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6-2
“이 옷은 내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것이에요. 몸에 한 번도 걸치지 않았으니 더럽다고 생각 말고 입어보세요.”
부인이 여러 번 감사를 전했다. 밥을 먹은 뒤 부인이 황극을 불러 감탄하며 말했다.
“이전에 어린 모습을 잠시 봤었는데, 지금은 어른이 되었구나. 워낙 건강하게 자라 누군인지 몰라볼 정도야.”
황극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도적 떼가 일어나 어머니를 납치해 가버렸습니다. 스스로 맹세하기를, 세상을 샅샅이 뒤져 어머니를 찾은 다음에야 그치겠다고 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꿈에 나오셔서 제가 지금 의탁한 남화산으로 가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삼가 천한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양자강에 배를 대고 부인과 소저를 구할 수 있던 것은 다만 제가 아버지가 저승에서 가르치신 바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황극은 떠돌며 다녔던 일, 겪었던 고난을 갖춰 말했다. 부인은 들으며 한마디 한마디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무수히 칭찬했다. 또 비구니가 친척인 것을 알고 더욱 기뻐했다. 며칠이 지났다. 황극이 돌아갈 일을 말했다.
“지금 도적 떼가 세상에 들끓고 있습니다. 멀리 가기가 자못 힘듭니다. 바라건대, 장모님은 이곳에 머무십시오.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립시오. 제가 빨리 서천에 가서 자사를 뵙고 장모님이 이곳 암자에 머물게 된 경위를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다음 마차와 말을 갖춰 모실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부인이 말했다.
“사위 말이 맞네. 속히 갔다가 돌아오게.”
황극은 길을 떠나 백성태 산채에 도착했다. 둘이 밤을 지새며 이야기했다. 또 황극이 장차 계획을 백성태에게 말했다.
“근래 사람들이 전하는 말을 들으니 ‘남만이 병사를 일으켜 동천과 서천이 거의 함락되었다.’라고 합니다. 바라건대, 형은 군대와 병기를 수습하고, 용사를 불러 모으십시오.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백성태는 장수 가운데 용맹한 이 몇 명을 선발하고 잘 싸우는 분대 두 개를 뽑았다. 이로써 노정 가운데 황극을 보호하도록 했다. 황극은 바쁘게 헤어진 다음 곧바로 서천으로 갔다. 한 곳에 다다라서 잠시 멈춰 부대와 말을 가다듬었다. 바야흐로 휴식에 들어가려고 할 때 언뜻 한 여자가 보였다. 그 여자는 앳된 얼굴로 홀로 물가에 앉아 있었다. 하늘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울음소리가 자못 절절하면서도 구슬펐다. 황극이 이상하게 여겨 그 연유를 물었다. 그 여자는 울음을 멈추고 말했다.
“제게 홀어머니가 계시는데, 몇 년째 병으로 누워만 계십니다. 백약이 무효했습니다. 이제 돌아가실 듯합니다. 제가 슬피 울었던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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