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 좋아하세요?

in #krcalligraphy6 months ago

개천5.jpg

늦잠꾸러기가 어느 날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엄마가 복숭아쥬스를 타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실지 모릅니다.
“이게 웬 일이야? 천지개벽할 일이네?”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뭐길래? 뭔가 큰 변화를 일컫는 말인가 봅니다. 하늘 천 땅지 열개 열벽…
하늘과 땅이 열린다? 언제 하늘과 땅이 닫혀있기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아! 내 좁은 머리로는 풀 수 없네요. 문자인문학의 문을 두드려 볼까요? 똑똑~!!

천지개벽은 천개지벽(天開地闢)이라고도 하고요, 개천벽지(開天闢地)라고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순서가 바뀌면 의미도 달라지지만 그건 좀 말미에 말씀드려볼게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 하죠. 천지가 뒤집어질 정도로 엄청난 변화…라는 의미로 흔히 쓰입니다. 하지만 우리 문자인문학에서는 흔히 쓰이는 경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고 싶죠. 이런 말씀이 있다는 것은 뭔가 그 시원이 될만한 원형이 있다는 것 아닙니까? 우린 그 것을 알고 싶습니다.
천지가 무언가요? 이 대목부터 엄청나서 한걸음도 나아가기 쉽지는 않겠군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 앎의 수준대로 사유해볼 자유가 있습니다.
하늘은 신(神)의 자리이며 땅은 인간의 자리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하늘은 측량불가이니, 드러나지 않은 곳이며 땅은 측량이 그래도 가능한 자리를 이르지요. 인간을 기준으로 보면 감각이 닿느냐 닿지 않느냐-로 구분해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들어가 볼까요?
땅은 거친 입자의 세계이며 하늘은 미시입자의 세계라고 해도 될 겁니다. 이제 예를 들어보죠.

개천1.jpg

그 늦잠꾸러기 게으름뱅이 달식이가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엄마가 주방에서 계란말이를 만들다가손을 멈추고 한숨을 푸욱 쉬는 게 보입니다. 달식이는 문득 그 장면에서 내면의 뭔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반성하죠.

개천2.jpg

‘엄마는 얼마나 나 때문에 힘드실까? 그런데 난…왜 이렇게 사냐?’
달식이는 달라지기로, 더 바르게 살아보자고 결심합니다.
‘이제 나 일찍 일어날 거야! 아침 일찍 공부를 할래!’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바로 달식이 안에서 하늘이 열린 순간입니다.
다음날 정말로 달식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물 한 모금 마시고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달식이의 몸을 움직여 땅을 연 것입니다.
그런 달식이를 보고 엄마는 미소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웬일이래? 천지개벽할 일이네?”

맞습니다. 엄마가 보기에 이 일은 천지개벽한 일입니다.
그런데 달식이 입장에서는 뭘까요?
외부가 아닌 스스로 마음을 바꾸고 행위를 바꾼 것이니 개천벽지가 맞습니다.
여기에 이르니 저도 뭔가 개천벽지할 마음이 샘물처럼 솟아나네요. 당신도 그런가요?

개천7섬.jpg

Sort:  

우리나라 속담으로는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말이 천지개벽과 비슷한 거 같아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개벽'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한 때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짤들이 올라왔었죠. 그거 보며 사람들이 별걸 다 만드는구나 싶었죠.

아, 반가워요 도리안리님!^^ 그 짤들 구경 좀 해봐야겠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3
JST 0.028
BTC 57605.72
ETH 3101.08
USDT 1.00
SBD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