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외우려 하다

in #krcalligraphylast month (edited)

홍음 들어보셨나요? 클 홍(洪), 읊을 음(吟)

洪吟은 시모음집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홍음이냐면 파룬따파 창시자이신 李洪志 대사님이 읊으신 것이라 하여 홍음이지요.

당시(唐詩), 송사(宋詞), 원곡(元曲) 등 중국 과거 시문화의 형식에 따라 주로 지어졌고 그 틀을 벗어난 자유형식도 있어 보입니다.

제가 이 홍음을 유념하게 된 것은 시라는 것이 고도의 압축이라서 외우기 쉽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저는 어린 시절부터 시를 좋아했지만 막상 외우고 있는 시라고는 몇 개 되지 않았지요.

아마도 홍음의 시들을 외우기 위해 곳간을 충분히 남겨뒀던 것 아닐까요?

무존.jpg
네번째 구 佛不難修인데 두번째 자를 無로 오기했네요.^^;

홍음의 시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아득한 인생이 있고 생명이 유동하며 광대한 우주가 펼쳐지고 한 글자마다 심오한 내포가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속인의 예사 시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속인의 시를 흔들어보면 정의 가루가 흩날리는데 홍음의 시를 흔들면 엄청난 천체우주가 펼쳐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들을 몇수가 되었든지 틈틈히 외워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져봅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제 스스로와의 약속만이 아닌 더 광범위한 약속을 해두고 싶어서입니다. 1년이 지난 후 제가 시 한수도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면 지탄받지 않겠어요?ㅎㅎㅎ

에이! 타타오 봐라! 홍음 시 외운다고 설레발치더니 오늘 보니 시 하나도 제대로 못 삼켰더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이런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혹시 알아요? 이 콘탠츠를 접하신 어느 분도 저처럼 홍음을 외워 볼 마음을 내실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얼마나 복된 일인가요? 그런 분 계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제가 공감과 감사의 차원에서 밥이라도 대접하렵니다.

외우자면 어떤 언어로 외울까요?

한글? 한자? 중국어? 이렇게 무려 세가지 버전이 가능하겠군요.

그 중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 해볼게요.

오늘 홍음의 시 하나를 처음으로 만져볼게요. 처음에야말로 너무 길지 않아 은혜로운 짧은 시를 하나 내려받아 봅니다.

이 시의 제목은 무존-입니다. 무존? 대략 ‘없음’-이라는 뜻이겠지만 더 깊은 내포가 있을 것인즉 제가 감히 그 이상 해석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 시는 4*4=16자 형식이죠? 고대시가인 공무도하가가 떠오릅니다. 공무도하, 공경도하, 타하이사, 당내공하…그 시가 바로 44=16이죠. 아! 이 시도 다음번에 써보고 싶어지네요.^^

지금 제가 쓴 이 서체는 무슨 체인지 아실까요?

서예에는 오체가 있는데 전예해행초-라고 하죠? 그 오체 중 하나인 예서체입니다.

한나라 시대에 비롯했고 그 서체의 인기가 세상을 뒤덮을 정도가 되어 크게 부흥하니 한자(漢字), 한문(漢文)이라는 표현들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예서체는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많은 업체들의 로고로 쓰이죠. 삼성이나 현대 등이 다 예서체 로고입니다. 인사동의 간판도 거의 예서체죠. 심지어 이홍지 대사님도 휘호시 주로 예서체를 택하십니다. 그래서 저도 예서체로 써보았습니다. 최소한 예서체는 날려 쓸 수 없습니다. 담담하면서도 고풍을 간직하고 있지요. 그래서 신전문화(神傳文化)의 측면에서 활용도가 아주 좋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서예가들을 볼 때 인성이 얄팍한 이는 예서체를 잘 못쓴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쓰긴 쓰는데 그 깊이가 얇다는 것이지요.

생무소구…살아 바라는 바 없고

사불석류…죽어 애석할 것 없네

이 두구절에서 이미 압도적입니다. 가슴이 꽉 차오르는 느낌은 저만의 반응일까요?

여기서 세번째 구절은 기승전결의 전(轉)구이니 번득이는 전환이 나오죠?

탕진망념….망념을 탕진하면…즉 허망한 생각을 다 떨쳐 버리니

이 삼구에서 수련의 요체를 담으셨다면 마지막 사구에서는 정리를 해주십니다.

불불난수…부처 수련 어렵지 않도다.

아…바로 이래서 법(法)입니다. 생명의 근원으로의 귀향길, 마땅히 있어야 할 존재양식으로 이끌어 주는 명명백백한 길을 보여줌이 법이지요.

예서체 옆에는 한글도 썼습니다. 저는 한국인이며 주로 한국인이 이 글을 보실테니까요.

이 한글서체는 한글 판본체라 합니다. 훈민정음이 창제되었던 무렵 목판본에 한글을 새겼으니 판본체라 하는 것이죠. 한자 예서체와 아주 궁합이 좋습니다.

이 종이판은 뭘까요?

제가 올해 출간한 고전필사북들의 원고작업을 했던 그 자판입니다.

잘 쓰고 또 잘 외워 이 법 속에 제 온몸을 푸욱 담궈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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