이고픈 광경이었다. 그렇게 죽 한 줄로 달려서 달아났다. 황극이 그 광경을 다 보고는 말했다.
“이토록 허무맹랑한 일은 고금에 드물 것이다. 만약 그 신이 진실로 성스럽다면 어찌 살아있는 사람을 잡아먹는 짓을 하겠는가. 이는 반드시 요괴의 짓이다. 이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황극은 의연히 이성묘 안으로 들어갔다. 남녀 아이 한 쌍은 마치 진흙으로 빚은 인형처럼 앉았는데 마치 반은 죽고 반은 산 듯했다. 벽 사이로 작은 촛불이 흔들리며 꺼질뻔하다 비추기를 거듭했다. 황극은 제사상에 올린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또 제사상 위에 놓인 음식을 집히는 대로 주워 먹은 다음 이성묘 밖으로 나와 몸을 숨기고 되어가는 모양을 지켜봤다.
오경이 되었을 때였다. 앞산 숲에서 노란 잎이 어지러이 날리며 땅에 떨어졌다. 한 뭉텅이 비린 바람이 멀리서 점점 가까이 불어왔다. 황극이 보니 한 짐승이 앞서 나왔는데, 온몸이 검은색이었으며 두 눈의 빛은 사람을 쏘는 듯했다. 뒤쪽에 또 짐승이 나왔는데, 길이는 삼 척이 안 되었고 위는 넓고 아래는 좁았다. 구르듯 이성묘에 이르렀다.
“저것들은 요괴가 변신한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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