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6-10
자사 이태진이 편지를 다 본 다음 황극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대는 내게 백대에 걸쳐 모실 은인이다. 어머니를 구해, 내가 세상이 무너지는 크나큰 고통에 빠지지 않게 해줬구나. 비록 백골에 살을 붙여 되살아난다고 해도 어찌 만분의 일이나 갚을까.”
황극이 말했다.
“이는 일이 되어가는 기미가 우연히 맞아떨어졌을 뿐입니다. 만약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저승에서 돌보시지 않으셨고 부인의 복덕이 크지 않았던들 어찌 이렇게 되었겠습니까?”
그날로 자사는 편지를 써 어머니께 보냈다. 또 전령을 군산에 보내서 남만 군대가 일으킨 난리가 심각하다는 것, 성채를 빼앗긴 것, 오래지 않아 모셔오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울러 재물을 보내, 생활하도록 했다.
차설. 용진천이 황극, 주봉진 두 사람을 보낸 다음 늘 다시 만날 날을 고대했다. 하루는 한 소년 장수가 용진천을 방문했다. 용진천은 급히 문을 나와 맞이했다.
“그대는 뉘시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 사람이 대답했다.
“저는 마달산에서 온 마익입니다. 주봉진 형님이 보내셨습니다. 장군을 모시고서 함께 대의를 이루시고자 합니다.”
용진천이 편지 봉인을 뜯어서 보니, 주봉진의 글씨였다. 그 내용은 이렇다.
황극 형님의 어머니께서 이 산채에 잡혀 계십니다. 천만다행하게도 무탈하십니다. 아침저녁으로 보살펴드리고 있으니, 행운이라 하겠습니다. 또 지금 세상이 크게 혼란해 남만이 쳐들어왔습니다. 누추하지만 이곳으로 한 번 오시지요. 함께 대사를 의논합시다.
용진천이 편지를 다 읽은 다음 마익과 함께 머물며 병사를 부리는 일을 토론했다. 다음날 일어나 함께 출발하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한 군관이 군복을 걸치며 달려왔다. 그 군관은 말에서 내려 인사를 올린 다음 군령이 적힌 화살을 건넸다. 또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글도 건넸다. 보니 황극이 보낸 것으로 시급한 일들이 적혀 있었다. 용진천이 그 군관을 접대한 다음 답장을 적어 보냈다. 용진천은 즉시 행장을 꾸려 달마산으로 떠났다.
한편, 주봉진은 달마산 마성준 집에 살면서 무예를 연습했다. 또 임부인을 부지런히 모시며 위로했다. 하루는 주봉진이 아침 문안을 드리려고 임부인이 거처하는 곳에 갔다. 임부인과 경패 그리고 한 어여쁜 소녀가 후원에서 풍광을 감상하고 있었다. 갑자기 남자가 들어오자, 그 소녀는 꽃숲 사이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주봉진은 힐끗 보니, 진실로 꽃이 부끄러워하고 달이 빛을 감출 아름다움이었다. 또 고기가 잠기고 기러기가 떨어질 자태였다. 주봉진이 임부인에게 물었다.
“저 소녀는 어느 집 딸이길래 저리 아름답나요?”
임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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