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暇(휴가) 속에 휴가가 있다(문자인문학)

in #krcalligraphy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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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입니다. 어제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을 갔더니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많이들 오더군요. 아! 우리는 물론 그런 휴가를 즐기러 거기 간 것은 아닙니다. 거기서 우리는 대원만법 연공 5동작을 2시간에 걸쳐 하면서 진정 우리 안에서의 쉼을 맛보았지요. 또 한 그런 쉼의 장을 보여주고자 함이 우리의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나저나…休暇(휴가)가 뭘까요?
쉴 휴(休), 겨를 가, 여유 가(暇)입니다.
우선 쉴 휴를 만나볼까요?
아주 쉽고 직관적입니다. 사람이 나무그늘에서 기대어 쉬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거기에서 우린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숨만 쉬죠. 그래서 쉴 휴 입니다.
겨를 가(暇)에서 겨를이라는 아름다운 말이 나오네요. 겨를이란 일과 일 사이의 틈을 말합니다. 여유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그 발음이 ‘가’라는 것이 귀에 탁 걸리죠? 우리가 보통 ‘가’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변두리를 뜻하는 가 입니다. 가생이, 갓길, 그 반대가 가온데-라고 예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가, 변방으로 온 최초의 근원중심자리-그게 가온데죠.
결국 가는 중심이 아닌 것이며 주업무가 아닌 곳입니다. 그러니 휴가라는 것은 주업무를 떠난 자리, 주업무를 떠난 시간에서 일 없이 숨 쉬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마음이 시원해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뙤약볕의 해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모습에서 진정 쉼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그들은 억지로 애를 써서 땀 뻘뻘 흘리며 돈을 쓰러 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우리가 잊고 있는 진실한 휴가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요?
소중한 것은 늘 표면에 드러나 있지 않곤 하죠. 어린왕자에게 여우가 말했듯이 말입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다시 찬찬히 여유롭게 휴가를 살펴봅니다.
나무그늘이 좋은 것은 따가운 직사광선을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건 이런저런 삶의 고통에서 좀 벗어나보자는 것인데요. 이런저런 고통은 우리 삶에서 뭐죠? 고통이란 우리 삶에서 업을 갚아나가는 당연한 필수작용입니다. 그걸 잘게 나눠 갚을 수 없다면 어떨까요? 나중에 한꺼번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라는 독촉장이 떨어질 때 우린 질식해 죽을 지도 모릅니다. 업이란 누적되면 무서운 것입니다. 이렇게 분할상환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세상은 고마운 곳인지요?
견딜만한 더위와 버틸만한 생계, 그럭저럭 감당할만한 가족 부양, 참을만한 상사의 잔소리 아내의 바가지 정도로 업을 갚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진정한 휴가는 그런 자잘한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다가 어느 그늘에서 헐떡거리며 쉬는 게 아닙니다. 이런 원리를 통찰함으로써 그런 일들이 고통이 아닌 게 되어야 진정 안도의 숨이 나오는 것이지요. 즉 알아야 쉴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천사는 말했습니다.
“힘들 때면 천사봉에 올라가서 그 일을 보세요. 천사봉은 1만미터 상공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1천년 뒤가 또 천사봉입니다. 지금 겪는 그 심각해 보이는 일이 다 무엇이겠습니까?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예전에는 그 천사의 말이 참으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말하자면 신선이며 천사의 견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천사에게 홍음에 나오는 시-이 구절을 읊어주고 싶습니다.
속인은 오로지 신선이 되고자 하나
현묘한 뒷면에 서글픔 있네
마음 닦고 욕구 끊어 집착을 버려야 하건만
난 속에 미혹되어 푸른 하늘만 탓하누나

어떻습니까? 속에 쌓였던 자잘한 열불과 검불이 싸악 씻겨나가지 않습니까? 안에서 뜨거운 추구심이 빠져나가니 쉬어지고 안에서 끈적한 집착심이 쉬어지니 그 자리 본래 안락할 것입니다.
벗님이여!
휴가를 즐기세요!

휴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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