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너와 만난 자리에서 - 1. 이세계
1. 독백
- 음성 메세지 002
치직
치치
치치직
아!
아! 아! 잘 들려? 아!
들리나? 들리는거 같아? 아! 아아!!!
들려? 뭐? 들린다고? 그래. 이제 말할께.
휴. 여긴 정말 괜찮아. 생각보다 엄청난 곳이야. 이렇게 메세지를 남길 정도면, 어느 정돈지 알겠지? TV광고는 저리 가라야! 놀라워! 생각하는 모든게 다 이루어진다고!!! 하하하!
길리! 내가 거기서 얼마나 찌질했는지 기억해? 그래. 난 정말 못난 놈이었지. 그런데 말야. 예전에 잭은 없어. 없다고! 매일 같이 돈 달라고 빌빌거리던 날 생각하나? 크크크. 크크큭! 크하하하! 그랬지, 그랬어! 그랬다고!!!
이 잭은 말야. 고대 왕들의 계곡의 제 1인자야.
내가 1인자라고.
2. 의뢰인
부모가 온 적은 처음이다. 그렇지만 측은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이 상황 자체를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다. 선글라스를 벗은 아저씨는 희끗한 눈썹을 한껏 치켜세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게임 속으로 들어간 거라고? 아니 말이 되는 소리요?]
[보통 부모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세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시기도 하죠.]
내가 만난 부모는 저들이 처음이다. 아파트 부녀회를 가서 들은 반응을 전달해줄 뿐이다. 아저씨는 눈썹을 씰룩거렸다. 부녀회장님은 저러다 오열을 하셨지.
[별로 특별한 사항은 아니라는 점 알려드리고, 댁 아드님은 아마 그 게임 세계에 굉장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 거에요. 당초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이기도 해서 인기가 좋은 거니까요.]
[아니 그럼.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에요? 돈을 벌겠다는거야, 뭐야?}
아줌마 깐깐하셔라. 소리를 지른게 아무래도 민망한지 아줌마는 주변 눈치를 보고 칵테일 한모금 마셨다. 아저씨는 못마땅한 듯 아줌마를 봤다. 그러다 뭔가 현실을 파악했는지 굉장히 침착해졌다.
[우리 생각과 다르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거야, 그 뭐냐.]
[A.D]
[그래, A.D 말야. 어떤 방법이 있단 거요?]
아저씨는 그래도 순순하셨다. 어깃장 놓는 성격은 아니셔서 그래도 대화가 될 듯 하다. 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줬다.
[보통 부모님이 의뢰를 오시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자녀가 게임에 빠진 것도, 그 게임 속에서 나오려하지 않는다는 것도 인정하기 어려워 하셔서요. 그래도 이렇게 오셨으니까 이 명함을 드리죠. 이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매주 목요일 오후 12시에 전화를 하세요. 참고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아저씨가 명함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자 아줌마도 선글라스를 올리고 뚫어지게 살폈다. 명함은 투명 아크릴로 코팅되어 있어 구겨지지 않았다. 탱탱한 그 명함을 둘은 이리저리 돌려봤다. 아저씨는 아줌마에 그걸 주며 말했다.
[그래, 이 명함 하나를 위해 오천만원을...]
[현재 대한민국은 출생률도 떨어지는데 A.D에 빠져 실종되는 아이들의 수가 지금까지 1천명.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요. 결국 찾는 방법은 본사에 연락하는 수 밖에 없는데, 이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서 전 세계에서 걸려온 전화들과 컴플레인을 처리하느라 본사랑 연락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란 말이죠. 그런데 제가 드린 그 명함에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단 한 사람의 연락처가 적혀있어요.]
[그래서 이 명함을 받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암!]
[이런 미친놈을 봤나! 야, 너 뭐야? 사기꾼이야?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그래!]
아저씨가 끝내 터졌다. 사실 이런 반응들이 많아서 부모 의뢰인들의 의뢰는 안 받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좀 무리해서 금액을 세게 불렀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났나보네.
[그럼 댁 아들을 죽이시던가요.]
[뭐라고!]
[아니, 이봐요! 아직 새파랗게 어린 처녀같은데 뱃속에 자식 품어 낳아보지 못해서 그런가? 어떻게 그렇게 말해요?]
품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보여줬다. 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카드는 빠르게 타더니 손에서 사라졌다. 둘의 입은 열심히 움직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부부도 그걸 깨달았는지 서로를 보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너무 흥분하시네. 이래서 부모 의뢰인은 받지 말라고 하는건데. A.D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추격자를 보내는 것. 그럼 그 추격자는 아무나 보낼 수 있을까? 아뇨. 적어도 A.D 내에서 능력있는 유저를 섭외해야 그만큼 효과적으로 구할 수 있어요. 말씀드린 금액은 최소 금액이에요. 최소 5천만원에서 시작한단 소리죠.]
부부의 표정이 질려갔다. 카드를 하나 더 보여줬다.
[이건 A.D 안에서 쓰는 마법 카드입니다. 스크롤 형태인데 세상에선 이렇게 카드 형태로 있는거죠.]
라이터로 카드에 불을 붙였다. 카드가 화륵 타오르고 사라졌다.
[악!]
[어머! 목소리! 목소리가 다시 나요!]
[즉, 저도...]
[악! 악! 그러게! 목소리가 다시 나네!]
[여보! 아이고 우리 정현이 어떻게 해요! 흑흑!]
[아니, 기다려봐 저 여자가 설명하고 있잖아.]
정신없는 부부네.
[저도 추...]
[그래서, 정현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 제가...]
[아니 가만히 있어봐요. 말하려고 하는데 자꾸 당신이 말을 걸면 어떻게 해요?]
[야!!! 나도 추격자라고!!!]
부부는 넋을 놓고 나를 바라봤다.
[2억!]
말하기 힘드네. 부부의 눈은 더 휘둥그래졌다. 대부분 저런 표정이긴 하지. 요즘 돈이 얼마나 가치 없는지 모르는건가 싶기도 하다. 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부부라 이렇게 저렇게 가격 부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유저를 만나면 별별 궁상들을 다 떨어서 거래하기 어려운데 가볍게 현금을 부르니까 얼마나 좋냐 말이다.
[아니, 나는 사실.]
[제가 좀 비싼건 아버님. 제가 그만큼 유능하다는 것 아니겠어요?]
[내가 직접 가서 데리고 올까 했었지. 그것도 가능해요?]